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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일본은 변화, 중국은 질주…한국 車 산업 어디로

등록 2025.11.17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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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이달 초 막을 내린 '재팬 모빌리티쇼 2025'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그룹 회장이 최상위 브랜드 '센추리(Century)'를 소개하던 도중 갑자기 울컥한 순간이었다.

"동료들과 함께 센추리를 세워 나가겠다"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목소리는 떨렸고, 현장에 있던 직원들뿐 아니라 전시장을 찾은 일본 시민들까지 숨을 죽였다.

한 기업인의 단순한 감정 토로가 아니라, '잃어버린 30년'으로 표현되는 일본의 긴 불황 속에서 다시 한번 뭉치려는 일본 제조업의 분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키오 회장은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 '모리조'라는 드라이버 명으로 더 유명하다. 만 69세의 나이에도 테스트 코스에서 차량의 한계를 직접 확인한다.

몇 년 전 GR야리스를 몰다 전복 사고를 당했을 때도 토요타는 그의 사고를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깨진 앞 유리와 구겨진 차체를 GR 브랜드의 철학을 상징하는 오브제로 보란 듯이 전시했다. 이 사고 이후 차량은 더욱 보완돼 한층 안전해졌다.

부족함을 숨기지 않고, 현장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아키오 회장의 자세는 경기 침체를 딛고, 다시 일어서려는 일본 자동차 업계의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

일본이 '부흥'을 외치며 재정비에 나서는 사이, 중국 전기차 산업은 폭발적인 속도로 질주하며 한국의 주력 산업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유럽에선 이미 중국 BYD가 테슬라의 빈틈을 파고 들었고, 중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 시장에서도 지리자동차와 체리자동차 등 중국 브랜드가 빠르게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배터리 기술과 소프트웨어 역량, 자율주행 알고리즘 등 미래차 핵심 영역의 완성도를 눈에 띄게 높이고 있다. 전기차 전환의 파고 속에서 한국이 수십 년 쌓아온 '자동차 강국'의 위상도 안심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현장에서 크게 다가왔다.

한국 기업들 역시 나름 움직임은 보이고 있다.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간 열린 이른바 '깐부 회동', 이어진 한·미 통상 협상 타결과 후속 조인트 팩트시트(JFS)는 산업계가 다시 연대의 감각을 되찾으려는 신호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 자동차 산업의 변화와 약진은 한결 두드러진다. 이런 두 나라 사이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은 앞으로 어떤 방향과 리듬을 선택할 지 고민스러울 수 있다.

현장에서 기자가 뚜렷하게 체감한 것은 아키오 회장의 '모리조'식 태도다. 부족함을 숨기지 않고, 필요한 변화라면 몸으로 먼저 확인하는 리더의 에너지. 한국 자동차 산업이 지금 필요한 것도 바로 그런 결기와 집중력인지 모른다.

머뭇거리면 뒤처지고, 움직이면 판을 바꾼다. 현장은 이미 한국 자동차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말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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