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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신이 될 수 있나…교황 경고에도 실리콘밸리 일각 '기계 신' 꿈꾼다

등록 2026.05.27 10:54:14수정 2026.05.27 12: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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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레오 14세 "AI는 사랑·노동·책임 알 수 없어"

실리콘밸리 일부선 "AI, 종교가 약속한 결과 낼 것"

[로마=AP/뉴시스] 레오 14세 교황이 14일(현지 시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대학 중 하나인 로마 라사피엔차 대학의 메인 캠퍼스에서 교수진 및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교황은 강연에서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전쟁이 세계를 "파멸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6.05.15.

[로마=AP/뉴시스] 레오 14세 교황이 14일(현지 시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대학 중 하나인 로마 라사피엔차 대학의 메인 캠퍼스에서 교수진 및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교황은 강연에서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전쟁이 세계를 "파멸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6.05.15.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교황 레오 14세가 기업 경영진과 정부 규제당국, 시민들에게 인공지능(AI)의 확산 속에서도 인간의 노동과 존엄을 지킬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 일부 AI 개발자들은 AI가 인간을 넘어선 존재, 나아가 ‘기계 신’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레오 14세가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를 향해 AI 확산에 대응한 보호 장치를 촉구하는 4만2300단어 분량의 공개서한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AI 기업 앤스로픽 공동창업자 크리스토퍼 올라가 함께했다.

레오 14세는 올라를 영적 세계와 기술 세계의 대화를 상징하는 인물로 초청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AI 업계 인사 제러미 닉슨은 바티칸 행사가 오히려 두 세계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의 AI 연구자·창업자 모임 공간인 ‘AGI 하우스’에서 NYT와 만나 “그들은 대화하고 있지 않다”며 “관점이 서로 다르다”고 말했다.

AGI 하우스는 인간 두뇌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가상의 기계, 즉 범용인공지능(AGI)을 추구하는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과거 구글 AI 연구소에서 일했던 닉슨은 교황의 공개서한이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실리콘밸리에 실제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실리콘밸리의 반응도 엇갈렸다. 백악관 AI 책임자를 지낸 투자자 데이비드 삭스는 AI 안전을 명분으로 정부에 광범위한 권한을 넘기면 검열과 감시에 악용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반면 트위터 공동창업자 잭 도시는 AI의 특허와 데이터, 기술 인프라가 소수에게만 집중돼서는 안 된다는 교황의 문제의식에 공감을 나타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휴머노이드 로봇 스님이 부처님오신날 앞둔 16일 오후 서울 종로 일대에서 ‘2026년 부처님오신날 연등행렬’을 하고 있다. 2026.05.16.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휴머노이드 로봇 스님이 부처님오신날 앞둔 16일 오후 서울 종로 일대에서 ‘2026년 부처님오신날 연등행렬’을 하고 있다. 2026.05.16. [email protected]

닉슨은 전통 종교보다 기술을 더 신뢰하는 과학자 세대를 만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인간이 수십 년 동안 풀지 못한 수학 문제를 풀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질병 치료에서도 비슷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AI는 많은 종교가 신에게 기대했던 결과를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AI 성능 평가 기업 발스AI의 라얀 크리슈난 최고경영자도 “사람들이 기계 신을 만들고 있다고 사실처럼 말한다”며 “농담이나 반어가 아니라 말 그대로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레오 14세는 ‘마니피카 후마니타스’, 즉 ‘위대한 인간성’이라는 이름의 회칙에서 인간을 보호할 안전장치를 촉구했다. 그는 AI 기술이 발전해도 일자리가 일부 사람에게만 돌아가면, 많은 사람은 일하고 싶어도 일할 기회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사람은 일터에서 밀려나는 역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교황은 성경의 바벨탑 이야기도 언급하며 실리콘밸리가 신을 넘어서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가장 강한 메시지는 AI가 근본적으로 인간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는 AI가 인간 지능과 행동의 일부를 모방할 수 있을 뿐, 경험을 겪거나 몸을 갖거나 기쁨과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또 사랑과 노동, 우정과 책임의 의미를 내면에서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간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택배 분류 속도를 겨루는 이색 대결이 펼쳐졌다. (사진=피겨 AI X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간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택배 분류 속도를 겨루는 이색 대결이 펼쳐졌다. (사진=피겨 AI X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앤스로픽 공동창업자 올라는 바티칸 연설에서 AI가 단순한 계산 기계가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AI 내부에서 사람의 뇌와 비슷하게 작동하는 부분이 보이고, 자기 상태를 살피는 듯한 움직임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AI가 실제로 감정을 느낀다고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기쁨·두려움·슬픔·불안과 비슷하게 작동하는 내부 반응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닉슨은 올라의 발언이 교황의 말보다 오히려 더 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올라의 주장이 반드시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며, 현재 AI는 여전히 돈을 벌거나 수학 문제를 풀려는 인간들에게 통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닉슨은 AI 연구자들이 직업을 수행하고 기쁨과 고통처럼 보이는 상태를 드러내며, 인간의 특성과 맞먹거나 넘어서는 기술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수준의 AI가 10년 안에 등장할 수도 있다고 봤다. 닉슨과 그의 동료들은 교황의 공개서한이 실리콘밸리에 미칠 영향은 작을 것이라면서도, AI의 능력은 “재림에 비견될 만한 무언가”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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