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클로즈업 필름]너무 말쑥한 존 카니 음악영화 '싱 어게인'

등록 2026.09.02 00:00:00

존 카니 새 음악영화 '싱 어게인' 리뷰

[클로즈업 필름]너무 말쑥한 존 카니 음악영화 '싱 어게인'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존 카니 감독 새 영화 '싱 어게인'(9월2일 공개)은 싫어할 이유가 없다. 한 마디로 '싱 어게인'은 말쑥하다. 대체로 선한 사람들과 미워할 수 없을 정도까지만 나쁜 사람이 나온다. 이야기는 시종일관 정돈돼 있고, 선을 넘지 않는 유머와 오글거리지 않는 따뜻함은 스토리의 빈 곳을 채운다. 그리고 카니 감독 영화답게 역시나 좋은 노래들이 러닝타임 98분 간 흐른다. 군더더기 없는 영화다. 다만 관객을 휘어잡을 만한 매력이 있느냐고 한다면 그렇다고 답하긴 쉽지 않다. '싱 어게인'은 어디 하나 모난 데 없이 매끈하기 만해서 보는 이를 오래 잡아두지 못한다.

'릭 파워'(폴 러드)는 웨딩밴드에서 노래하는 무명 가수. 록스타를 꿈꿨으나 아일랜드에서 아내를 만났고 이젠 남편이자 아빠로, 돈을 벌기 위해 결혼식에서 노래 부르며 살아간다. 평소와 다름 없이 결혼식 행사를 한 어느 날, 그는 신랑 친구인 보이밴드 출신 스타 '대니 윌슨'(닉 조나스)을 만난다. 식이 끝나고 대니를 우연히 다시 만난 닉은 자신이 만들다 만 노래를 들려주는 등 음악적 교감을 나눈다. 이후 두 사람은 각자 인생을 살게 되는데, 닉은 어느 날 쇼핑몰에서 익숙한 노래를 듣는다. 닉이 대니에게 들려준 바로 그 노래. 경력 전환점이 필요했던 대니가 표절한 것이다. 닉은 대니의 노래가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나 가족은 물론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다.
[클로즈업 필름]너무 말쑥한 존 카니 음악영화 '싱 어게인'


음악영화로서 '싱 어게인'은 즐길 거리가 충분하다. 마음 한 켠에 온기를 불어넣는 이야기를 편하게 따라가도 되고, 엄선해 수록한 음악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이 있다. 국내엔 마블 앤트맨으로 알려진 배우 폴 러드가 얼마나 뛰어난 연기자인지 새삼 알게 되고, 조나스브러더스 막내 닉 조나스가 마치 자신을 연기하는 듯한 모습이 이채롭기도 하다. 적지 않게 웃겨주는데다가 결국 뭉클해져서 미소 짓게 된다. 굳이 이것 저것 따지지 않더라도 아일랜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이 영화가 만들어내는 저 유쾌와 멜랑꼴리의 묘한 대비에 그냥 빠져보는 것도 괜찮다.

음악이 가미된 영화가 아니라 음악 그 자체가 영화인 작품만이 자아내는 공교로운 마법 같은 순간이 '싱 어게인'에도 있다. 릭과 대니가 술을 나눠 마시며 합주하는 장면은 음악이 종종 각기 다른 세계와 처지를 뛰어넘어 타인과 교감하게 한다는 걸 또 한 번 알게 한다(두 사람 이상이 음을 쌓아가며 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카니 감독의 시그니쳐 시퀀스이기도 하다). 릭이 자신의 노래를 훔쳐 성공을 거둔 대니에게 내가 만든 음악의 진짜 의미를 당신은 알지 못한 채 부르고 있다고 말할 때, 노래라는 건 돈과 명예를 거머쥐기 위해 꺼내든 무기가 아니라 어떻게든 마음을 전해보고 싶어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고백이 된다.
[클로즈업 필름]너무 말쑥한 존 카니 음악영화 '싱 어게인'


다만 '싱 어게인'을 그냥 음악영화가 아니라 존 카니의 음악영화로 보면 아쉬운 대목이 있다. 먼저 노래. '원스'(2007)엔 'Falling Slowly'와 'If You Want Me'라는 명곡이 있었고, '비긴 어게인'(2014)의 'Lost Stars'와 'No One Else Like You'는 공개된지 10년이 넘은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는 노래들이다. '싱 스트리트'(2016)엔 'Up'과 'Drive It Like You Stole It'이 관객을 홀렸다. '싱 어게인'의 'How to Write a Song'은 물론 나쁘지 않은 노래이지만 앞서 카니 감독 영화에 담겼던 곡들과 비교하면 특별히 눈에 띄는 곡은 아니다.

카니 감독 영화를 '원스'부터 꾸준히 봐온 관객은 '싱 어게인'이 너무 말끔해서 작위적으로 보인다는 불만을 내놓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초저예산 독립영화에 가까운 형태로 만들어진 '원스' 같은 작품을 카니 감독이 더 이상 만들 수 없게 됐다고 하더라도 '비긴 어게인'이나 '싱 스트리트'에서 보여준 꿈·청춘·사랑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이 새 영화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건 특히 뼈아픈 부분이다. 앞선 작품들과 비교할 때 '싱 어게인'에 흔히 얘기하는 명장면이나 명대사가 거의 보이지 않는 건 어쩌면 이 영화가 너무 전형적인 작품이 됐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다소 호들갑스럽게 말해 이제 할리우드에 완전히 편입한 듯한 카니 감독 연출과 각본은 이 영화 스토리와 불협화음을 낸다. '싱 어게인'은 거대 음악산업 시스템에 속한 가수와 체계 밖에서 자기만의 음악을 해나가는 가수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거대 음반사와 스타에게 노래를 빼앗겼으나 그 노래에 담긴 진심까지 가져가지 못 한다는 내용이 서사의 중심을 이룬다. 이런 스토리를 상투에 가까운 할리우드식 작법으로 풀어내는 건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 게다가 이 대립 구도는 대체로 피상적이어서 진지해 보이지도 않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