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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전 백제 '타임캡슐' 열렸다… 화장실서 나온 '왕궁 피리'와 '인사 장부'

등록 2026.02.05 09:00:00수정 2026.02.05 10: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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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관북리 유적서 백제 궁중 악기·목간 329점 출토

삼국시대 실물 관악기 최초 발견…224㎜ 가로 피리

왕궁 화장실서 발견…백제 음악·악기 연구길 열려

목간 최다 발견…사비 천도후 국가 운영 실태 담겨


[서울=뉴시스] 출토된 악기 유물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6.02.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출토된 악기 유물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6.02.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1500년전 백제 왕궁의 생생한 숨결이 담긴 '타임캡슐'이 열렸다. 신하들의 인사 기록 장부부터 국가 재정 문서, 그리고 당시 궁중 음악의 실체를 보여줄 희귀한 악기까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국가유산청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5일 부여군과 진행중인 관북리 유적 제16차 발굴조사에서 백제 사비 시기 목간(木簡) 329점과 7세기 실물 관악기인 대나무 횡적(橫笛·가로 피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화장실에서 발견된 7세기 피리…백제 소리 복원할 단서

가장 눈길을 끄는 유물은 대나무 '횡적'이다. 이 구덩이에서는 인체 기생충 알이 함께 검출돼 당시 왕궁 조당(왕과 신하들이 국정을 논하고 의례를 행하는 공간) 인근의 화장실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백제 금동대향로 등에 조각으로만 알수 있었던 백제 악기가 실물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7세기를 통틀어 삼국시대 관악기 실물이 발견된 유일한 사례다.

악기는 대나무 소재로 오늘날의 소금(小笒)과 유사한 형태의 가로 피리다. 길이는 약 224㎜ 정도이며 4개의 구멍이 뚫려있다. 엑스레이 분석 결과, 입김을 불어넣는 구멍이 있는 한쪽 끝이 막힌 가로 피리였다.

연구소 관계자는 "사비백제 왕궁의 핵심 공간에서 악기가 발견됐다는 점에서 백제 궁중 음악과 악기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라며 "백제의 음악과 소리를 실증적으로 복원하는 데에도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유물"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출토된 악기 유물 X레이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6.02.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출토된 악기 유물 X레이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6.02.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적 4개 쌓은 '도족이'를 소장군으로…백제의 인사 행정 기록

함께 발견된 329점의 목간은 단일 유적지로는 최대 수량이다. 특히 백제가 웅진(공주)에서 사비(부여)로 수도를 옮긴 직후인 540년(경신년)과 543년(계해년)의 기록을 담고 있어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
[서울=뉴시스] 간지명 목간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6.02.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간지명 목간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6.02.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출토된 목간과 삭설(削屑·목간에 적힌 글씨를 삭제·수정하기 위해 표면을 깎아내며 생긴 부스러기)에는 인사 행정, 국가 재정 운영, 관등·관직 체계가 기록돼 있다. 이는 해당 공간이 백제 중앙 행정 관청인 22부사(部司)와 관련된 곳이었음을 보여준다.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된 편철(목간을 발처럼 끈으로 엮은것)가운데  '공사위소장군도족이(功四爲小將軍刀足二)'가 적힌 목간은 '공적이 4개인 도족이를 소장군으로 삼다'는 뜻의 인사 관련 문서이다. 
[서울=뉴시스] 인사 관리 목간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6.02.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인사 관리 목간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6.02.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인사 관련 문서 외에 출토된 목간 대부분은 월 단위 식량을 기록한 국가 재정 운영과 관련된 장부 목간이다. 사비도성 5부 체계와 지방 행정 단위인 방(方)·군(郡)·성(城)의 명칭이 적힌 목간도 여러 점 출토됐다.

도성 행정 단위인 '상·전·중·하·후부(上·前·中·下·後部)' 5부를 기록한 목간과 지방 행정 단위 '웅진·하서군(熊津·河西郡)', '나라·요비성(那羅·徼比城)' 목간에서는 새로운 지명이 확인됐다.

이 밖에도 '입동(立冬)', '인심초(人心草)’, '현곡개(玄曲愷)' 등 절기·약재 명칭과 일본에서 만들어진 한자로 알려졌던 ‘전(畑)’ 자가 적힌 목간도 확인됐다.
[서울=뉴시스] 목간이 출토된 1호 배수로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6.02.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목간이 출토된 1호 배수로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6.02.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소 관계자는 "이 목간들은 백제의 선진적인 문화와 동아시아의 활발한 대외 교류를 보여준다"며 "이번 발굴은 약 1500년 전 백제의 문서 행정 실태와 궁중 음악 문화, 나아가 그 소리를 복원하는 데 기여할 실물 자료를 확인한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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