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홈플 피해' 소상공인 이번에도 뒷전
등록 2026.08.03 10:01:00

A씨의 이야기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최근 홈플러스 회생절차 사건의 다른 피해 소상공인들 대다수가 A씨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2년 전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와 2021년 환불대란을 일으킨 '머지포인트 사태'도 있다.
그나마 위메프, 머지포인트와 달리 홈플러스는 지난달 21일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취소되면서 기사회생 기회를 얻었다. 다음 달 4일까지 회생절차가 연장된 직후 홈플러스는 입점업체 및 소상공인과 핫라인을 통해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입점 소상공인들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는 반응이다. 당장 이달부터 임대 계약이 만료되는 매장과의 보증금 협의에서도 홈플러스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부산 B점포의 경우 입점업체 30여 곳과 상의 없이 고별전을 열었고, 서울의 C점포에서는 고객들의 시설 불만 사항을 점주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는 부채를 감당할 수 없어 홈플러스에 퇴점 의사를 밝혔는데 수천만원대 원상회복비를 내고 나가라는 통보를 받은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에 급급한 소상공인들은 신속한 정보 확보가 힘들 뿐 아니라 이상 징후를 포착하더라도 해당 유통망 의존도가 높아 무작정 떠나기도 어렵다. 홈플러스 협력사의 47%는 매출 절반 이상을 홈플러스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노동조합처럼 체계적인 조직을 꾸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위기가 찾아오면 소상공인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지만 보상은 거의 받지 못하는 불행의 역사가 반복되는 이유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확보한 2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은 미정산금 지급보다는 매대 채우기에 먼저 투입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파산한 위메프의 피해자 구제율은 사실상 0%에 불과했는데, 당시 취재 중 만난 피해 소상공인은 비싼 인생 수업료를 낸 셈 치고 잊어버리고 사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며 씁쓸하기도 했다.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이번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제대로 된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의 긴급경영안정자금, 업계 체질 개선 외에도 소상공인 단체교섭권을 신설하고 영세 소상공인의 납품 대금 채권에 최우선 변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용보증기금의 매출채권보험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지면 '나는 아닐 거야'라는 생각을 갖고 피해자들에게 돌을 던지는 몇몇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지금 진짜 필요한 건 비난보다는 '어떻게 하면 불행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힘을 모으는 일인 것 같다. '꼬박꼬박 세금을 내면서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사람들'이 거대한 슬픔을 마주하는 일은 이제 끝날 때도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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