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살 난 계좌, 내 인생도 망했다"…병원 찾는 2030[주식 우울증①]
등록 2026.08.01 05:01:00수정 2026.08.01 05:42:43
국내 우울증 환자 113만8230명…20대가 18%
주식투자 실패 20·30, 병원 찾는 사례 늘어

처음에는 여유 자금으로 주식 투자를 했지만, 점차 대출을 받아 투자 규모를 늘렸고, 주식이 올라도 '남들은 더 큰 수익을 냈을 텐데, 내가 소심해서 더 크게 들어가지 못했다'는 자책이 생겼다.
매수를 한 종목이 '꼭지였다'는 후회감과 자책감에 회사에서도 자꾸 핸드폰으로 차트를 확인하고, 업무에 집중이 되지 않아 상사의 지적을 받았다. 결국 시장 조정과 함께 수천만원의 손실을 봤고, 주변에서 주식을 잠깐 쉬라는 조언을 들었지만, 오히려 '그러면 나만 타이밍을 놓친다'는 불안함이 커지고 새벽에 잠을 설치게 돼 괴로운 지경에 이르자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했다.
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환자는 지난 2020년 83만7808명에서 2025년 113만8230명으로 약 35.9% 증가했다. 특히 20대 환자는 2025년 기준 20만6629명으로 전체의 약 18.2%를 차지하며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또, 2017년 대비 2021년 우울증으로 치료 받은 20대 환자가 127.1%(연평균 22.8%) 증가하는 등 20대가 모든 연령대 중 가장 가파르게 늘었다. 같은 기간 30대도 67.3%(연평균 13.7%) 증가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2021년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불안장애의 1년 유병률(지난 1년간 해당 정신장애를 경험한 비율)의 연령별 분포도에서 20대의 비율이 4.0%로 가장 높았다. 30대 역시 3.6%로 나타나, 대체로 젊은 층에서 불안장애 유병률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근 청년층의 취업난과 고용 불안, 치솟는 주거비, 치열한 경쟁 등 사회·경제적 부담이 청년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비교 문화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우울감과 불안, 공황장애, 번아웃을 호소하는 젊은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윤현철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대면이 아닌 컴퓨터와 휴대폰, 메신저 등으로 업무를 지시받고 보고하면서 사무실과 집, 책상과 침실의 경계가 허물어졌고, '24시 항시대기' 모드의 직장인이 돼 버렸는데 이런 환경의 변화가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늘 긴장하고 불안해해야 하는 현대인을 만들어냈다"며 "높은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압박감, 감정의 불안정함에서 오는 육체적, 정신적 질환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병원 진료 현장에서도 진료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오는 20·30 청년이 크게 늘고 있다.
박진경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20·30 청년들은 손에 꼽힐 정도였는 데 최근에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며 "특히 직장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청년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정신건강의학과를 대하는 개념이 많이 바뀐것 같다"며 "숨기거나 부끄러워 하기 보다는 힘들면 찾아오고 약을 먹어야 낫는 병이라는 인식으로 바뀌는 등 기성세대보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낮아진 것을 느낀다"고 전했다.
투자 기회를 놓쳤다는 불안감과 주변 사람들의 투자 성공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에 뒤늦게 빚투(빚내서 투자)를 했다가 증시가 급락하자 우울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
주식 중독 치료를 전문으로 해온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주식 투자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최근 2배 이상 늘었다"며 "주가 급등기에 주식 거래를 시작한 투자자들은 폭락을 경험해 보지 않아 더 심한 우울증과 공황장애 증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자산 규모와 관계없이 '앞으로 경제적으로 가난해질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이러한 경제적 불안이 기존의 취업난과 주거 스트레스와 맞물려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준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무한 경쟁 사회가 되면서 공부와 취업 준비, 직장생활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청년들이 진료실로 점점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주식이나 관련 상품 투자 시기를 놓쳤다는 불안감이나, 본인이 주식 투자를 안 해서 또래보다 자산 관리에서 뒤쳐졌다는 생각 때문에 경제적 불안을 호소하거나 미래를 지나치게 비관하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며 "주식 투자에 지나치게 몰두해서 중독 양상을 나타내는 청년들도 있으며, 관련 스트레스가 기존의 학업과 취업 스트레스와 겹치면서 우울과 불안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를 진료 현장에서 자주 접한다"고 말했다.
또 "우울증·조현병·성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환자 수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 것이 체감된다"며 "최근 사회·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주식 우울증 또는 주식 투자 중독 양상을 보이는 청년들이 많아진 것도 환자 증가세와 청년층 정신건강에 영향이 있을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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