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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전, 20년 만에 전력 개편 시동…'망 중립' 에너지 고속도로 첫 단추

등록 2025.12.07 06:00:00수정 2025.12.07 06: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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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고속도로, 누구나 생산·소비 참여…개방적 전력망

SMP→LMP·혼잡비용 반영…한전의 가격 결정력 완화

망 중립성 위해 한전 독점 전력망 소유·운영 이관 검토

한전사장 "중립성 문제 제기 없도록…전향적으로 해소"

2001년 발전 경쟁 도입 후 '민영화 논란'…도매경쟁 좌초

전력시장 구조개편 재개되나…기후부, 개념 설명 나선다

김성환 "전력 판매 자유화까지…그 전체 테이블에 뒀다"

안산 시화호에 설치돼 345kV 신시흥 영흥 송전선로 철탑.(안산시 제공)

안산 시화호에 설치돼 345kV 신시흥 영흥 송전선로 철탑.(안산시 제공)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전력망 중립성 확보를 위해 망 소유를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고속도로'가 개방형 전력망을 의미하는 만큼, 한전의 전력망 독점 구조를 개편할 가능성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2001년 발전자회사 분할 이후 20여년 만에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드라이브가 걸리는 모양새다.

7일 전력 당국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4일 이런 내용의 '망 중립성 확보를 위한 합리적 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최근 태양광 발전 등 분산 발전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맞는 송·배전망 중립성 개념을 확립하기 위해서다.

전력망 중립성은 이재명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에너지 고속도로'의 첫 단추이기도 하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누구나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인 전력망을 말한다.

집 지붕에서 만든 태양광 전기가 남을 때 옆집에 판매하려면 누구나 전력망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기업 간 직접구매계약(PPA)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나머지 전력 거래는 모두 한전을 거쳐야 한다.
[수원=뉴시스] 경비실 지붕에 설치된 미니태양광 설비. (사진=경기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경비실 지붕에 설치된 미니태양광 설비. (사진=경기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는 단기적으론 현행 전력 구조는 유지한 채 전력 도매요금 체계를 손 보는 방안을 과제로 제시한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오는 전력 도매가격을 개편하면 한전에 집중된 가격 결정 체계가 분산되는 효과가 있다.

구체적으로 계통한계가격(SMP)을 지역별한계가격(LMP)으로 바꾸고, 혼잡비용을 반영하는 게 핵심이다.

현행 SMP는 전력 도매요금으로, 한전은 가장 비싼 발전소를 기준으로 SMP를 정한다. SMP는 발전원 종류나 지역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다만 태양광 발전이 많아 송전망이 포화한 지역은 더 저렴한 원전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면서 혼잡비용이 발생한다. 이 비용을 전력 도매요금에 포함하겠단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망 소유를 분리하는 방안부터, 송전계통운영자(TSO)·독립계통운영자(ISO) 도입과 독립 규제기관 설치까지 검토할 계획이다.

TSO는 유럽 국가에서 운영되는 방식으로, 송전망을 소유하면서 운영까지 담당하는 독립 기구다. 우리나라에 도입될 경우 한전이 독점 중인 송전망 소유권을 분리해 이관할 것으로 예상된다.

ISO는 미국의 방식으로, 송전망을 소유하진 않지만 계통 운영과 접속 관리를 하는 독립 기구를 말한다. 현행과 같이 송전망은 한전이 소유하지만 계통 운영과 계획·접속 권한은 ISO에 맡기는 방안이다.

즉 전력망 중립성 확보를 위해 한전이 독점하던 전력망 소유·운영을 한전과 독립된 기구로 이관하는 방안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셈이다.
[광주=뉴시스]김동철 한전 사장이 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사진=한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김동철 한전 사장이 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사진=한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에서도 한전이 독점한 전력망을 분리해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후솔루션은 최근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의 핵심, 계통 거버넌스 개선 방향' 보고서를 통해 "한전의 재생에너지 계통 수용에 대한 이해상충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한전이 독점한 전력망 접속 권한을 독립된 계통운영기관과 독립규제기관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한전 내부에서도 전력망 중립성 강화를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망 중립성 관해서 문제 제기가 없도록 투명하게 일하는 게 원칙"이라며 "필요하면 이것은 얼마든지 전향적으로 풀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지난 2001년 화력발전 5사(동서·서부·중부·남동·남부발전) 및 한국수력원자력, 전력거래소를 분리한 이후 중단됐던 전력시장 구조개편이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시 한전은 2단계인 발전경쟁 단계까지만 개편을 진행했으며, 민영화 논란에 부딪혀 3단계인 도매경쟁 단계는 추진하지 못했다.

전력 당국인 기후에너지환경부 역시 전력시장 구조개편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망 중립성 제고가 '에너지 고속도로' 추진의 전제 조건인 만큼, 기후부는 조만간 에너지 고속도로의 개념을 정립해 상세 설명에 나설 계획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 1일 전력시장 구조개편과 관련해 "아주 작게는 전기위원회 독립과 전력감독원 설립이 있고 한전에서 전력 판매를 떼어내 자유화하자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여기에 지역전력요금차등제(LMP)까지 있다"며 "그 전체를 테이블에 두고 순서를 정해야 하지 않나 싶은데 아직 가닥을 타지 못했으니 가닥을 타는 대로 말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2.02.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2.02.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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