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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책과 시장, 힘겨루기 아닌 조율의 문제

등록 2026.02.11 15: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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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책과 시장, 힘겨루기 아닌 조율의 문제

[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중국에 '상유(上有) 정책, 하유(下有) 대책'이란 말이 있다. 위에서 정책을 세우면 아래에서는 대책을 세워 맞선다는 뜻인데 코로나19 대유행기에 자주 회자됐다.

감염자가 단 한 명만 나와도 지역 전체를 봉쇄하는 '제로 코로나'란 고강도 방역 체제 하에 중국인들은 우회로를 찾아 최소한의 자유를 지켜냈다. 중국 당국이 택한 봉쇄 정책은 초기 타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감염자 및 사망자 수치로 나타났지만 그 효과는 금방 사라졌다. 오히려 사회적 대혼란기였던 문화대혁명을 끝낸 1976년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과 마주하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는 강제로 시장을 눌러 안정시키는 방식은 일시적일 뿐,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아무리 강력한 '정책'이라 할지라도 14억 인구가 '대책'으로 응수하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법이다. 사회주의 기획경제를 표방하는 나라 에서조차 그렇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썼다. 시장을 제압의 대상으로 보고 힘겨루기 하는 식의 이 발언을 두고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를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많다.

부동산 투기로 돈 버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꾸겠다던 노무현 정부에서 서울의 아파트 값은 56.6%(한국부동산원 기준) 올랐고, 집값을 잡기 위해 28차례 온갖 수단을 동원했던 문재인 정부 재임 시기에는 62.2% 뛰었다. 집값 급등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은 채 다주택자를 적폐로 규정하며 주택 수요를 옥죄는 정책만 펼친 결과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넉 달 사이 6·27 대출 규제와 9·7 공급 대책,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대폭 낮춘 10·15 대책을 연달아 쏟아냈지만 시장 안정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네 번째 부동산 정책인 1·29 공급 대책마저 서울시와 과천시 등 지자체와의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정부가 강경 개입할수록 저항하는 게 시장이다.

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 정책을 내놓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이때 기준은 국민 전체의 이익이어야 하고 정책으로 말미암아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도까지 담아내야 한다.

정곡을 찌르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는 정책은 잠시 약발이 먹힐 지 몰라도 결국에는 시장의 내성만 키워 큰 생채기를 남긴다.

과거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시장을 살피고 그에 따라 정책을 정교하게 조율·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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