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달러 제국' 세운 팀 쿡 15년의 명암[애플 50년, 새판 짠다①]
등록 2026.09.05 07:00:00
2011년 시총 3500억 달러서 장중 5조 달러까지 성장
아이폰 대량생산·서비스 확대로 연매출 4배 증가
애플워치·에어팟 뒤 이을 새 성장동력 발굴은 한계
AI 기능 지연 논란도…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 대외 업무
![[쿠퍼티노=AP/뉴시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8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애플파크)에서 열린 연례 '세계 개발자 콘퍼런스'(WWDC)에 참석해 환호하는 청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오는 9월 퇴임하는 쿡은 이날 마지막으로 WWDC 기조 연설 무대에 섰다. 2026.06.09.](https://img1.newsis.com/2026/06/09/NISI20260609_0001321059_web.jpg?rnd=20260609112118)
[쿠퍼티노=AP/뉴시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8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애플파크)에서 열린 연례 '세계 개발자 콘퍼런스'(WWDC)에 참석해 환호하는 청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오는 9월 퇴임하는 쿡은 이날 마지막으로 WWDC 기조 연설 무대에 섰다. 2026.06.09.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팀 쿡이 15년간 이끌어 온 애플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취임 당시 약 3500억 달러(한화 기준 470조원)였던 애플의 시가총액은 쿡 체제에서 한때 5조 달러(6750조원)를 넘어섰다. 전 세계 공급망을 뜯어고치고 서비스 사업을 키워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다만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와 아이폰을 이을 차세대 제품 발굴은 과제로 남았다. 이는 후임 존 터너스가 풀어야 할 숙제다.
5일 애플에 따르면 쿡은 CEO직을 사임하고 신설된 이사회 의장직을 맡으면서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났다. 후임 터너스는 지난 1일 애플 신임 CEO로 공식 취임했다.
3500억 달러에서 5조 달러로…기업가치 14배 성장
매출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1회계연도 1082억 달러였던 연간 매출은 2025 회계연도 4162억 달러로 약 4배 뛰었다. 순이익도 259억 달러에서 1120억 달러로 4배 넘게 늘었다.
쿡의 최대 무기는 생산과 유통을 아우르는 공급망 관리였다. 산업공학을 전공한 그는 IBM과 컴팩 등에서 생산·유통 업무를 담당한 뒤 1998년 애플에 합류했다. 2005년부터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애플의 공급망과 판매, 서비스 운영을 총괄했다.
그는 자체 공장과 창고를 과감히 정리했다. 협력사 중심의 외주 생산으로 판을 바꿨다. 재고를 극단적으로 줄이면서 핵심 부품은 대규모 선구매로 묶어뒀다. 이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폭발적인 공급량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뼈대가 됐다.
특히 중국 중심의 생산 거점을 구축해 성공을 거뒀다. 폭스콘 등 현지 협력사가 조립을 맡고, 애플은 설계와 소프트웨어 통제에만 집중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쿡 재임 기간 애플이 아이폰 약31억대를 출하한 것으로 집계했다.
아이폰 매출은 쿡이 CEO로 취임한 2011 회계연도 459억 달러에서 2025회계연도 2096억 달러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아이폰이 세계 프리미엄 폰 시장을 장악하면서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기업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차이나 리스크'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중국 중심 공급망은 쿡 체제의 성장을 이끈 동력이었지만 미·중 갈등 이후에는 위험 요인이 됐다. 미·중 갈등 격화와 관세 규제, 중국 내 애국 소비 열풍으로 높은 중국 의존도가 발목을 잡았다. 인도와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쪼갰지만, 중국 공급망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오른쪽)와 존 터너스 차기 애플 CEO가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애플) *재판매 및 DB 금지
기기 판매 넘어 '구독'으로…서비스 매출만 11배 폭증
앱스토어, 아이클라우드, 애플뮤직, 애플페이 등이 대표적이다. 2011년 94억 달러에 불과했던 서비스 매출은 2025년 1092억 달러로 11배 넘게 급증했다. 전체 매출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9%대에서 26%까지 치솟았다.
서비스 사업은 경기 영향을 덜 받고 마진율이 높다. 소비자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져도 안정적으로 돈을 벌어다 주는 캐시카우 역할을 해냈다.
애플워치와 에어팟도 힘을 보탰다. 건강 관리 기능을 앞세운 애플워치와 무선 이어폰 시장을 연 에어팟은 이용자가 애플 기기를 떠나지 못하게 묶어두는 자물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AI 늑장 대응에 소송까지…'넥스트 아이폰' 숙제 남겨
애플은 2024년 자체 AI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야심 차게 발표했다. 하지만 기술 완성도가 떨어져 핵심 기능 도입을 거듭 미뤘다.
출시 지연은 소송전으로 번졌다. 애플 아직 작동하지 않는 AI 기능을 아이폰16에 탑재된 것처럼 홍보했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집단소송을 당했다. 결국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2026년 5월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합의금을 물기로 했다.
차세대 폼팩터(기기 형태) 발굴도 지지부진했다. 애플은 2024년 혼합현실 기기 비전 프로를 출시하며 '공간 컴퓨팅'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높은 가격과 무거운 무게, 부족한 콘텐츠 등이 확산을 가로막으면서 대중적인 시장을 형성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결국 애플워치 이후 10년 넘게 시장을 뒤흔들 새로운 히트작을 내놓지 못했다.
쿡은 이제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대외 정부 규제와 글로벌 공급망 관리 등 굵직한 외풍을 막아내는 방파제 역할을 맡는다. 기술 개발과 제품 전략은 25년 차 하드웨어 엔지니어인 터너스 CEO가 쥐게 됐다. AI 기술 격차를 좁히고 혁신적인 하드웨어를 다시 선보여야 하는 무거운 시험대가 터너스 앞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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