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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펀드에 국민연금까지 적극 개입…경영권 흔들 [주총 권력재편③]

등록 2026.03.23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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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유동화 및 이사회 독립 등 압박

국민연금, 고려아연·한진칼 의결권 행사에 혼란

학계 "연금사회주의, 경영권 방어 제도 필요해"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18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하기 위해 주주확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3.18. photo@newsis.com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18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하기 위해 주주확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3.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상법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부터 경영권 분쟁의 조짐이 곳곳에서 확산하고 있다. 영국계 헤지펀드가 주주 제안서를 보내며 압박에 나섰고, 국내 행동주의펀드도 지분 처분 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공격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집중투표제가 시행되는 9월 이후로는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행동주의펀드의 개입으로 정기주총을 앞두고 표대결의 양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팰리서캐피털은 LG화학을 상대로 권고적 주주제안, 선임독립이사 제도 등 지배구조 개편이 담긴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만약 권고적 주주제안이 가결되면,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을 70% 미만으로 낮추고, 확보된 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에 활용하는 계획을 올해말까지 공개해야 한다.

현재 LG화학이 보유 중인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은 79.38%다.

국내 행동주의 운용사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KCC를 상대로 삼성물산 지분 유동화, 자사주 소각, 주주환원정책 재수립 등 4가지 안건을 주주제안으로 상정했다.

KCC는 결국 이사회를 통해 장기 보유 자산을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했고, 트러스톤은 주총 직전 주주제안을 철회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코웨이, DB손해보험 등에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요구했다. 지난 20일 열린 DB손해보험 주총에서는 얼라인 측이 제안한 후보가 이사회 진입에 성공한 바 있다.

또 얼라인과 대립해왔던 솔루엠은 정기주총을 앞두고 얼라인 측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행동주의펀드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선 점도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에 부담이 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24일 정기 주총에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표 대결을 벌인다. 지난해 공개매수 국면 이후 약 1년 반째 이어지는 경영권 분쟁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힌다.

영풍·MBK 연합은 이번 주총에서 이사 6인 선임, 집행임원제 도입, 10분의 1 액면분할,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정관 명문화 등을 주주제안으로 올렸다.

반면 고려아연은 상법 개정에 따른 감사위원 분리 선임을 이유로 5명만 선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이 고려아연과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크루서블JV 추천 인사(월터 필드 맥랠런)에게 의결권의 절반을 배분하고, 나머지 절반은 MBK·영풍 측 추천 후보들에게 나눠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최윤범 회장을 포함한 현 경영진 측 후보들에 대해서는 기권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을 두고 양 진영의 해석은 엇갈렸다.

고려아연 측은 "크루서블JV 후보에게 절반의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미국 제련소 건설 사업에 대한 전폭적지지"라고 평가했다.

영풍·MBK 측은 "최윤범 회장에게 단 한 표도 찬성하지 않은 것은 현 경영체제에 신뢰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이라고 맞섰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는 한진그룹에도 향했다.

국민연금은 오는 26일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같은 날 열리는 대한항공 주총에서도 우기홍 대표이사(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현재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20.56%이며 호반그룹 등이 보유한 지분은 18.78%다. 최대주주와 2대 주주 간의 지분 격차는 1.78%에 불과하다.

호반그룹은 한진칼 지분 매입에 대해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지난 주총에서 조 회장 측 이사 보수 한도 증액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의 경영참여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국민연금의 반대표로 조 회장 측의 과반은 깨졌으나 표 대결시 여전히 우세하다. 델타항공(14.90%)과 산업은행(10.58%)을 합산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은 약 46%다.

그러나 소액주주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국민연금의 지분 5.44%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의 반대표와 호반의 견제가 겹칠 경우, 장기적으로 조 회장 체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9월부터는 상법개정안까지 시행에 따라 집중투표제가 의무화 되면서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환경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집중투표제란 주주총회에서 여러 명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가 보유한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예컨대 이사 3명을 선임하면 1주당 3표가 주어지며, 이를 한 명의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행동주의 펀드가 지분이 많지 않더라도 원하는 이사를 이사회에 입성시키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사는 정관으로 이를 배제할 수 없게 된다.

경영권 방어 수단 부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포이즌 필(신주인수권 계획)이나 차등의결권, 일본의 방어적 신주예약권과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이 상법 개정 취지에 반하는 기업의 정관 변경 안건에 원칙적으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며 "200개가 넘는 회사들의 정관을 통제하겠다는 것은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명예교수는 "기업들이 정관을 변경하는 이유 중 하나는 행동주의펀드들에 대한 대응수단"이라며 "자사주 등 모든 경영권 방어 수단을 다 뺏어버리고 감독기관처럼 상법개정안의 취지를 자기들이 해석한다는 것은 자만"이라고 비판했다.

권용수 건국대 교수는 "포이즌필과 같은 경영권 방어수단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며 "경영권 방어수단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입은 해주고, 만약 경영권 방어수단을 주주가 아닌 지배주주를 위해서 썼다면 사후적으로 책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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