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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출 한 달 만에 폐업…줄줄 샌 '소상공인 정책자금'

등록 2025.10.13 06:01:00수정 2025.10.13 06: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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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00곳 폐업 소요 일수, 평균 30.5일

숙박 및 음식점업이 49곳으로 최다 기록

"일종의 도덕적 해이 현상…AI 활용해야"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지난 12일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 거리에 놓인 가로등에 카드 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10.13.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지난 12일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 거리에 놓인 가로등에 카드 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10.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은정 기자 = #. 경북에 위치한 숙박 및 음식점 업체인 A사는 지난 2023년 8월 11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으로부터 4000만원을 스마트자금 명목으로 빌렸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뒤인 같은 해 9월 11일 문을 닫았다.

#. 경기 소재 제조업체 B사는 소진공에서 2021년 8월 31일 소공인특화자금(운전자금) 7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이 업체는 30일 후 사업을 정리했다.

최근 5년간 소진공의 정책 자금(직접 대출)을 받은 후 최단 기간 폐업한 상위 100곳의 폐업 소요 일수는 평균 30.5일로 집계됐다. 대출 실행 한 달 만에 장사를 그만둔 셈인데, 정책 자금 지원 사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진공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 7월까지 폐업 소요 기간이 가장 짧은 100개사의 직접 대출 금액은 총 15억6500만원이다. 이들의 대출액은 1000만~7000만원으로 폐업까지 걸린 시간은 30~31일로 나타났다. 5곳 중 1곳은 대출 잔액 비율이 70%가 넘었다.

업종별로는 숙박 및 음식점업이 49곳으로 가장 많았고 ▲서비스업(23곳) ▲도소매업(14곳) ▲제조업(7곳) ▲기타(2곳) 순이었다. 정책 자금 프로그램으로 집합금지업종소상공인임차료융자, 소상공인고용연계융자지원, 재도전특별자금, 혁신성장촉진자금, 희망대출 등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연도 정책 자금을 받은 뒤 폐업을 신고한 사업체 수 및 대출금은 ▲2021년 6969곳·759억원 ▲2022년 1만279곳·1132억원 ▲2023년 3682곳·1035억원 ▲2024년 2313곳·604억원이었다. 올해는 지난 7월 기준 793곳·214억원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정책 자금 전체 지원 금액 및 건수는 코로나19가 절정이던 2021년 3조7610억원(22만6632건)을 찍고 2022년 3조3082억원(17만4534건), 2023년 2조9459억원(8만951건)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3조5591억원(10만6752건)으로 상승했다. 올해 1~7월은 3조5455억원(10만2010건)으로 이미 작년 수준에 도달했다.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국회의원. (사진=허성무 의원실 제공). 2025.10.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국회의원. (사진=허성무 의원실 제공). 2025.10.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같은 초단기 폐업의 원인으로는 신속 집행에 치우친 간이 심사 방식과 이를 파고든 일부 소상공인들의 제도 악용, 소진공 내 담당 인력 부족 등이 꼽힌다. 소진공의 지역센터에서도 정책 자금 문의를 담당하고 있지만 주무 부서인 본부 금융지원실 인원은 20여명에 불과하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종의 도덕적 해이 현상이다. 실제로 영업이 잘 되는지를 매출과 영업 이익만 비교해도 막을 수는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접수 과정에서 브로커가 관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도 심사 투명성을 저해하고 있다. 허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올해 6~8월간 불법·부당 광고 등으로 의심되는 정책 자금 홍보 사례 151건이 적발됐다.

지난해 소진공이 적발한 허위 서류 작성 등 악의적 폐업(또는 의심) 사례는 총 23건으로 융자 금액은 5억4000만원이다. 작년 10월 수사를 의뢰해 현재 검찰 단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소진공 관계자는 "다른 사업으로 전환하거나 법인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며 "정책 자금 신청·약정 시 폐업 여부를 검증하고 있으며, 성과 및 건전성을 관리하고자 매년 말 당해 연도 융자 업체 폐업 현황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최소한의 검증 절차 확대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지금은 소상공인 증빙만 하면 대출을 쉽게 해주고 있다"며 "금융 기관에서 관리되고 있는 아주 기본적인 데이터라도 확보해서 AI를 이용한 방식으로 한 번 더 확인하고 빌려주거나 폐업 패키지로 돌리는 식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허 의원은 "소진공은 정책 자금 집행 한 달 만에 다수의 사업자가 폐업했다는 자료 추출은 처음이라는 입장을 전했다"며 "지원 사업이 목적에 맞게 실시되고 있는지 아니면 실적 제고를 위한 '묻지마 집행'으로 이뤄지고 있었는지 국정 감사에서 현미경 검증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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