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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처짐은 이미 붕괴 신호"…서소문고가 참사 키운 '안전 불감증'

등록 2026.05.26 19:37:08수정 2026.05.26 19: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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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차 발생 뒤 전문가 9명 투입…안전 점검 중 참변

전문가들 "2.9㎝ 처짐은 단순 변형 아닌 위험 신호"

경찰, 전담수사팀 편성…사고 원인 수사 착수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2026.05.26.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2026.05.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다솜 조성하 기자 =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는 위험 징후가 발견돼 안전 점검에 들어간 상황에서 구조물이 무너지며 3명이 사망하는 등 참사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두고 붕괴가 진행 중인 구조물에 대한 대응 실패이자 '한국 사회의 구조적 안전 불감증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2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고는 고가차도 철거 공정 중 상판 일부에서 약 2.9㎝의 단차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구조물에 이상이 감지되자 현장은 작업을 중단했고 서울시와 감리단, 외부 전문가들이 긴급 안전 점검에 나섰다. 그러나 점검 도중 구조물이 무너지며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전문가들은 우선 2.9㎝의 단차 자체를 단순한 변형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최명기 대한민국 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2.9㎝가 처졌다는 것은 이미 구조물이 붕괴 단계로 들어가고 있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교량 구조물은 여러 부재가 하중을 분산해 버티는 구조인데 철거 과정에서 일부 부재가 제거되거나 절단되면 하중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현장에서는 교량 철거 과정에서 줄톱 등을 이용해 상판과 거더를 잘라내는 '절단 공법'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체 순서나 하중 분산 계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특정 지점에 힘이 집중될 위험이 크다.

최 교수는 "교량 철거는 처음부터 끝까지 위험한 작업"이라며 "철거 막바지라서 위험했다기보다 철거 자체가 구조물의 힘 균형을 무너뜨리는 고위험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사고의 직접 원인 중 하나로 비계(스케폴드) 구조물 붕괴 가능성을 제기했다. 조 교수는 "비계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상판 일부를 함께 끌어내렸을 가능성이 있다"며 "강관 파이프는 연결 부위를 십자 형태로 단단히 결속해야 하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결속 상태가 미흡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사고 당시 조사 인력 여러 명이 동시에 구조물 위에 올라간 점도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현장에는 약 9명의 조사 인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수는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올라가면 비계에는 상당한 충격 하중이 가해질 수 있다"면서 구조적 불안정이 진행 중인 상태였다면 조사 인력의 이동과 진동 자체가 붕괴를 촉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원인 가능성으로 '보강 없는 점검'을 꼽았다. 일반적으로 구조물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우선 접근을 최소화한 뒤 드론이나 원격 장비를 통해 상태를 파악하고 임시 지지대를 설치해 구조물을 보강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이번 현장에서는 충분한 보강 조치 없이 조사 인력이 직접 구조물 위로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최 교수는 "밑에서 지지대를 설치하거나 크레인으로 구조물을 잡아주는 조치가 있었다면 붕괴 가능성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너질 가능성이 있는 구조물은 먼저 지지한 뒤에 사람이 접근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오후 붕괴사고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현장을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2026.05.26.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오후 붕괴사고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현장을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2026.05.26. [email protected]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단순한 현장 실수 차원을 넘어 한국 사회 전반의 안전불감증 문화와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조 교수는 "우리 사회는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임계치에 도달하기 전까지 위험 신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안전 점검 인력의 안전 부족'이라는 문제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 교수는 "안전 점검 중 사고는 종종 발생하지만 점검 도중 구조물이 무너진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점검 인력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별도 매뉴얼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해선 안전관리 체계 자체를 사후 대응 중심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험 징후가 발견됐을 경우 드론과 로봇을 활용한 원격 점검을 우선 실시하고 인력 접근 전 임시 보강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후 인프라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균열과 진동, 처짐 등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편 이날 오후 2시32분께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고가도로 철거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감리단장 1명, 현장 관리소장 1명, 외부 전문가 1명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서울시 관계자와 감리단, 안전진단업체 관계자, 외부 구조 전문가 등 총 9명이 안전점검을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고에 대한 수사는 서울경찰청이 편성한 50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이 맡기로 했다. 전담수사팀장은 백승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이 맡는다.

경찰 관계자는 "전담수사팀에서는 신속히 수사에 착수하고,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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