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명예훼손' 가처분에 현수막 철거 후 다시 게시…대법 "처벌해야"

등록 2025.11.24 06: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명예훼손 현수막 게시 혐의…가처분 이후 문구 바꿔 걸어

1·2심 "포괄일죄 해당" 공소 기각…대법 "범의 갱신" 파기

[서울=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25.11.24. (사진 = 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25.11.24. (사진 = 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법원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돼 현수막 게시를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받은 이후 문구를 바꿔 현수막을 다시 게시했다면 별개 범죄로 보고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최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60대 김모씨에 대한 상소심에서 공소 기각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2018년 4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서울 서초구 하이트진로 사옥 앞에서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가 게시한 현수막에는 '언론을 매수해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다', '기사가 사라졌다 올라오기를 반복하다 블라인드 처리해 기사댓글을 조작했다' 등 허위 사실을 담은 것으로 조사됐다.

쟁점은 김씨가 법원으로부터 가처분 결정을 받은 이후 문구를 바꿔 다시 유사한 범행을 저질렀는데, 이를 포괄일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포괄일죄는 범행이 수차례 있었어도 범죄 의도가 단일하고 시간·장소가 연관성이 있으며, 범행 방법에도 동일성이 인정되면 하나의 죄로 보고 처벌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씨는 앞서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같은 장소에서 허위 사실을 적시해 하이트진로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2심 재판 중 해당 판결이 확정됐다.

하이트진로는 선행 사건 진행 중 '김씨가 사옥 앞에서 현수막을 설치하는 것을 금지해달라'는 취지로 가처분을 냈다. 법원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의무를 위반할 경우 김씨는 하이트진로에 위반 행위 1일당 50만을 지급하라"고 했다.

김씨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 이후 현수막을 철거했다가 문구를 바꿔 다시 현수막을 게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1심과 2심은 범행에 시간 간격이 있긴 하지만 허위 사실을 적시한 현수막을 게시하는 방법의 범행이 계속됐다고 봤다. 이는 포괄일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A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선행 사건과 기소된 사건 사이에 범죄 의도의 갱신이 이뤄졌다고 보고 포괄일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라 피고인이 선행 현수막을 수거함으로써 피고인의 범행이 일시나마 중단되었고, 피고인은 위 가처분 결정에 따른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선행 현수막의 표현과는 다소 다른 내용의 이 사건 각 현수막을 새로 게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선행 사건 공소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 사이에는 범의의 갱신이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선행 사건 공소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은 포괄일죄로 볼 수 없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포괄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