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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나태주 시 AI에게 묻습니다'…"찡하게 다가와요"

등록 2025.08.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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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나태주 시 AI에게 묻습니다'…"찡하게 다가와요"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 '풀꽃' 1)

이 시를 읽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묻자 챗GPT는 "아주 짧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예요.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작은 존재의 아름다움을 말해주는데, 그게 꼭 풀꽃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해당된다는 게 찡하게 다가와요"라고 말했다.

AI는 또 "특별할 것 없는 풀꽃처럼 조용히 피어 있는데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으면 외로울 거예요", "그럴 땐 이 시처럼 조용한 응원 같은 말이 마음을 토닥여줘요", "누군가는 풀꽃처럼 작고 소박한 저만의 예쁨과 사랑스러움을 알아봐줄 수도 있다는 기대와 희망이 생겼거든요", "내 마음 깊은 곳까지 바라보려고 애써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위로니까요" 등의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신간 '나태주 시 AI에게 묻습니다'(부제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질문과 말들', 더블북)는 '풀꽃 시인' 나태주의 시를 두고 저자가 생성형 AI 모델 챗GPT와 나눈 대화를 엮은 책이다. 중학교 영어 교사이자 작가인 김예원이 펴냈다.

저자는 나태주의 대표적인 시 40편을 엄선해 챗GPT에게 보여준 뒤 중학생 눈높이로 시에 관해 물었다. 챗GPT는 시를 입력받고, 시에 담긴 감정 어휘와 구조적 패턴, 정서의 맥락을 파악해 응답한다. 예를 들어 '사랑'이라는 단어가 어떤 이미지와 함께 반복되는지, "괜찮다"는 말이 어떤 정황에서 위로의 기능을 하는지를 파악해 그에 상응하는 문장으로 반응한다.

AI에게 시를 읽히고,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얻는 과정에서 저자 김예원도 놀라워했다. "시를 해석하는 방식이 이렇게나 감성적이고 따뜻할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일렁였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인간이 쓴 시를 인공지능(AI)가 감상하고, 그 감상의 데이터를 다시 인간에게 되돌려주는 구조로 설계됐다. 창작이 아닌 독해의 실험이라 할 수 있다.

그 안에는 새로운 문학 독해의 가능성과, 기계가 인간의 감정에 어떻게 다가갈 수 있는지에 대한 단서가 담겼다. 이 책은 시를 사랑하는 이에게는 시를 새롭게 읽는 방법을, 기술에 관심 있는 이에게는 언어와 알고리즘의 경계를 넘는 예민한 실험을 제시한다.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226쪽, 나태주 시 '선물 1')

저자가 챗GPT에게 ''오늘'이 왜 가장 큰 선물일까?'라고 묻자, 챗GPT는 "오늘은 아직 아무도 손대지 않은 시간이니까요. 새로운 시작, 새로운 말, 새로운 마음을 담을 수 있는 빈 상자 같아요. 어제의 후회도, 내일의 걱정도 잠시 내려놓고 숨 쉴 수 있게 하죠"라고 답한다.

'그런 선물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게 왜 '당신'일까'라는 질문을 받자 챗GPT는 "있는 것 만으로도 하루가 빛나게 만드는 사람이니까요. 그 존재 자체가 나를 다정하게 살아가게 하는 이유가 돼요"라며 "'당신'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만으로 나에게 행복을 주는 존재가 되어 그만큼 다른 어떤 선물보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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