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 '신정동 연쇄살인' 해결에도…'개구리 소년' 등 미제건 남아
경찰, 살인 미제 275건 수사 중
"역사적 소명의식…끝까지 규명"
![[서울=뉴시스] 21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2005년 발생했던 부녀자 연쇄살인의 범인을 특정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발견 장소 인근에서 경찰들이 수사하고 있다. (사진=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제공) 2025.11.21.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11/21/NISI20251121_0001999699_web.jpg?rnd=20251121175459)
[서울=뉴시스] 21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2005년 발생했던 부녀자 연쇄살인의 범인을 특정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발견 장소 인근에서 경찰들이 수사하고 있다. (사진=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제공) 2025.11.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믿을 수 없었다. 가족을 살해한 사람을 20년 만에 찾았다. 죽은 채로. 처음에 찾아온 건 당황스러움이었다. 경찰은 차근차근 수사 과정을 설명했고 그제야 진범이 누군지 알게 됐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었다.'
경찰이 설명한 '신전동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 유족의 반응을 재구성한 내용이다. 서울경찰청 미제사건 전담팀은 20년 만에 범인을 특정했다. 비록 피의자는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종결 예정이지만, 캐비닛 속에 잠자고 있던 사건 하나가 세상으로 나온 셈이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신정동 연쇄살인'을 제외한 살인 관련 미제사건은 275건이다. 이 중 2015년 7월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이전에 발생한 사건 중 일부는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됐지만 경찰은 계속 수사 중이다.
포기하지 않은 경찰, 끝내 해결한 미제사건들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은 용의자 2명이 21년 만에 붙잡혔다. 이들은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께 대전 서구 둔산동에 있는 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수송차량 속 현금 3억원이 들어있던 가방을 챙겨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권총으로 은행직원을 살해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사건 당시 현장에 남아있던 DNA와 이들의 DNA가 일치했다는 사실을 찾아내 용의자를 특정했다. 대법원은 2023년 이들에게 무기징역형을 확정했다.
범인 중 1명이 전주북부경찰서(현 덕진경찰서) 금암2파출소 건물 담을 넘어 후문으로 침입해, 백 경사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뒤 권총을 탈취한 사건 범인인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또 '남촌동 택시 강도살인 사건' 범인 2명도 16년 만에 검거됐다. 이들은 지난 2007년 7월 1일 오전 3시께 인천 남동구 남촌동 제2경인 고속도로 남동고가 밑 도로변에서 택시기사를 상대로 금품을 빼앗은 후 살해했다.
경찰은 범죄 관련성이 의심되는 차량을 990여대로 압축하고, 소유주 약 2400명을 직접 찾아다니며 면담했다. 결국 범인들이 검거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피고인 두 명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반면 범인 자백을 끌어내 해결한 미제사건도 있다.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주목받은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이다. 한때 지역명을 따 '화성 연쇄살인 사건'으로 불렸다. 지난 2019년 33년 만에 피의자가 특정됐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은 불가하다.
수사는 1986년 9월 15일 경기 화성시 태안읍의 한 목초지에서 하의가 벗겨지고 목이 졸린 71세 노인 시신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10건의 살인사건이 차례로 발생하는 동안 경찰은 총 200만명이 넘는 인원을 투입해 용의자와 참고인 등 2만1280명을 조사했지만 끝내 범인 검거에 실패했다.
공소시효 이후에도 수사를 이어간 경찰은 2019년 사건 증거물에서 이씨 DNA가 검출됐음을 확인했다. 이씨는 처음에 범행을 부인했다.
하지만 처제를 성폭행·살해·시신유기하는 등의 범죄로 무기징역형을 복역 중이던 이씨는 가석방이 불가능해진 걸 알고 살인 14건과 강간 34건을 자백했다. 이 중 일부가 이씨 범행으로 확인됐다.
아직 해결 필요한 사건도 남아…"역사적 소명"
영화 '아이들…'의 실제 사건인 '개구리 소년 사건'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던 1991년 3월 26일 대구에서 도롱뇽알을 잡겠다며 집을 나선 다섯 명의 초등학생이 11년 뒤 유골로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경찰과 군을 대대적으로 투입해 현장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전국적으로 수배 전단을 배포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끝내 아이들의 사망 원인조차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채 2006년 3월 25일에 공소시효 15년이 만료되며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또 영화 '그놈 목소리'로 잘 알려진 '이형호군 유괴 살인 사건'은 1991년 1월 29일 화요일 18시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던 이형호(9)군이 30대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유괴돼 살해당한 사건이다.
당시 유괴범은 이군 가족에게 60차례가 넘는 협박 전화로 수천만원의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범인의 협박전화에서 나온 목소리가 증거로 남았지만, 2006년 1월 28일에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한편, 21일 신정동 연쇄살인 범인 특정을 브리핑한 신재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4팀장은 "앞으로도 경찰은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살인범은 저승까지 추적한다'는 각오로, 장기미제 사건의 진실을 범인의 생사와 관계없이 끝까지 규명하겠다"고 했다.
이어 "오랜 시간 경찰을 믿고 기다려주신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신 팀장의 말처럼 진실이 밝혀져 유족의 오랜 기다림이 끝나는 날에서야 이들은 상실에 대한 애도를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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