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디언'이 마주할 또 다른 제발트…'말하라, 침묵이여'
![[서울=뉴시스] '말하라, 침묵이여' (사진=글항아리 제공) 2026.02.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2/26/NISI20260226_0002071071_web.jpg?rnd=20260226113250)
[서울=뉴시스] '말하라, 침묵이여' (사진=글항아리 제공) 2026.02.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사실과 허구를 교묘히 넘나드는 문장으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독일 작가 W. G. 제발트(1944~2001). 그의 삶과 작품을 정면으로 탐구한 첫 전기 '말하라, 침묵이여'(글항아리)가 국내에 출간됐다. 영국 전기 작가 캐럴 앤지어가 집필했다.
앤지어는 1996년 '이민자들' 영어판 출간을 계기로 제발트를 인터뷰하며 인연을 맺었다. 당시 그는 제발트의 말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평전 집필에 착수하면서 한 질문이 떠올랐다. "제발트는 인터뷰를 통해 무엇을 하고 있었던걸까."
그가 내린 결론은 분명하다. 자신이 제발트에 대해 지독히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
"제발트는 인터뷰를 통해 무얼 하고 있었던 걸까? (…) 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었던 걸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답은 하나뿐이다. 독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주길 바랐고, 그것을 보증하기 위해 나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59-60쪽)
앤지어는 제발트가 그의 작품처럼 인생도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고 있다고 말한다. 흑백 사진이 결합된 그의 글들은 다큐멘터리적 질감을 불어넣으며 사실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비쳤지만, 그것이 곧 진실을 의미하는 것일까. 전기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저자는 이를 밝혀내기 위해 그의 인생 궤적을 좇는다. 제발트의 가족, 지인은 물론 작품 중 모티프가 된 인물 등 방대한 자료 추적했다. 특히 '이민자들'에 수록된 단편 '헨리 셀윈 박사'의 실제 가족을 만나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인물의 기본 정보는 사실이었지만, 맥락이 생략되거나 재구성된 부분도 있었다는 증언이 있었다. 제발트는 실존 인물의 삶을 가져오되, 작품의 방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원고와 편지, 학술 논문, 문헌조사까지 병행해 제발트의 진면모를 알아내는데 파고든다. 이 책은 제발트가 기억과 역사를 문학적으로 어떻게 가공했는 지를 드러내는 작업에 가깝다.
독일 남부 베르타흐에서 태어난 제발트는 1988년 첫 시집 '자연을 따라 기초시'를 발표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사실과 허구를 교묘히 넘나드는 서사와 의식의 흐름에 따른 문체들은 그를 대표하고 상징하는 미학으로 자리 잡았다. 홀로코스트·기억과 상실·망명 등 심오한 주제를 주로 다뤘다.
페도르 말효 시문학상, 베를린 문학상, 하인리히 뵐 문학상, 북독일 문학상, 내셔널 북 크리틱스 서클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생전 노벨문학상 후보로 여러 차례 거론되기도 했다.
제발트의 작품 중 국내에 번역 출간된 책은 대표작 '아우스터리츠'를 포함해 시, 소설, 산문 등 총 8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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