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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다이어트 '만능약' 둔갑, SNS가 부추겨…중독 등 부작용 심각[ADHD 치료제 오남용①]

등록 2025.11.01 06:00:00수정 2025.11.01 06: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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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치료제 '콘서타' 등 오남용 사례 늘어

체중감량·집중력 향상 목적…10·20대서 확산세

전문가 "오남용 시 부작용과 중독 위험 커"

[서울=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다솜 김윤영 수습 기자 = #1. "과잉행동을 자주 한다고 얘기해서 받은 거예요. 살 빼려고 먹는다고 하면 의사가 처방 안 해줄 것 같아서요."

취업준비생 최모(26)씨는 3개월 전부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중 하나인 '콘서타' 36㎎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우연히 엑스(X·옛 트위터)에서 ADHD 치료제를 먹으면 식욕이 줄어 체중감량 효과가 있다는 후기를 접한 이후부터다.

어릴 적부터 통통한 체격이었던 최씨는 체중에 대한 부모님의 잔소리에 시달리는 등 다이어트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오래 받아왔다. 그는 "약을 먹은 뒤로 멍하고 졸렸지만 위고비보다는 가격이 저렴해 선택하게 됐다"며 "ADHD 치료제 복용도 선택의 한 수단이라 생각한다. 결과가 좋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 고등학생 2학년인 윤모(17)씨는 부모님의 권유로 성적 향상을 위해 ADHD 치료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병원에 방문해 정밀 검사를 받은 윤씨의 진단 결과는 ADHD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의사는 "원한다면 약을 줄 수 있다"며 윤씨에게 메디키넷과 콘서타를 처방해줬다.
 
그는 "주변에 공부 잘하는 친구도 많고 성적에 대한 부모님의 압박이 심해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며 "집중이 될 때는 편하기도 하고 신기했지만 입마름, 메스꺼움, 심장 두근거림 등 부작용이 심해 부모님 몰래 버린 적도 많다"고 말했다.

ADHD 치료제 처방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ADHD 치료제를 치료 목적이 아닌 체중 감량이나 학업 집중 수단 등으로 오남용하는 사례도 늘면서 우울, 중독 등 부작용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ADHD 치료제 주요 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의 처방 환자 수는 지난 2020년 14만259명에서 지난해 33만6810명으로 5년간 약 2.4배 증가했다.

특히 ADHD 치료제의 부작용에는 두통, 가슴 두근거림, 식욕부진 등이 일반적인데 이 중 식욕부진으로 체중감량에 성공했다는 사례가 SNS에서 공유되고 있다. 실제로 X를 비롯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이어트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콘서타 처방받음" "위고비보다 콘서타가 더 강력한 듯" 등의 글이 게시됐다.

청소년 중에는 ADHD 치료제를 '집중력 높이는 약'으로 인식하고 성적 향상 목적을 위해 복용한 경우도 다수 있었다. 지난 8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9세 이하의 메틸페니데이트 처방 환자 수는 2020년 6만5685명에서 2024년 15만3031명으로 약 2.3배 증가했다.

메틸페니데이트는 집중력 및 인지기능과 관련이 있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농도가 부족한 ADHD 환자들에게 집중이 잘되도록 정상인과 같은 뇌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투약 초반에는 높은 고양감과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도파민 수용체 감소로 인한 우울, 흥미 감소로 인한 무기력증 같은 후유증을 느끼게 된다. 또 망가진 도파민 수용체의 영향으로 더 높은 농도의 도파민에 대한 갈망이 생겨 정신적 의존성과 내성을 유발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ADHD 치료제를 기타 목적으로 복용할 경우 중독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유사한 효과 혹은 부작용을 갖고 약을 복용하는 것은 명백한 오용"이라며 "비 ADHD 환자가 약을 복용할 시 부작용 발생뿐만 아니라 중독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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