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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는 바닥, 새 물량은 급등…식음료 가격 '도미노 인상'[다시 덮친 중동발 인플레②]

등록 2026.07.25 14:00:00수정 2026.07.25 14:06:24

브렌트유 100달러 돌파·나프타 연초 대비 82.9% 상승

농심·코카콜라·CJ제일제당 등 식음료 가격 인상 확산

"기존 재고 소진 뒤 원가 부담 본격화…인상 시점 문제"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지난 6월30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에서 화물선 한 척이 정박해 있는 가운데 사람들이 얕은 물에 서 있다. 2026.07.09.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지난 6월30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에서 화물선 한 척이 정박해 있는 가운데 사람들이 얕은 물에 서 있다. 2026.07.09.


[서울=뉴시스]김상윤 기자 = 중동 정세 악화로 국제유가와 나프타, 환율, 해상운임이 동반 상승한 가운데 비교적 낮은 가격에 확보했던 원부자재 재고가 소진되고 비싸진 추가 물량이 생산 현장에 투입되면서 식음료업계의 가격 인상이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다음 달 1일부터 주요 용기면과 스낵, 음료 등 총 43개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5.8% 인상한다.

유형별 평균 인상률은 용기면 6.0%, 스낵 5.5%, 음료 7.7%다. 육개장사발면은 소매점 기준 1100원에서 1200원, 새우깡 90g은 1500원에서 1600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다만 농심은 물가 안정과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신라면을 포함한 봉지라면 전 품목은 이번 인상에서 제외했다.

농심은 장기간 이어진 고환율과 고유가로 포장재 등 자재 가격이 급등한 데다 국내 수익성 악화와 협력사 납품가 인상까지 겹치면서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서울 소재 유통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컵용기 신라면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서울 소재 유통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컵용기 신라면 [email protected]


앞서 코카콜라음료와 롯데칠성음료, CJ제일제당, 오뚜기 등도 잇따라 가격을 올렸다. 소비 위축과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를 의식해 가격을 억눌러온 기업들이 누적된 원가 부담을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중동발 공급 충격이 제품 가격으로 전이되는 '2차 인플레이션'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제유가와 석유화학 원료 가격도 다시 큰 폭으로 뛰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3일 기준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69달러로 이달 1일보다 40.69% 상승했다. 국제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 5월26일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각각 46.61%, 34.43% 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22일 기준 나프타 가격은 t당 982달러로 지난해 7월 평균 582.85달러보다 68.48% 상승했다. 연초와 비교한 상승 폭은 82.87%에 달한다. 음료 캔과 식품 포장재에 쓰이는 알루미늄 가격도 지난해 6월 t당 약 2516달러에서 지난달 약 3458달러로 1년 새 37%가량 올랐다.

업계에서는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원가 충격이 제품 가격에 곧바로 반영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사태 초기에는 이전에 확보한 원부자재와 포장재 재고를 활용할 수 있었지만 해당 물량이 소진된 뒤 높아진 국제가격과 환율이 반영된 물량을 새로 들여오면서 비용 부담이 본격화했다는 것이다.
[부천=뉴시스] 조성우 기자 = 경기 부천시 오정구의 한 플라스틱 사출 업체에서 직원이 플라스틱 용기 원료인 폴리프로필렌(PP)을 점검하고 있다. 2026.04.10. xconfind@newsis.com

[부천=뉴시스] 조성우 기자 = 경기 부천시 오정구의 한 플라스틱 사출 업체에서 직원이 플라스틱 용기 원료인 폴리프로필렌(PP)을 점검하고 있다. 2026.04.10. [email protected]


한 업계 관계자는 "중동 이슈가 처음 발생했을 당시에는 기존에 확보한 부자재를 사용하고 있어 당장 큰 영향은 없었다"며 "이후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포장재를 추가로 매입하면서 실질적인 비용 부담이 2분기 중후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원가 상승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시점도 업체와 제품마다 다르다. 계절성과 판매 속도에 따라 제품 회전 주기가 다르고 업체별 재고 운용 기간에도 차이가 있어 일정한 시차를 적용하기 어렵다.

