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사라진 '인하 기조' 문구…희미해진 추가 인하 기대(종합)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 2025.11.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남주현 권안나 기자 = 한국은행이 매파적 색채를 한층 더 분명히 드러냈다. 이창용 총재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언급한 '통화정책 방향 전환' 발언도 단순한 원론적 언급에 그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금융통화위원회는 4차례 동결을 이어가면서 통화정책방향문에서는 '금리 인하 기조'를 과감히 삭제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대로 뛰어오르며 시장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는 옅어졌다.

한은 금통위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2.50%로 동결했다. 신성환 위원이 인하 소수의견을 냈지만, 나머지 금통위원 5명은 동결 의견을 피력했다. 다만 통방문에서는 "인하 기조" 문구가 사라졌다.  "인하 속도 결정" 문구는 "추가 여부 결정"으로 바뀌었다.

포워드가이던스에서의 3개월 인하 전망 의견도 축소됐다. 8월만 해도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3명으로 줄었다. 이 총재는 "당분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과 동결을 이어갈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풀이했다.

다만 이 총재는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그는 "현 시점과 3개월 뒤 전망을 이야기할 때 금통위원 중에서 어느 분도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하자고 하신 분은 없다"면서 "금리 동결기에서 인상기로 가는데는 평균 12개월 정도로 인하에서 갑자기 인상으로 가는 경우는 드물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그나마 남았던 내년 상반기 인하 기대를 밀어내는 매파적인 금통위였다는 평가를 내린다. 금통위 간담회를 소화하며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1.8bp 급등해 3.013%로 올랐다. 3%대 금리는 2024년 7월 31일 종가(3.004%)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3년물과 5년물 10년물도 각각 10.8bp, 11.3bp, 10.0bp 치솟았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총재의 외신 인터뷰는 해프닝이 아닌 한은 집행부 중심으로 시작된 것이 확인됐다"면서 "인하를 위해서는 금융불안정 안정화가 선결 조건으로 성장의 상방 대비 하방 리스크가 고조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당분간 동결할 것으로 수정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외신 인터뷰를 통해 통화정책에 대해 "방향 변화까지 데이터에 달렸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은의 경기에 대한 판단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읽혔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과 내년 성장률을 종전 0.9%와 1.6%에서 각각 1.0%와 1.8%로 높여잡았다. 내후년 성장률로는 1.9%로 더 높아질 것으로 봤다. 반도체 경기 호조시 내후년 성장률 전망치는 2.4%로 오를 것으로 봤다.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1%로 AI 확산 호재 시 2.2%로 전망됐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성장률과 물가 전망 상향, 그리고 포워드 가이던스에서의 변화를 감안하면 금통위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기준금리에 대해 금융 안정을 고려하면 중립금리 수준에 와 있다는 기자 간담회에서 한은 총재의 발언이 핵심적"이라고 풀이했다.

이 총재의 아웃풋갭 플러스 시점에 대한 언급도 시장의 추가 인하 기대를 꺾어놨다. 이 총재는 "현재 아웃풋갭은 음수지만, 빠르면 2026년 말 혹은 2027년 초며 늦으면 2027년 말"이라고 언급했다. 아웃풋갭은 실질GDP와 잠재GDP의 차이로 플러스는 실질이 잠재를 넘어선다는 의미로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을 낮춘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GDP갭해소 시점과 시장금리에 대한 평가는 다소 매파적이거나 현재 수준을 용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면서 "최소 내년 중에는 기준금리 변경이 없는 통화정책 휴지기가 길게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원·달러는 전일 오후 장 대비 0.7원 내린 1464.9원에 거래를 마쳤다. 금통위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지수(DXY)는 파운드화 강세에 99선 중반대로 하락했다.

이 총재는 환율 대응을 위한 국민연금 동원에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 "국민연금의 수익률 방어와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국민연금이 자산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참여한 거시적 관점에서의 '환헤지(외환 위험 회피)'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시중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아웃풋갭에 대한 언급은 특히 더 매파적이었다"면서 "빠르면 내년말 GDP갭이 없어진다는 발언에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며 마이너스라도 인상 가능하다는 해석까지 가능해졌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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