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지키자"…강릉 소상공인들이 소아응급실 되살렸다
강릉아산병원 오성규 본부장, 발로 뛰며 7억 기부금 유치
'HB1985' 등 시민 십시일반 온정에 의료진도 응답

강릉아산병원 오성규 경영지원본부장은 ‘기부전도사’를 자처하며 지역 의료 회복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 강릉아산병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2016년 국내 첫 어린이재활병원이 문을 열며 매년 15만 명의 환아들이 희망을 찾았지만, 정작 지역 의료의 현실은 갈수록 척박해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강원도 강릉에서는 '위기'를 '희망'으로 바꾸려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의료 현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6일 강릉아산병원에 따르면 오성규 경영지원본부장은 지난해 부임 후 7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유치하며 '기부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수도권 대형병원의 수백억원대 기부금과 비교하면 규모는 작지만, 소아과와 산부인과 등 필수 의료 붕괴 위기에 직면한 지역 의료계에는 그 무엇보다 값진 재원이다. 오 본부장은 "서울의 1억원과 지방의 1억원은 그 가치가 다르다"며 지역 기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러한 진정성은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졌다. 아산사회복지재단 재직 시절 인연을 맺은 동아전기 이우용 회장과 이경제 한의사가 각각 2억원을 쾌척했다. 특히 이경제 대표는 가족이 서울에서 치료받은 감사의 마음을 지역 의료를 위해 써달라는 뜻을 전했다. 지역 내 기업인의 참여도 뜨겁다. 승화썬크루즈 박기열 대표는 소아응급 체계의 심각성을 다룬 기사를 접한 뒤 곧바로 1억원을 기탁했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강릉 지역 소상공인들이 결성한 후원 모임 'HB1985'다. 지난해 소아 중증 환자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서울로 이송되다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보가 전해지자, 젊은 부모들이 주축이 되어 팔을 걷어붙였다.
이 모임에는 신건혁(건도리횟집), 김동일(강릉에이엠브레드), 최항석(경포동해횟집), 김헌성(세인트존스호텔), 이동현(강릉한우금송아지), 권영만(평창잣농원 영농조합법인), 장소미(강릉닭강정), 정선환(H AVEBUE 강릉경포), 임성빈(어센드짐) 대표와 이현우 변호사(법무법인 소울), 이호찬 원장(강릉조은이플란트치과), 장원석 회원이 뜻을 모았다. 이들이 모은 1억500만 원에 더해, 소아암으로 손주를 잃은 민성기 강릉교회 장로가 2억원을 추가로 기부하며 힘을 보탰다.
시민들의 간절함은 멈춰 섰던 의료진을 다시 움직이게 했다. 현재 강릉아산병원 소아과 전문의는 해외 연수자를 제외하면 단 3명뿐이다. 외래 진료와 사흘에 한 번꼴인 밤샘 당직을 병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박기영 소아청소년과장을 비롯한 교수진은 시민들의 후원에 응답하기 위해 주간 5회, 야간 2회의 응급진료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강원도 9개 시군구도 매년 8억 원씩 2년간 지원하기로 뜻을 모으며 관민학이 힘을 합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오성규 본부장은 "기부란 단순히 돈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시민, 의료진이 서로 신뢰를 회복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의료가 선순환 구조로 돌아가는 출발점이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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