기업들이 추가 물량을 장기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 가격이 고점일 경우 과도하게 비축한 재고가 오히려 원가 부담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중동 정세의 향방과 국제가격의 고점을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원부자재 확보 시점과 물량을 결정하는 조달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가 상승 압력이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난 곳은 음료업계다. 페트병과 캔, 라벨, 필름 등 포장재가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나프타와 알루미늄 가격 변동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22일 서울 한 시내 편의점에서 고객이 코카콜라를 고르고 있다. 코카콜라음료가 다음 달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코카콜라 등의 음료 가격을 인상한다. 중동 불안과 고환율 속 포장재 비용이 커지면서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코카콜라음료는 다음 달 1일부터 편의점에 공급하는 코카콜라와 스프라이트, 환타 등 일부 품목의 출고가를 100~300원 인상한다고 21일 밝혔다. 전체 인상률은 평균 7.2%다. 2026.07.22.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22일 서울 한 시내 편의점에서 고객이 코카콜라를 고르고 있다.  코카콜라음료가 다음 달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코카콜라 등의 음료 가격을 인상한다. 중동 불안과 고환율 속 포장재 비용이 커지면서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코카콜라음료는 다음 달 1일부터 편의점에 공급하는 코카콜라와 스프라이트, 환타 등 일부 품목의 출고가를 100~300원 인상한다고 21일 밝혔다. 전체 인상률은 평균 7.2%다. 2026.07.22. [email protected]


코카콜라음료는 다음 달 1일부터 편의점에 공급하는 코카콜라와 스프라이트, 환타 등 52종의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한다. 롯데칠성음료도 지난달 26일부터 칠성사이다와 펩시 등 12개 브랜드, 44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5.3% 올렸다.

반면 동아오츠카와 웅진식품은 현재 가격 조정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동아오츠카는 원부자재 수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단가가 크게 오른 상태라고 설명했다. 웅진식품 역시 페트병과 라벨 등 포장재 비용 부담이 누적되고 있지만 당장은 시장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당분간 국제유가와 해상운임 등 글로벌 공급망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유류비 등이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합식품·가공식품업계에서도 가격 조정이 이어졌다. CJ제일제당은 햇반과 만두, 구이류 등 8개 카테고리 27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8% 올리기로 했다. 품목별 평균 인상률은 햇반 12%, 만두 4.6%, 구이류 8.4%다.

오뚜기도 지난 16일부터 카레와 당면, 케챂, 후추 등 4개 유형 29개 제품의 가격을 조정했다. 유형별 평균 인상률은 카레 6.1%, 당면 10.0%, 케챂 6.1%, 후추 17.0%다.

사조대림은 유통사에 참치캔 출고가를 10%, 꽁치·고등어 등 수산물 통조림은 20% 올리는 방안을 요청했다. 장류와 참기름·들기름도 인상을 요청했지만 실제 적용 여부와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오뚜기 카레가 판매되고 있다.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오뚜기 카레가 판매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라면업계에서는 농심이 용기면 가격을 올린 가운데 삼양식품과 팔도는 현재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삼양식품은 올해 1분기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이 82%에 달하는 만큼 국내 가격 조정보다는 해외 매출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향후 원가 부담에도 생산 효율성 증대와 채널 믹스 개선 등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팔도 역시 원가 압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장 가격을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제과업계에서는 농심이 새우깡 등 스낵 가격을 올렸지만 오리온과 롯데웰푸드, 크라운해태는 현재 가격 조정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오리온은 국내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현재 가격 조정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러시아와 인도 등 해외 법인은 성장세를 보이며 그룹 전체의 부담을 일부 완화하고 있다. 다만 해외 법인들이 현지에서 독립적으로 생산·판매하는 구조여서 해외 실적이 국내 법인의 원가 부담을 직접 상쇄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롯데웰푸드는 해외 수출 확대와 국내 사업 회복을 우선 추진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고, 크라운해태도 시장과 원가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다만 아직 가격을 유지하는 업체들도 원가 부담이 없어서 작아 가격을 동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생산 효율화와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상승분을 흡수하고 있지만 중동 정세와 환율, 물류비 불안이 장기화하면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사태를 거치며 수입 원재료 가격 상승을 장기간 감내해왔다"며 "길게는 5~6년 동안 가격을 쉽게 조정하지 못한 업체들도 있는 만큼 이제는 가격을 올릴지 여부보다는 어느 시점에서 조정할지를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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