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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든 소비·사라지는 논…쌀 생산 40여년 새 '반토막' 났다[세쓸통]

등록 2025.11.16 10:00:00수정 2025.11.16 1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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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쌀생산량 353.9만t…80년대比 40% 이상↓

쌀 소비 감소가 원인…쌀 대신 빵·면·즉석식품

정부, 쌀 과잉공급에 '적정 생산' 체계 구축

벼 재배면적, 67.8만㏊…2003년 대비 37.4%↓

[이천=뉴시스] 김종택 기자 = 사진은 제24회 이천 쌀 문화축제가 열린 지난달 22일 경기 이천시 모가면 이천농업테마공원에서 초대형 가마솥에 2000인분 쌀밥 짓기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2025.10.22. jtk@newsis.com

[이천=뉴시스] 김종택 기자 = 사진은 제24회 이천 쌀 문화축제가 열린 지난달 22일 경기 이천시 모가면 이천농업테마공원에서 초대형 가마솥에 2000인분 쌀밥 짓기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2025.10.22.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 들어보셨죠? 삼시세끼의 중심은 늘 밥이었고, '쌀의 민족'이라는 표현도 자연스럽게 따라붙던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이 오래된 상징이 점점 현재와 멀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쌀을 덜 먹고 있고, 소비 감소가 논 면적 및 쌀 생산의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3일 발표한 '2025년 쌀 재배면적 및 생산량 조사'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53만9000t으로 지난해보다 1.3%(4만5000t) 줄었습니다.

지난 2022년부터 4년 연속 감소세인데요, 이런 생산량 하락세는 비단 근래의 현상이 아닙니다. 30년 넘게 이어져 온 구조적 하락입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엔 매년 500만~600만t의 쌀을 생산했고, 1988년에는 605만t으로 정점을 찍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2000년대에 400만t대로 내려왔고, 2020년대에는 350만t대가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쌀 생산량은 1980년대 후반 대비 거의 40% 넘게 줄어든 상태입니다.
[서울=뉴시스] 13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전년보다 1.3% 줄어든 353만9000t으로, 2022년 이후 4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전략작물직불제 등 쌀 적정생산 정책 등에 따라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13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전년보다 1.3% 줄어든 353만9000t으로, 2022년 이후 4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전략작물직불제 등 쌀 적정생산 정책 등에 따라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최근 10년만 봐도 2015년 생산량은 432만여t이었으나, 올해는 353만t 수준으로 약 18%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해당 기간 2021년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증가한 적이 없습니다.

생산 감소의 근본 원인은 소비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입니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01년 88.9㎏에서 올해 55.8㎏으로 줄었습니다. 20여년 만에 약 33㎏(-37%) 감소한 것입니다.

특히 2001년부터 2024년까지 단 한 해도 늘어난 적이 없고, 매년 소폭이든 대폭이든 꾸준히 감소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 배경에는 단순한 식습관 변화 이상의 구조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먼저, 쌀 대신 빵·면·즉석식품을 찾는 비중이 늘면서 한국인의 탄수화물 섭취원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1인 가구와 고령 가구가 증가해 '밥상 규모'가 작아진 데다, 외식과 배달음식 중심의 소비 패턴도 쌀 소비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저탄수화물·고단백 선호 등 건강·다이어트 트렌드 변화까지 겹치면서 쌀의 소비 기반이 약화됐습니다. 여기에 인구 감소까지 맞물리면서 쌀 소비는 더 이상 과거처럼 회복될 여지가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처럼 쌀 공급량 대비 소비량이 줄어드니 재고가 쌓이고 가격이 요동치는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사진은 지난달 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빵이 진열돼 있는 모습. 2025.10.09.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사진은 지난달 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빵이 진열돼 있는 모습. 2025.10.09. [email protected]


실제로 소비 감소 속에서도 생산이 유지되던 시기에는 과잉 공급으로 쌀값이 급락해 정부가 시장격리를 실시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반대로 기상 악화로 생산이 일시적으로 줄면 가격이 다시 급등하는 등 불안정한 수급 구조가 되풀이된 것입니다.

결국 정부는 수요에 맞춘 '적정 생산 체계'를 만들지 않으면 쌀 시장 안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벼 재배면적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쌀 대신 밀·콩·조사료 등 다른 작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본격화했습니다.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보다, 수요에 맞춰 생산 기반 자체를 재조정하는 ‘구조 개편'에 나선 것입니다.

대표적인 정책엔 전략작물직불제와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 등이 있습니다.

전략작물직불제는 쌀 과잉생산 해소를 위해 정부가 2023년부터 도입한 제도로, 논에 콩·밀·조사료 등을 심을 경우 추가 직불금을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은 2018년부터 운영돼온 정책으로,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보조금을 지원해 재배면적을 줄이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사진은 지난 9월 23일 경기 평택시 현덕면 구불구불한 다랑이 논에 수확을 앞둔 벼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는 모습. 2025.09.23. jtk@newsis.com

[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사진은 지난 9월 23일 경기 평택시 현덕면 구불구불한 다랑이 논에 수확을 앞둔 벼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는 모습. 2025.09.23. [email protected]


이 같은 정책들로 인해 재배면적은 지난 20여 년새 ⅓ 넘게 줄었습니다. 실제 올해 벼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2.9% 감소한 67만8000㏊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2003년 108만3000㏊였던 것과 비교하면 37.4% 줄어든 수치입니다.

이처럼 벼 재배를 줄이고 있음에도 다행스럽게도 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과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10a(아르: 100㎡)당 생산량은 전년(514㎏)보다 1.7% 증가한 522㎏인데요, 이는 2001년 516㎏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품종 개량, 병해충 관리 기술 고도화, 기계화·스마트농업 도입 등이 확대되면서 재배 면적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당 수확량은 과거보다 안정적이거나 오히려 높아진 해도 적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쌀 생산 기반이 양보다 '질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한국인의 식탁에서 쌀의 상징성은 여전히 크지만, 현실의 소비·생산 구조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쌀 소비 감소는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입니다. 그 속에서 가격 안정·생산 기반·식량안보라는 세 가지 숙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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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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