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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초계기 포항 추락사고 원인 끝내 못 밝혔다…"복합적 요인으로 발생"

등록 2025.11.13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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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일 해상초계기 추락사고 조사결과 발표

비행 중 통제불능 상태로 추락하는 '실속' 발생

비행기록장치 미탑재·음성저장장치 훼손으로 원인 못 밝혀

[서울=뉴시스] 해군은 지난 29일 경북 포항에서 추락한 해상초계기(P-3)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30일 공개했다. 사고 당시 탑승했던 승무원 4명이 숨졌다. 이들은 4명은 정조종사 고(故) 박진우 중령(이하 진급된 계급), 부조종사 고 이태훈 소령, 전술사 고 윤동규 상사, 전술사 고 강신원 상사다. (사진=공군 제공) 2025.05.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해군은 지난 29일 경북 포항에서 추락한 해상초계기(P-3)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30일 공개했다.

사고 당시 탑승했던 승무원 4명이 숨졌다. 이들은 4명은 정조종사 고(故) 박진우 중령(이하 진급된 계급), 부조종사 고 이태훈 소령, 전술사 고 윤동규 상사, 전술사 고 강신원 상사다. (사진=공군 제공) 2025.05.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해군이 지난 5월 29일 경상북도 포항에서 발생한 해상초계기(P-3CK) 추락사고 원인을 끝내 밝히지 못했다. 사고기가 비행기록장치(FDR)가 탑재되지 않았던 기종인데다가 그나마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음성녹음저장장치(CVR) 또한 추락 당시 파손됐기 때문이다.

이에 해군은 사고 이후 6개월 가량 P-3 항공기 훈련용 시뮬레이터로 당시 상황을 재연하는 등 조사를 진행한 결과 기계적, 인적, 환경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해군은 13일 용산 국방부 기자실에서 조정권 민관군 합동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해상초계기 사고 조사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해군에 따르면 사고기는 항법훈련, 포항기지 이착륙 훈련 및 인원이송을 위해 모기지인 제주기지를 이륙해 포항비행장에 착륙했으며 계획된 이착륙 훈련 및 제주기지 복귀차 이륙했다.

당시 사고는 1차 이착륙 훈련을 마치고 2차 이착륙 훈련을 위해 이륙해 상승선회 중 선회각이 커지고, 급강해 포항기지 활주로 끝단에서 동남쪽 1.6㎞ 지점에 추락하며 발생했다.

해군 관계자는 "사고 당시 비행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음성녹음장치를 수거해 복구하려 했으나 지상충돌 충격과 화재로 인한 손상이 심해 복구하지 못 했다"며 "당시 관제레이다 상에도 사고구간이 음영구역이어서 관련 항적이 없어 비행상황을 분석하는 데는 사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사고 항공기는 비행기록장치가 장착돼 있지 않은 기종이라 비행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자료는 기지경계용 CCTV 영상자료가 유일했다는게 해군 측 설명이다.

해군이 CCTV를 분석한 결과 사고기는 이륙상승 단계에서는 속도, 고도 및 자세가 정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상승선회 단계에서부터 정상비행보다 속도가 점점 느려졌고 고도상승이 미미해졌다. 이에 양력이 급격히 감소하는 '실속'이 발생했고 조종불능상태에 돌입했다.

이번 사고의 주된 원인이 비행기가 힘이 딸려 통제불능 상태로 추락하는 실속이 발생한 것인데 해군은 실속에 접어들게 된 원인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해군 관계자는 "엔진, 프로펠러, 여료, 조종 및 유압계통 등을 조사한 결과 모든 계동은 지상충돌전까지 작동하고 있었다"면서도 "엔진 조사 과정에서 1번 엔진의 파워터빈 1단에서 내부이물질에 의한 손상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기 엔진 특성상 내부이물질을 먹더라도 순간적으로 출력의 변화를 줄 수 있지만 거버너 장치가 작동해 엔진의 출력을 정상화하는 기능이 있다"며 "그러다 보니 출력의 변화는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1번 엔진에서 내부이물질에 의한 파손이 있었지만, 이로 인해 실속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해군 관계자는 "사고기 기종은 실속 경보장치가 장착돼 있지 않고, 받음각 지시계의 위치가 조종사가 눈으로 즉시 보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등 실속에 대처하기 위한 물리적 경고 장치가 부족했다"며 "이는 조종사로 하여금 실속징후 인지 확률을 저하시키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받음각 지시계는 비행기가 양력을 받기 위해 바람 방향에 날개가 어떤 각도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장치를 말한다. 최신 비행기들은 조종사와 부조종사가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사고기는 조종사 우측 아래에 위치해 있어 조종사 뿐만 아니라 부조종사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해군 관계자는 "실속이나 난류를 맞이하게 되면 선체에 진동이 발생한다"며 "사고기는 실속 경보장치가 없다 보니 이 진동이 난류에 의한 것인지 실속에 의한 것인지를 조종사가 판단하기 어려웠던 점도 사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포항=뉴시스] 이무열 기자 = 29일 오후 1시 52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신정리 인근 한 야산에 해군 항공사령부 소속 P-3 해상초계기가 추락해 군과 소방 당국 등 관계기관이 현장 수습을 하고 있다. 2025.05.29. lmy@newsis.com

[포항=뉴시스] 이무열 기자 = 29일 오후 1시 52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신정리 인근 한 야산에 해군 항공사령부 소속 P-3 해상초계기가 추락해 군과 소방 당국 등 관계기관이 현장 수습을 하고 있다. 2025.05.29. [email protected]


이번 사고기에 탑승한 조종사와 부조종사는 비행교범에 수록된 실속 회복훈련과 조종불능 회복훈련을 미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해군은 실속 접근징후 인지 및 회복절차 수행능력 부족으로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해군 관계자는 "교범상에는 훈련을 하도록 돼 있으나 미 해군에서 최초로 교육과정지침서가 들어왔을 때 그런 훈련들이 빠져 있었다"며 "그러다 보니 계속해서 타성을 갖고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CCTV상 지면충돌 직전 조종사는 회복조작을 수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저고도에서 깊은 강하각으로 진입함에 따라 회복에 필요한 여유 고도가 부족해 결국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군 관계자는 "사고기를 보면 약 950피트(290m)에서 실속이 발생했고, 이후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며 "개인적으로 1000피트(305m)만 더 높이 있었더라며 회복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박진우 중령, 이태훈 소령, 윤동규 상사, 강신원 상사가 순직했다. 이들은 사고 발생 다음날인 5월 30일 해군본부 보통전공사상 심사위원회에서 순직이 결정됐고 직후 1계급 추서 진급됐다.

해군은 "다시 한번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조의를 표한다"며 "이번 사고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심심한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해군은 비행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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