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후의 인류'가 쏘아올린 기후위기…"과학은 우릴 구원할까"
EBS가 만든 과학 리얼리티…예능과 다큐 결합해
넷플릭스 톱4 진입…드라마·예능 상대로 거둔 쾌거
"레거시 미디어 위기 속 공영방송 책임감 느껴"
![[서울=뉴시스] EBS '최후의 인류' 최평순, 이미솔, 박진우 PD. (사진=EBS 제공) 2026.06.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6/28/NISI20260628_0002171834_web.jpg?rnd=20260628025239)
[서울=뉴시스] EBS '최후의 인류' 최평순, 이미솔, 박진우 PD. (사진=EBS 제공) 2026.06.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최후의 인류'는 기후위기로 지구 시스템이 붕괴하기 시작한 2038년을 배경으로, 7명의 대원이 미국 애리조나 사막 한가운데 있는 '바이오스피어2'에서 살아남는 과정을 그린 과학 리얼리티다. 7명의 대원으로는 배우 유승호와 가수 비비, 코미디언 이은지를 비롯해 뇌과학자 장동선, 화학자 장홍제, 지구과학자 김한결, 이비인후과 전문의 겸 작가 이낙준이 선발됐다.
이들이 미션을 수행하는 '바이오스피어2'는 1991년 인류가 두 번째 지구를 만들기 위해 건설한 세계 최대 규모의 밀폐 실험 시설이다. 바다, 사막, 열대우림 등이 구현된 거대한 인공 생태계 안에서 8명의 대원이 외부와 단절된 채 2년 동안 자급자족하며 생존 실험을 벌였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제작진은 30년 전 실패한 실험을 기후위기 시대로 소환해 '생존'이라는 본질적인 주제를 짚어냈다.
프로그램은 이미솔 PD가 16년 전에 읽은 책에서 시작됐다. 이 PD는 "'인간 실험: 바이오스피어2-2년 20분'이라는 책을 읽고 그 공간에서 실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게 됐다"며 "꼭 한번 다뤄보고 싶었고, 입사해서도 계속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고 했다. "이 실험이 실패로 끝났다는 게 더 재미있는 지점이었어요. 지구의 시스템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알려주는 중대한 실험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실험을 리얼리티로 찍었을 때 출연자들도 분명 1991년 대원들과 비슷한 걸 느끼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서울=뉴시스] EBS '최후의 인류' 이미솔 PD. (사진=EBS 제공) 2026.06.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6/28/NISI20260628_0002171835_web.jpg?rnd=20260628025429)
[서울=뉴시스] EBS '최후의 인류' 이미솔 PD. (사진=EBS 제공) 2026.06.28.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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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인류'는 올로케이션에 제작 기간만 1년이 걸렸다. 제작진은 철저한 보안 속에 온라인 미팅과 세 차례의 현지 답사를 거쳐 프로그램의 얼개를 짜고 살을 붙였다. 최평순 PD는 "제작 기간 동안 애리조나에서 체류하며 장소와 계절을 고민했다"며 "한국에선 컨테이너 2동 분량의 짐을 보내 세트를 만들었다"고 떠올렸다. 특히 촬영지인 '바이오스피어2' 섭외에 공을 들였다. "처음에는 그분들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지 않았어요. 1년간 미국을 왔다 갔다 하며 제작에 임하는 저희 태도나 규모를 보고 마음의 문을 열어준 것 같아요. 굉장히 버거운 도전이기도 했는데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제작진은 출연자 섭외에도 고심을 거듭했다. 이 PD는 "처음에는 과학자들로만 구성하려 했지만, 대중의 눈높이에서 소통할 역할이 없어서 프로그램이 어려워질 것 같았다"며 "생태계가 그렇듯 다양한 조합이 있어야 생존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PD도 "연예인 출연자 섭외는 얼마나 몰입할 수 있고 메시지에 공감할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봤다"며 "결과론적으로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비비는 뛰어난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미션을 해결하고, 이은지는 특유의 재치와 소통 능력으로 탄탄한 팀워크를 만든다. 유승호 역시 미션 수행에 기여하며 후반부터 든든한 리더십을 발휘한다.
반면 과학자들은 예상치 못한 엉뚱함과 예능감으로 큰 웃음을 안긴다. "1회에서 장동선 박사님은 직접 맞춘 정장을 입고 오셨고, 장홍제 박사님은 길리슈트를 입고 오셨는데 절대 저희가 요청한 게 아니에요. 저희도 진짜 깜짝 놀랐어요. 연예인분들은 다 아웃도어를 입고 오셨는데, 오히려 과학자분들이 이렇게 준비를 해오시다니 현장에서 "정말 최고다" 했어요. 5~6회에서는 장동선 박사님이 거의 코미디언 수준에 이르러서 '예능신'이 내렸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이미솔 PD)
![[서울=뉴시스] EBS '최후의 인류' 최평순 PD. (사진=EBS 제공) 2026.06.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6/28/NISI20260628_0002171836_web.jpg?rnd=20260628025518)
[서울=뉴시스] EBS '최후의 인류' 최평순 PD. (사진=EBS 제공) 2026.06.28.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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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규모의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20억 규모 제작 지원금과 EBS의 투자가 힘을 보탰다. 최 PD는 "EBS가 잘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좋은 메시지를 던지는 프로그램이 많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어려웠다는 목마름이 있었다"며 "좋은 기획과 상대적으로 넉넉한 자본 지원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의기투합해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최후의 인류'의 특징은 과학과 생존이라는 소재를 리얼리티 형식으로 가볍게 풀어냈다는 데 있다. 5060세대에 머무르던 고정 시청층을 2049세대로 확장하기 위한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이를 위해 과학 다큐를 만들어 온 이 PD를 중심으로, 환경 다큐 전문 최 PD와 게임 전문 박 PD가 머리를 맞대고, 넷플릭스로 플랫폼을 확장했다. 이 PD는 "다큐멘터리와 예능 사이에서 줄을 타는 게 제일 어려운 지점이었다"며 "초반부에는 세계관 설정과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보여주다 보니 예능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EBS답게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BS '최후의 인류' 박진우 PD. (사진=EBS 제공) 2026.06.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6/28/NISI20260628_0002171837_web.jpg?rnd=20260628025617)
[서울=뉴시스] EBS '최후의 인류' 박진우 PD. (사진=EBS 제공) 2026.06.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4회까지 방송한 '최후의 인류'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순항 중이다. 특히 방송 첫 주 넷플릭스 국내 톱10 순위에서 4위로 진입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대규모 제작비와 K팝 스타를 앞세운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 사이에서 교양 프로그램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박 PD는 "레거시의 위기라는 얘기도 많지만, 매체 환경 변화 속에서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 공영방송이 뭘 해야 할지 고민을 매 작품마다 한다"고 돌아봤다. "예전만큼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공동체가 가진 최소한의 토대를 방송사들이 어느 정도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책임감도 느껴요. 이 프로그램이 제작 형식이나 규모를 떠나서 체험의 방식으로 다가간 게 시대적인 흐름과 부합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제작진은 시즌2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 PD는 "너무 힘들어서 시즌2는 전혀 생각을 안 하고 있었는데, 넷플릭스에서 먼저 물어봤다"며 "넷플릭스 자본이 들어온다면 시즌2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총 8부작으로 구성된 '최후의 인류'는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50분 EBS1에서 방송되며 넷플릭스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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