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신간] 평양엔 '냉면노조'가 있었다…'냉면의 역사'

등록 2025.10.14 08:00:00수정 2025.10.14 08:18:2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 냉면의 역사 (사진=푸른역사 제공) 2025.10.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냉면의 역사 (사진=푸른역사 제공) 2025.10.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신라 진흥왕이 어느 여름날 북부 국경 지대로 순찰을 나갔다. 무더위에 가져 갔던 궁중 음식이 모두 상해 먹을 수가 없게 됐다.

이에 신하들이 산속에 사는 화전민 음식인 메밀국수에 얼음 두어 개를 띄워 진흥왕에게 올렸다. 이것이 냉면의 기원이다.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명예교수 강명관은 이 전설에서부터 시작해, 진주냉면의 부활과 물냉면의 등장, 지역별 냉면의 변화를 따라가며 냉면의 역사를 정리했다. 그는 신간 '냉면의 역사'(푸른역사)에서 문학, 과학, 경제, 사회적 시선으로 냉면이라는 음식이 품고 있는 다양한 의미를 풀어낸다.

냉면의 대중화는 단순히 맛의 전파만이 아니었다. 사회적 문제와도 얽혀 있었다.

냉면에 올린 돼지고기 부패로 식중독이 늘어나자 해방 직후 1946년 냉면 제조 및 판매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1940년엔 업자들이 냉면 가격 동결을 피하기 위해 양을 줄이자 조선총독부가 냉면 가격과 국수 양을 정하는 일도 벌어졌다.

반죽꾼, 발대꾼, 앞자리, 고명꾼에 배달부까지 냉면 노동자들이 늘면서 권익 확보를 위한 노조도 결성된다. 1925년 평양에서 105명의 면옥 노동자가 참여한 최초 면옥노동조합이 결성돼 그해 임금인상을 위한 파업을 시작했다.

강 교수는 당시 노동자들의 요구 조건부터 투쟁 과정, 그리고 다른 지역의 유사한 활동까지 세세히 추적했다.
 
'냉면의 역사'는 음식 자체뿐 아니라 그 음식을 만든 사람들, 그것을 둘러싼 제도와 문화까지도 조명한다.

책은 15세기 조리서 '산가요록', '음식디미방'', '계미서' 등의 고문헌을 통해 선조들의 국수 조리법을 살펴보고, 냉면이 처음 문헌에 등장한 조선 인종 시기의 기록도 소개한다. 이 문건의 '묵재일기'에는 "냉면을 먹었더니 발바닥이 차가워졌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고려 문인 이색이 회화나무 잎 즙이 들어간 '도엽냉도'를 노래한 시, 조선 후기 장유가 쓴 '자줏빛 장물 냉면' 시, 이광수의 여행기 '남유잡감', 이효석의 에세이 '유경식보' 등에도 냉면에 관한 묘사가 등장한다.

냉면은 단순한 여름 별미가 아니다. 이 한 그릇에는 한국의 역사, 사회, 계급, 그리고 민중의 삶이 녹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