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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 무슬림 뉴욕시장' 맘다니…진보의 태풍 vs 양날의 검

등록 2025.11.05 12:07:47수정 2025.11.05 12: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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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출생, 7살때 뉴욕 이주…소외 계층에 관심

경선서 깜짝 승리…"생활비, 주거 불안정 해결" 공약

민주당 '양날의 검'…"美전역으로 확대 해석 말아야"

[뉴욕=AP/뉴시스] 조란 맘다니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가 3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11.05.

[뉴욕=AP/뉴시스] 조란 맘다니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가 3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11.05.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미국 뉴욕시장에 정치 신예 조란 맘다니(34)가 당선됐다고 4일(현지시간) AP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34세 정치 신인이 돌풍을 일으켰고, 첫 무슬림 뉴욕시장이 탄생했다. 미국 정가에서는 맘다니가 어떤 인물이고, 그의 당선이 어떤 의미가 있는 지 등을 주목하고 있다.

맘다니는 미국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 뉴욕에서 높은 생활비와 주거 불안정 문제 해결을 약속하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지방선거에서 신예 진보정치인이 돌풍을 넘어 태풍을 일으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 패배 후 전열을 정비하지 못 한 민주당으로선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1년 앞두고 기세를 반전할 기회가 될 전망이다. 다만 맘다니의 급진주의 노선을 놓고 당내 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내부 분열이 계속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1991년 우간다서 태어나 7살때 뉴욕 이주…소외 계층에 관심

맘다니는 불과 일년 전까지만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정치 신예다.

1991년 우간다 캄팔라에서 인도계 미국인 영화감독 미라 나이르와 우간다·아시아계 학자 마흐무드 맘다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 모두 하버드대 출신이다.

맘다니는 남아공에서 자란 뒤 7살 때 뉴욕으로 이주했다. 브롱크스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메인주 보딘 칼리지에서 아프리카학을 전공했다. 재학 시절 '팔레스타인 정의를 위한 학생회' 캠퍼스 지부를 공동 설립했다.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가진 직업은 주택 상담사였다. 공식 이력에 따르면 퀸즈 전역의 저소득층 유색인종 주택 소유주들이 퇴거 위기에 맞서 싸우도록 돕는 일을 했다.

2010년대 중반 정치 캠페인에 참여하기 시작하며 정계에 뛰어들었다. 뛰어난 업무 윤리로 동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한다.

2020년 퀸즈 자치구 36선거구의 뉴욕주 하원의원에 선출된 후 2022년, 2024년 연달아 당선에 성공했다.

[ 뉴욕= AP/뉴시스] 뉴욕시 민주당 시장 후보 조란 맘다니가 라가르디아 공연예술센터에서 열린 후보 토론회에서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발언하고 있다. 2025.11.04.

[ 뉴욕= AP/뉴시스] 뉴욕시 민주당 시장 후보 조란 맘다니가 라가르디아 공연예술센터에서 열린 후보 토론회에서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발언하고 있다. 2025.11.04.


부모로부터 불평등과 불의에 대한 예민한 인식을 교육받았다고 한다. 뉴욕매거진 칼럼니스트 로스 바칸은 "맘다니는 특권층에서 자랐지만, 그런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달리 항상 자신보다 불우한 사람들에 대해 걱정했다"고 말했다.

맘다니를 10년간 알고 지냈고 현재 수석 변호사로 활동하는 알리 나지미 변호사는 "맘다니는 뉴욕 특유의 활기 넘치는 분위기를 풍긴다"며 "정계에서 그를 능가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경선서 깜짝 승리…"생활비, 주거 불안정 해결" 공약

맘다니는 지난 6월 민주당 뉴욕시장 경선에서 거물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43%대 36%로 이겨 이변을 일으켰다.

유세 기간 유권자들에게 생활비 부담 완화와 주거 불안정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 임대료 동결 및 공공주택 확대, 시(市) 운영 저가 식료품점 설립, 생후 6주~6세 아동 무상 교육, 최저임금 인상 등 공약을 내걸었다.

재원은 부유층 및 기업 증세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했다. 연 소득 100만 달러를 초과하는 뉴욕시민에게 2%의 소득세를 추가 부과하고, 법인세를 11.5%로 인상해 약 50억 달러 세수를 확보하겠다고 했다.

인종과 민족 그룹을 망라해 젊고 교육수준이 높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특히 높은 지지를 받았다. 지난해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패배한 직후 흑인, 무슬림, 라틴계 시민과 만나며 민심을 들었다.

배우자는 브루컬린에 거주하는 시리아 출신 예술가 라마 두와지(27)로, 데이팅앱으로 만났다.

[뉴욕=AP/뉴시스] 조란 맘다니가 지난 6월 25일(현지 시간)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2025.11.04.

[뉴욕=AP/뉴시스] 조란 맘다니가 지난 6월 25일(현지 시간)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2025.11.04.


공화당, '급진주의' 공세 확장할 듯…"美전체로 확대 해석 말아야" 지적도

맘다니 당선은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혼란에 빠진 민주당으로선 일단 긍정적이다. 다만 민주당이 어떤 길을 가야하는지 내부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내 갈등이 과열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가 추구하는 진보적 포퓰리즘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요구와 함께 정치적 중도 노선을 고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주당 내 혼재됐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맘다니를 "100% 공산주의 광신자"라며 급진주의자 프레임을 씌우는 만큼, 보수 성향 지역의 유권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마이크 롤러 공화당 하원의원(뉴욕)은 "급진적이며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인물이 90억 달러 세금 인상을 추진한다"며 "기업과 주민들의 뉴욕 대탈출을 초래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뉴욕 출신의 제이크 딜레마니 정치 전략가는 FT에 "옳든 그르든 공화당은 맘다니를 새로운 공포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며, 전국 다른 지역의 민주당원들에겐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AP/뉴시스] 조란 맘다니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가 지난 8월 7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1.04.

[뉴욕=AP/뉴시스] 조란 맘다니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가 지난 8월 7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1.04.


일각에선 뉴욕 선거 결과를 미국 전체로 확대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뉴욕시는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경쟁 상대였던 에릭 애덤스 현 뉴욕시장과 쿠오모 전 주지사가 부패와 성추행 의혹으로 타격을 입은 상황이어서 맘다니에게 유리했다는 평가도 있다.

딜레마니는 "이번 선거 역학은 매우 독특해 다른 지역에서도 재현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지나친 결론을 내리진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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