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배출 수치의 허상…‘재활용의 거짓말’이 던지는 경고
'재활용률 86%' 착시 해부한 문제작
실제로 다시 쓰이는 비율은 20%
순환경제의 빈틈을 드러내 지적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분리배출'은 이제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하는 일상의 규칙이다. 정부도 '재활용률 86%', '재활용 대국'이라는 성과를 내세운다.
하지만 실제 다시 자원으로 쓰이는 비율은 20% 남짓에 불과하다. 한국은 불에 태운 양까지 재활용 실적에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저자 문관식의 신간 '재활용의 거짓말'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온 재활용 신화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분리배출은 이미 사회적 의무로 자리 잡았고, 정부는 매년 재활용률 86%를 강조하지만, 저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현직 보좌관으로 이 수치가 실제 자원 순환을 보여주진 않는다고 예리하게 지적한다.
단적으로 소각 과정에서 얻는 에너지까지 재활용으로 계산하는 국내 기준 때문에 실제 다시 쓰이는 재활용 비율은 20%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다.
책은 이 수치의 간극을 본격적으로 파고든다.
시민들은 라벨을 떼고, 비닐을 씻고, 말리는 번거로움을 감수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재활용품 가격이 떨어지면 곧바로 폐기로 전환되고, 시장은 대기업 중심의 이익 구조에 좌우된다.
꼼꼼히 분리해도 결국 소각장으로 향하는 사례들이 이어지면서, 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시민의 노력과 신뢰를 드러낸다.
저자는 재활용 체계가 민간 위탁 중심 구조에 갇혀 시장 논리에 휘둘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관리는 형식적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이를 개선하려면 공공의 역할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시민·기업·정부가 협력하는 다층적 거버넌스 모델도 이 책의 주요 논지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감시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재활용이 기업의 수익 사업에만 머물러서는 순환경제가 실현될 수 없다는 문제 의식이 책 전반에 흐른다.
재활용 선진국이라는 국가 이미지의 허상도 정면으로 비판한다.
유럽과 일본은 오로지 물질 재활용만을 재활용으로 인정한다. 소각이나 연료화는 재활용이 아니다. 저자는 국내 통계가 국제 기준과 다르게 구성돼 있다는 점을 설명하며, 정책 홍보가 만들어낸 착시를 경계한다.
책은 현상 비판에 머물지 않는다. 구조적 문제를 정밀하게 짚고 제도와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한다. 시민의 역할도 단순 분리배출 실천을 넘어 감시자이자 참여자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열심히 분리해도 왜 재활용되지 않는가, 정부의 수치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순환경제는 왜 작동하지 않는가. 책은 이 질문들에 답하며 지속 가능성을 향한 새로운 출발점을 제시한다.
저자가 오랜 기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보좌관으로 재직하며 ESG와 순환경제를 비롯한 환경·산업안전 분야의 정책 설계와 법률 개정에 참여했던 노하우와 치열함이 책 곳곳에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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