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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M 페스티벌', 자본주의 끝판왕…김은성 '월디페'는 어떻게 사람 중심이 됐나

등록 2026.06.07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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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대표 EDM 축제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올해 20년

13~14일 과천 서울랜드서 '2026 월디페' 열려

작년 6월 '월디페 재팬'도 흥행…올해 7월 2회째

"월디페 차별점 '시그니처 쇼', 관객·스태프가 모두 주인공"

[서울=뉴시스] 김은성 비이피씨탄젠트 대표. (사진 = 비이피씨탄젠트 제공) 2026.06.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은성 비이피씨탄젠트 대표. (사진 = 비이피씨탄젠트 제공) 2026.06.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천재들만이 살아남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한계를 가장 먼저, 그리고 뼈아프게 직시한 뮤지션이 있었다. 그는 마이크를 내려놓는 대신 수만 명의 심장 박동을 지휘하는 거대한 믹서를 잡았다. 아티스트로서의 실패를 담담히 승인한 그 빈자리에, 관객이라는 이름의 진정한 주인공을 세워 올리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축제 기획·제작사 비이피씨(BEPC) 탄젠트 김은성 대표의 치열했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엄한 '페스티벌'이 됐다.

2007년 '하이서울페스티벌' 프로그램 일환으로 서울 한강 난지지구에서 흙먼지를 날리며 시작한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월디페)이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첫 개최 이후 다소 부침을 겪었다. 경기 양평, 강원 춘천 등에서 열리기도 했다. 그러다 비이피씨 탄젠트가 인수 후 전 세계적인 페스티벌이 됐다. 거대 자본이 각축을 벌이는 글로벌 페스티벌 시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국 토종 브랜드다. 특히 이 페스티벌을 통해 작년 첫 내한 무대를 장식한 일렉트로닉 프로젝트 '애니마(ANYMA)'는 아시아 전역에서 큰 화제였다.

오는 13~14일 경기 과천 서울랜드에서 열리는 '2026 월디페'에는 마시멜로, 제드, 아민 반 뷰렌, 에릭 프리즈 등 일렉트로닉 음악 신의 굵직한 전설들이 대거 합류해 지난 20년의 묵직한 성취를 증명한다.

김 대표가 창조해 낸 축제의 미학은 '시그니처 쇼'에서 절정에 달한다. 월디페의 연출을 진두지휘하는 총감독이기도 한 그는 월드스테이지 객석 한 가운데 자리 잡은 FOH(Front of House)에서 열정적으로 지휘한다. 수십개의 영상과 믹서 등이 놓인 우주조정석 같은 그곳에서 그의 손 끝이 움직이면, 화려한 조명과 불꽃 등 특수효과가 마치 K-팝 아이돌의 군무처럼 일사불란하다. 특히 메인 타임의 거대한 LED 스크린에 세계적인 스타 DJ의 이름 대신, 티켓을 구매한 관객들의 아이디와 무대 뒤에서 까맣게 땀 흘린 스태프들의 이름이 빼곡히 새겨진다. 군중을 익명의 소비자로 방치하지 않고 개별적인 주체로 낱낱이 호명하는 것. 그것은 당신이 이 축제의, 나아가 당신 삶의 온전한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정중하게 일깨워주는 다정한 구원의 의식이다.

사람을 철저히 중심에 두는 이 연출 철학은 국경마저 가뿐히 넘었다. 작년 6월 일본 마쿠하리 메세, 체인스모커스의 '섬싱 저스트 라이크 디스' 선율에 맞춰 2만6000명의 관객이 일제히 허공으로 솟아올랐던 '2025 월디페 재팬'의 경이로운 순간은 그 완벽한 증명이었다. K-페스티벌의 단순한 이름표가 아닌 '경험 자체'를 수출한 이 역사적인 장면은, 올해 7월 다시 열리는 '월디페 재팬'으로 더욱 뜨겁게 이어질 예정이다.

