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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만 또 버티는 거죠"…폭염 앞둔 판자촌의 한숨

등록 2026.05.31 08:00:00수정 2026.05.31 08: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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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에 에어컨 마음대로 못 틀어"

지자체, 무더위쉼터·안전숙소 운영 계획

전문가 "취약계층 대피 체계 마련 필요"

[서울=뉴시스]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뉴시스DB.2025.06.19.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뉴시스[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황민 인턴기자 = "올겨울만 나자는 식으로 버텼으니, 이제는 올여름만 나자고 또 버티는 거죠."

최근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에서 만난 주민 김모(59)씨는 다가올 여름 더위 걱정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폭염 취약지역으로 꼽히는 판자촌과 쪽방촌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는 모습이다.

김씨는 "한여름에는 에어컨을 마음대로 틀 수도 없고 전기요금도 부담이 커 늘 걱정"이라고도 말했다. 인근 주민 박모(74)씨도 "여기는 전기요금이 많이 나와서 에어컨도 못 튼다"며 "선풍기로만 버틴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초여름부터 폭염 피해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월 15~27일 13일간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사망자를 포함해 111명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동기 53명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최근에는 80대 남성이 온열질환으로 숨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폭염 취약지역인 쪽방촌 일대에도 여름나기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노인 인구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더위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룡마을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강모(62)씨도 꺼져 있는 에어컨을 가리키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전기요금이 많이 나와서 손님이 오면 잠깐 (에어컨을) 켠다"며 "전기요금이 밀린 사람이 워낙 많다. 나도 200만원 정도 미납했는데 많게는 수천만원, 거의 1억원 가까이 체납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폭염 우려는 다른 취약 주거지역도 마찬가지였다. 또 다른 판자촌인 서울 송파구 복정역 인근 화훼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폭염을 앞두고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양모(74)씨는 낡은 선풍기를 손으로 가리키며 "더위를 못 견뎌서 저거라도 틀어야 겨우 산다"고 말했다. 이어 "한여름이 되면 집 안이 찜통이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달 화재로 집 수리가 제대로 안 된 상태"라며 "근심 걱정을 달아놓고 산다"고도 했다.

인근에 사는 80대 여성 신모씨는 폭염뿐 아니라 장마철도 두렵다고 했다. 신씨는 "지붕에 비닐만 임시로 덮어놨는데 비가 오면 무너질 수 있다"며 "비가 많이 안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서울 송파구 장지화훼마을.뉴시스DB.2018.08.03.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서울 송파구 장지화훼마을.뉴시스[email protected]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서울 자치구들도 대응에 나섰다.

강남구는 약 90곳이 넘는 무더위쉼터를 운영하며 65세 이상 독거·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해 관내 안전숙소도 마련해 운영할 계획이다. 또 방문간호사를 통해 독거노인, 장애인, 만성질환자를 직접 방문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거나 온열질환 예방수칙을 안내할 방침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매일 구청 관할부서에서 취약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이 실제로 대피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 가정에서 각각 전기료를 부담하지 않도록 무더위쉼터를 더욱 만들어서 모여있도록 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 상황에서 취약계층이 대피할 수 있는 체계와 경고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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