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밥줄 '테크노짐' 총판권, 갤럭시아SM에 넘긴 직원들…법원 판단은?[죄와벌]
핵심 수익원·영업비밀, 갤럭시아SM에 넘겨
法 "계약 해지, 직원들 허위·비방 보고서 탓"

테크노짐이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오픈한 팝업스토어.(사진=테크노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퇴사 통보에 회사의 영업비밀과 핵심 수익원을 다른 회사에 넘긴 직원들에 대해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피해 회사인 우영웰니스컴퍼니는 2003년부터 이탈리아의 세계적 운동기구 브랜드 '테크노짐(TechnoGym)'과 한국 독점 판매 계약을 맺고 20년 가까이 신뢰를 쌓아온 기업이었다.
하지만 이 신뢰는 내부 직원들의 배신으로 한순간에 무너졌다.
사건의 발단은 2019년 3월 영업부장 김모씨가 회사로부터 퇴사 통보를 받으면서부터다. 김씨는 순순히 물러나는 대신, 회사의 핵심 자산인 테크노짐 독점 총판권을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후배 직원 장모씨를 포섭했고, 장씨는 회사에 남아 기밀 정보를 빼내는 '스파이' 역할을 맡았다.
이들의 수법은 치밀했다. 장씨는 재직 중이면서도 김씨와 공모해 피해회사를 비방하는 보고서를 영문으로 작성했다. 보고서에는 "피해회사가 판매 규정을 어겼다"거나 "위조 계약서로 부당 할인을 받았다"는 등 테크노짐 본사가 민감하게 받아들일 내용들이 담겼다.
이들은 테크노짐 아시아 담당자에게 이 보고서를 전달하며 총판 업체를 변경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동시에 이들은 새로운 총판을 맡을 업체로 효성 계열사인 갤럭시아에스엠(SM)을 섭외했다. 장씨는 퇴사 전까지 신축 아파트 단지 목록, 견적가, 거래처 현황 등 피해회사의 핵심 영업비밀 28건을 외장 저장장치에 복제해 무단으로 빼돌렸고, 이를 김씨에게 전달해 새로운 사업 준비에 활용하게 했다.
결국 2020년 10월 테크노짐 본사는 보고서 내용 등을 근거로 피해회사에 계약 종료를 통보했고, 갤럭시아SM과 새로운 총판 계약을 체결했다.
장씨 등은 업무상 배임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누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테크노짐 본사가 피해 회사와의 총판 계약을 종료한 것은 피해 회사가 여러 가지 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이며, 본사의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결과일 뿐 자신들의 행위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유출된 자료들은 비밀로 관리되는 '영업비밀'이 아니라고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류지미 판사는 지난달 20일 업무상 배임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장씨와 김씨에게 각각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계약 해지와 관련해 최종 결정은 본사가 내렸더라도, 장씨 등이 제공한 허위·비방 보고서와 내부 자료가 본사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업무상 배임죄의 인과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테크노짐 아시아 담당자와 주고받은 이메일 등을 볼 때, 본사는 원래 계약 해지를 고려하지 않았으나 장씨 등의 집요한 비방과 영업 활동이 해지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본 것이다.
또 견적서, 거래처 목록, 수주 현황 등은 회사가 비밀로 관리해온 정보이며, 내부 직원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사항이 포함되어 있어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경영상 자산이라고 판단했다.
류 판사는 "피고인들은 피해회사의 내부 사정을 잘 알면서도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총판권 이전을 준비했다"며 "피고인들이 보낸 비방 보고서와 내부 자료가 본사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범행은 피해회사가 17년간 유지해온 핵심 영업 기반을 상실하게 만든 중대한 범행"이라며 "피해회사에 실제로 심각한 경영상 위기를 초래했고, 경영진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유출된 자료 중 기구 배치도는 직원의 체화된 노하우에 가깝다고 보아 일부 무죄로 판단했다.
또 유출된 정보를 넘겨받아 영업에 활용한 갤럭시아SM 직원 정모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법인 갤럭시아SM에는 양벌규정에 따라 벌금 5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피해 회복의 기회를 주기 위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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