음악을 경험하는 방식에 대한 김 대표의 탐구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오는 20~21일 열리는 '2026 서울 파크 뮤직 페스티벌' 역시 몬스타엑스 기현, 산다라박, 씨엔블루 등 세대를 아우르는 라인업을 내세웠고 이 축제 역시 콘셉트에 대한 호응으로 아시아 전역으로 지식재산권(IP)이 뻗어나가고 있다.

과거 자신들의 책임이 아닌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도 묵묵히 모든 손실을 끌어안으며 관객과의 굳건한 신의를 지켜낸 사람. 무자비한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축제 시장에서 가장 이타적인 방식으로 20년의 튼튼한 성곽을 쌓아 올린 김 대표를 만나, 이 거대한 교향곡의 다음 악장에 대해 묻고 들었다. 다음은 기자들과 김 대표가 나눈 일문일답.

-월디페가 20년을 맞이했습니다. 치열한 페스티벌 시장에서 살아남은 소감이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서울=뉴시스] '2025 월디페' 현장. (사진 = 비이피씨탄젠트 제공) 2026.06.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025 월디페' 현장. (사진 = 비이피씨탄젠트 제공) 2026.06.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DM 페스티벌이라는 게 '자본주의의 끝판왕'이거든요. 전 세계에 수천 개의 페스티벌이 있고, 글로벌의 거대 자본들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도 다들 저희가 질 거라고 했지만 결국 저희가 이겼고 유일하게 살아남았습니다. 그 치열한 20년 동안 관객분들이 이 안에서 추억을 쌓고 행복했다는 것만으로도 진짜 행복합니다."

-올해 20주년 행사의 핵심 키워드를 '감사'로 잡으셨습니다. 예매량까지 과감히 줄이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작년에 일본인 관객들까지 서울로 몰려와서 진짜 사람이 움직일 수도 없을 정도였거든요. 관객분들이 조금 더 편하게 관람하고 브랜딩을 온전히 느끼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티켓 세일즈도 예전보다 덜 팔았어요. 우리가 살아남은 건 저 혼자의 힘이 아니라 수많은 스태프들, 그리고 팬이 돼 주신 관객분들 덕분이니까요. 일본 페스티벌 때 떼창을 들으며 너무 정신없고 창피한 와중에도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그 고마움을 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월디페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는 무엇입니까?

"거창하게 아이덴티티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딱 하나 무조건 고려하는 건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 겁니다. 페스티벌이 망하면 경기가 안 좋다며 핑계를 찾지만, 진짜 이유는 관객들이 돈 내고 볼 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이에요. EDM 페스티벌에 음악만 심도 있게 들으러 오는 분들은 잘 없습니다. 신나고 행복하려고 오는 거죠. 그러려면 비주얼도 화려해야 하고, 화약도 팡팡 터져야 합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누구나 와서 가장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을 만드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단순히 음악을 듣는 곳이 아니라는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관객이 축제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서울=뉴시스] 김은성 비이피씨탄젠트 대표. (사진 = 비이피씨탄젠트 제공) 2026.06.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은성 비이피씨탄젠트 대표. (사진 = 비이피씨탄젠트 제공) 2026.06.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페스티벌의 주인공은 아티스트가 아니라 관객 본인입니다. 그날을 위해 다이어트도 하고, 예쁜 옷도 준비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자기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날이거든요. 아시나요? 강남이나 홍대 헤어 메이크업 숍이 일 년 중 제일 잘되는 대목이 결혼식 성수기가 아니라 월디페 날이에요. 아티스트들이 팬을 지인 취급하며 희소성을 잃으면 망하는 겁니다. 관객 스스로가 철저히 대우받고 돈 낸 가치를 얻어가는 축제가 돼야 합니다."

-대형 페스티벌의 장소로 외곽이 아닌 도심 속 '서울랜드'를 고집하시는 이유가 깊어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불 밖은 위험해'가 통하는 나라입니다. 넷플릭스, 술집, 프로야구 등 굳이 멀리 안 나가도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아요. 코첼라나 투모로우랜드처럼 먼 곳에서 하면 아무도 안 옵니다. 3만 명이 행사가 끝나고 한꺼번에 몰려나올 때, 버스 한 대에 40명씩 타면 거의 1000대가 필요한데 그 주차장과 운영 인력을 어떻게 감당합니까? 그래서 대중교통이 제일 중요해요. 지하철이 한 대 올 때마다 2000명씩 수송해 주니까요. 접근성, 화장실, 먹거리까지 다 고려했을 때 서울랜드만 한 곳이 없습니다."

