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앞둔 러·우, 에너지 시설 맞불 공격 왜?…사기저하 공급교란 목적
평화 협상 앞두고 상대 입지 약화 노려
정치적, 경제적 어려움 강요하려는 의도
![[서울=뉴시스]지난 2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불타고 있는 러시아 로스토프 지역 노보샤크틴스크 정유공장.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러시아 남부 지역 연료 공급이 타격을 입었다. (출처=X 페이지) 2025.8.27.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8/27/NISI20250827_0001927478_web.jpg?rnd=20250827081147)
[서울=뉴시스]지난 2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불타고 있는 러시아 로스토프 지역 노보샤크틴스크 정유공장.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러시아 남부 지역 연료 공급이 타격을 입었다. (출처=X 페이지) 2025.8.2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최근 상대방의 에너지 시설을 집중타격하고 있으며 이는 평화협상을 중재하려는 미국을 향해 보내는 신호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가스 터미널, 우크라이나 남부 석유 저장시설, 러시아의 유럽 송유관이 파괴되거나 가동이 중단됐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번 달에만 러시아 석유 시설을 최소 10차례 공격했다고 주장했으며 러시아 당국자들의 그중 절반을 인정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러시아 석유 정제 능력의 6분의 1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면서 휘발유 가격이 급등했다.
러시아군도 우크라이나의 주요 가스 및 석유 시설과 발전소, 전력망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겨울을 앞두고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것이다.
이호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지난 25일 “지난 10일 동안” 변전소, 정유소, 열발전소 등 에너지 시설 20곳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상대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해왔으나 상대의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시키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양측은 상대국 정부가 정치적,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기를 노리고 공격을 지속해 왔다.
우크라 국민 사기 꺽으려는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석유 시설을 집중 공격해 석유 공급을 교란함으로써 러시아의 주요 수입원을 차단하려 해왔다.
한편 최근의 상대국 에너지 시설 집중 공격은 미국이 중재하는 평화 협상에서 두 나라 모두 주도권을 쥐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이 두드러진다.
서로 전쟁을 오래 끌기 힘들 것임을 상대에게 압박하는 한편 미국에는 자신들이 전쟁에서 우위를 누리고 있으며 전쟁을 지속할 의지가 있음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양측의 공격이 상대에게 상당한 압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지난 3월 평화 중재 노력의 일환으로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에 합의하도록 밀어붙이기도 했다. 당시 일시적으로 에너지 시설 공격이 중단되면서 백악관은 평화를 향한 신뢰 구축조치로 환영했다.
그러나 올 여름 협상이 다시 추진되면서 양측이 공격을 재개했다.
러시아는 지난 6월 중순 우크라이나 크레멘추크의 주요 정유소를 공격해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러시아는 또 전쟁 발발 이후 자제해오던 우크라이나 천연가스 시설 공격도 감행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가스 시설 공격을 자제한 것은 러시아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공급하는 가스파이프가 우크라이나를 통과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크라이나 전국 아파트 건물의 중앙난방 시스템은 대부분 러시아 가스파이프에서 인출하는 천연가스로 가동된다. 또 비료와 화학제품 절반 이상의 원료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가스 시설 공격으로 우크라이나는 연간 필요량의 5%에 달하는 약 10억 입방m의 천연 가스 공급을 잃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정부가 겨울 난방철을 앞두고 유럽 국가들로부터 천연 가스를 수입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긴급히 확보해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석유 시설 공격으로 보복했다.
정유공장 피해로 러시아 휘발유값 급등
로이터 통신은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러시아 정제 능력의 17%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러시아가 파괴된 정유 시설을 복구하는데 전쟁 전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서방의 제재로 주요 부품 구매가 어려워진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정유 시설 공격이 러시아군의 장비 운영을 방해하고 러시아의 석유 수출 이익을 줄이며 러시아 국민들의 일상을 교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러시아군 장비 운영과 러시아 수입 감소에 큰 타격을 가하지 못해왔다.
러시아가 느리지만 꾸준히 진격하는 과정에서 전차 등 중장비보다는 보병이나 오토바이를 타는 병사들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에 연료 공급 능력에 타격을 가해도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따른 영향을 흡수할 수 있는 잉여 정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러시아의 석유 수출은 정제유가 아닌 원유가 대부분이다.
러시아 국민들의 일상을 교란하려는 우크라이나의 목표는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
러시아의 휘발유 가격이 이달 중순까지 한 달 사이 12% 오르고 전국적으로 부족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휘발유 수요가 가장 많은 휴가철과 겹치기 때문에 과거에도 일부 부족현상이 있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큰 피해를 일으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7월 말 이달 말까지 휘발유 수출을 금지했으며 지난 25일 다시 수출 금지를 연장한다고 발표하면서 여름철 수요 급증을 이유로 제시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주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에 러시아 원유를 공급하는 송유관도 공격했다. 두 나라는 러시아에 우호적 입장을 유지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적대적이다.
그러자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격분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항의했고 트럼프도 “매우 화가 났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트럼프 반응에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헝가리가 트럼프의 답신을 공개한 다음날 송유관 공격을 담당한 우크라이나군 관계자가 “트럼프가 말했듯 우리가 카드를 쥐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자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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