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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 인하' 과거보니…투자위축에 글로벌 경쟁력도 추락[갈림길의 K바이오②]

등록 2025.12.28 06:01:00수정 2025.12.28 06: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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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후보 개수 세계 3위·기술 수출 역대급

"매출 충격받으면 '5대 강국' 도약 힘들어"

"혁신형 제약기업에 약가 정책 배려 올인"

"비 혁신형 등 다양 사업모델에 기회줘야"

[서울=뉴시스] 정부가 제네릭(복제약) 가격을 큰 폭으로 내리는 약가 제도 개편을 추진 중인 가운데, 약가 인하에 따른 시장 축소로 인해 글로벌 경쟁지수가 역주행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정부가 제네릭(복제약) 가격을 큰 폭으로 내리는 약가 제도 개편을 추진 중인 가운데, 약가 인하에 따른 시장 축소로 인해 글로벌 경쟁지수가 역주행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정부가 제네릭(복제약) 가격을 큰 폭으로 내리는 약가 제도 개편을 추진 중인 가운데, 약가 인하에 따른 시장 축소로 인해 글로벌 경쟁지수가 역주행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대대적인 약가 인하를 단행했던 2012년 이전인 지난 2011년에는 한국 제약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11위(1.7%)였지만 이후 2017년 13위(1.6%), 2024년 13위(1.3%)로 떨어졌다.

'2012년 일괄 약가 인하'는 총 6506개 품목(전체의 47.1%)의 가격 인하로 평균 14% 인하율을 냈던 대대적인 제도였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약가 인하가 단행됐으나, 내년 시행 예정인 제네릭 인하는 2012년 이상의 매출 충격을 줄 제도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정부는 신규 제네릭의 가격을 오리지널 대비 40%대(현재 53.55%) 수준에서, 기등재 의약품 중 인하 대상 품목에 대해 40%대 수준으로 3년간 순차 인하할 예정이다. 안정적 수급이 필요한 약제는 제외된다. 만약 40%로 낮출 경우 연간 최대 3조6000억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업계는 추계했다. 지난 24년간(1999~2023년) 누적 약가인하액은 63조원에 달한다.

현재 상장 제약사(169개)의 R&D 투자 비중은 12%, 혁신형 제약기업(49개)의 R&D 비중은 13.4% 상당이다.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은 3233개로 세계 3위다. 올해 역대 최고인 20조원의 기술 수출도 냈다. 의약품 설비 투자 역시 2023년 1조9327억원에서 2024년 2조6923억원으로 39% 늘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가 인하로 산업 수익이 줄면 R&D 및 설비 투자 동력도 상실한다"며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 확장, 기술 수출로 이어온 산업 성장 동력이 한 순간에 꺾일 수 있다. 제약산업 기반이 무너질 경우 산업 특성상 장기간 회복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이 제약바이오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인데, 약가 인하 시행은 정부의 제약바이오 5대 강국 도약 목표 달성을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약가 제도 개편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최근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기자회견에서 "1999년 실거래가제도 도입 이후 10여 차례 약가 인하가 단행됐지만 제도의 효과·부작용·영향에 대한 종합 평가가 이뤄진 적 없다"며 "기존 정책과 이번 개편안이 국민건강에 미칠 영향을 산업계와 분석해 결과에 기반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시행을 일정 기간 유예해달라"고 말했다.

"혁신형 제약사에 정책 배려 올인…다양한 사업모델에 기회 줘야"

비(非) 혁신형 제약기업을 도태시키지 않을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양한 매출 규모와 사업모델의 기업을 아우를 수 있게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개편안은 제네릭에 일정 기간 주어지던 가산을 폐지하되, 혁신형 제약사이면서 R&D 투자 비율 상위 30%사에는 68%, 하위 70%사에는 60%의 가산을 적용하기로 했다. 국내 매출 500억원 미만이지만 신약 임상 2상 승인 실적이 3년간 1건 이상인 기업에는 55% 가산을 적용한다.

보건복지부가 R&D 비중 높은 기업을 인증하는 '혁신형 제약기업'(49곳)에 들어가지 않는 대다수 기업이 더 약가 인하 충격을 입는 구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나머지 제약기업들의 지속가능성을 간과해선 안된다"며 "기업 규모상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 여력이 없는 제네릭 중심 기업도 분명히 산업의 한 축이고 국민에 보다 경제적인 의약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혜택을 보는 기업과 타격을 입는 기업이 분명히 나눠지는 상황인데, 정책 수립 시 보다 세밀하게 살펴야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어 "혁신형 인증 기업을 보면 매출 없이 R&D 투자만 높은 사업모델의 바이오 벤처가 상당수 들어가, 사실상 약가 인하와 직결된 일반 제약사 비중이 크지 않다"며 "그동안 인증을 받기 위해 R&D 투자를 늘리며 준비한 기업들, 신약은 아니더라도 제제 기반 특화 기술을 구축한 회사, 설비 투자를 늘린 기업, 당초 혁신형 인증 기업이었으나 오래 전의 리베이트 이슈에 발목 잡혀 탈퇴한 기업 등이 약가 인하 매출 충격을 고스란히 받게 된다. 인증·재인증 기준의 완화·확대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취지가 R&D 열심히 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려는 취지라면 보다 폭넓은 기준이 필요하단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약가 인하는 기업에 타격이 크고 아픈 정책"이라며 "혜택 대상을 혁신형 제약기업으로만 못 박지 말고 R&D 및 설비 투자를 열심히 하는 기업에 동등하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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