-작년 일본 시장 진출 직후 전석 매진이라는 쾌거를 이루셨습니다. 보수적인 일본 공연계를 어떻게 돌파하셨습니까?

"처음에 일본 갈 때는 월디페를 단순히 '메이드 인 코리아'로 치부하기 싫었는데, 막상 가보니 일본의 10대~30대에게 한국은 엄청나게 트렌디한 브랜드였습니다. 일본은 내수가 워낙 큰 반면 우리는 한국의 척박한 경쟁 시장에서 매일 부딪히며 노하우를 키웠습니다. 그 압도적인 연출력과 기획력을 앞세우니, 일본에 가자마자 EDM 페스티벌 최초 매진이라는 판도를 바꿔버릴 수 있었던 겁니다."

-현재 아시아 전역으로 '파크 뮤직 페스티벌' IP를 수출하고 계십니다. 글로벌 진출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략은 무엇입니까?
[서울=뉴시스] '2025 월디페' 현장. (사진 = 비이피씨탄젠트 제공) 2026.06.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025 월디페' 현장. (사진 = 비이피씨탄젠트 제공) 2026.06.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제일 신경 쓰는 건 제 현지 파트너가 무조건 돈을 벌게 해주는 겁니다. 파트너들한테 '우리는 너네 돈 뺏으러 온 게 아니라 얼라이언스(동맹)를 맺으러 왔다'고 설득하며 제작 A부터 Z까지 다 가르쳐줍니다. 그들이 우리 덕분에 돈을 벌어야 다음에도 우릴 찾고, 자신들이 수주한 브랜드 행사도 저희한테 다시 맡기거든요. 이게 진짜 윈윈입니다."

-티몬 정산 지연 사태 당시 사비를 털어 전액 환불을 결행하셨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어떤 철학이 바탕이 됐습니까?

"티몬 사태로 수십억 원을 물렸을 때 정말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티몬이 아니라 저희 'BEPC'라는 브랜드를 믿고 티켓을 사주신 거잖아요. 당시 예매처 정보도 없어서 관객들 연락처만 가지고 일일이 문자를 돌려가며 우리 돈으로 환불을 다 해줬습니다. 이 페스티벌 하나에 달린 스태프만 1500명입니다. 제가 당장의 손해를 피하겠다고 관객을 져버리면 이 생태계가 다 무너집니다. 적자를 크게 보더라도 브랜드를 살려놓는 게 자본주의에서 생존하는 방식입니다."

-지난 20년간 EDM 신의 지형도 많이 변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관객층이나 관람의 형태는 어떻게 진화하고 있습니까?

"20년 전 페스티벌에서 미친 듯이 놀던 20대 관객들이 이제 40대가 됐습니다. 신체적인 나이 때문에 예전처럼 스탠딩에서 밤새 뛰지는 못해도, 여전히 VIP 테이블을 잡고 페스티벌을 즐기십니다. 비행기 일등석이나 은행 VIP 라운지처럼, 자본력을 갖춘 사람들이 즐기는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은 거죠. 관객 연령층이 상향 평준화되고 신의 형태가 변하더라도, 돈 내고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콘텐츠만 만들면 사람들은 계속 찾아옵니다."

-대표님이 진두지휘하시는 '시그니처 쇼'도 '월디페'의 차별화 지점이죠.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티스트만 주인공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걸 가장 멋있게 표현한 게 바로 '시그니처 쇼'예요. 무대가 끝나면 예매한 수만 명의 관객 이름, 그리고 조명을 달고, 음향을 맞춘 우리 스태프들의 이름까지 거대한 LED 스크린에 다 띄워줍니다. 이 축제의 모든 공이 아티스트 한 명이 아니라 우리가 다 같이 만들었다는 걸 인정해 주는 겁니다. 우리 스스로가 존중받는 법을 쇼로 만든 것, 그게 제 변치 않는 철학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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