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퇴근길에도 사고 판다"…내 주식거래 어떻게 바뀌나[12시간 거래시대①]

등록 2026.09.12 08:00:00수정 2026.09.12 08:48:14

KRX, 14일부터 오후 4~8시 실시간 거래 개장, 10분 단일가 폐지

2700개 전 종목 저녁에도 즉시 매매…NXT와 2라운드 승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 퇴근길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휴대폰으로 주식을 실시간 사고파는 퇴근길 매매가 본격화된다.

한국거래소(KRX)는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운영하는 '애프터마켓(시간외 접속매매)'을 오는 14일부터 전격 개장한다. 이에 따라 장전 프리마켓부터 야간 애프터마켓까지 하루 반나절 동안 주식을 사고파는 본격적인 '12시간 거래 시대'가 열리게 된다.

기존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10분 단위로 주문을 모아 체결하던 시간외 단일가 매매는 전면 폐지된다. 거래소는 당초 6월 말 프리·애프터마켓 동시 개설을 추진했으나 업계의 부담을 반영해 애프터마켓을 우선 도입키로 결정했다. 이후 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제 시장과 동일한 환경에서 23주간 모의시장을 운영하며 인프라 검증을 사전 완료했다.

이번 개장 참여 예정 증권사는 총 38곳으로, 전체 거래대금 기준 95.2%에 달한다. 이에 따라 대다수 투자자가 기존에 이용하던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14일부터 곧바로 퇴근길 매매에 참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10분 안 기다려도 즉시 체결"…장 마감 후 공시에 즉각 대응

투자자가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매매 속도'와 '가격 자유도'다. 지금까지 KRX의 시간외 단일가 매매는 10분마다 주문을 모아 하나의 가격으로 체결(종가 대비 ±10%)하는 방식이어서 장 마감 직후 나오는 기업 공시나 미국 선물 지수 변동에 즉각 대응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14일부터는 정규장과 마찬가지로 사고싶은 가격과 팔고싶은 가격이 맞으면 곧바로 체결되는 접속매매로 바뀐다. 가격 제한폭도 전일 종가 기준 ±30%까지 열려 정규장 마감 이후 발표되는 공시나 실적, 해외 증시 움직임 등을 저녁 시간대 시세에 신속히 반영할 수 있게 된다.

급격한 가격 변동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도 갖췄다. 직전가 대비 3% 또는 6% 이탈 시 2분간 단일가로 전환되는 동적 VI와, 직전 단일가 대비 10% 이탈 시 작동하는 정적 VI가 정규장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공매도 업틱룰도 그대로 유지되며 결제 주기 역시 정규장과 같은 매매 2영업일 후'(T+2)'이다.

거래 종목이 2700여개 전 종목으로 확대된다. 그동안 대체거래소(NXT) 애프터마켓은 우량주 위주 600개 종목에 한정됐으나, KRX 개설로 중소형주 보유자들도 야간 매매가 가능해진다. 다만 자산운용사와 유동성공급자(LP)의 운용 부담을 고려해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은 거래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코넥스·관리·투자경고·초저유동성 종목도 제외된다. 거래소는 기초자산(주식)의 시장 안정성과 유동성이 검증된 이후 업계 의견을 수렴해 ETF·ETN의 애프터마켓 거래 시기를 논의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역시 이번 실시간 접속매매 전환과 종목 확대에 따른 신규 유동성 유입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종목 제한이나 단일가 방식에 아쉬움이 있던 투자자들의 추가 수요가 대거 유입될 것으로 본다"며 "특히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 입장에서도 장 마감 직후 돌발 공시나 변수가 생겼을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통로가 마련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공시 시스템의 경우 악재성 공시를 밤늦게 내는 '올빼미 공시'를 막기 위해 현행 접수 마감시간(오후 6시)을 유지한다. 다만 마감 이후라도 언론보도로 횡령·배임, 감사의견 비적정 등 상장폐지 사유가 확인되면 즉시 거래를 정지시킨다.

[서울=뉴시스]한국거래소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2022.05.0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한국거래소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2022.05.02. *재판매 및 DB 금지

시간 독점 깨져, 글로벌 거래소와 유동성 경쟁 본격화

이번 조치는 글로벌 거래소들이 거래시간을 늘려 야간 유동성을 흡수하는 흐름에 발맞추기 위한 것이다. 하루 8시간 반에 달하는 정규장을 운영 중인 런던증권거래소(LSE)나 독일증권거래소 등 유럽 주요 거래소들은 야간 파생상품 및 지수 거래망을 확대하고 있으며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역시 24시간 매매 체제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앞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복수거래소 체제 전환과 글로벌 거래소 간 유동성 확보 경쟁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우리 증시의 체질을 바꾸겠다"며 거래시간 연장 추진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대체거래소(NXT)가 저렴한 수수료와 12시간 거래 시스템으로 독점해 온 퇴근길 수요에 KRX가 전 종목 라인업을 앞세워 맞불을 놓으면서 저녁 8시까지 이어지는 두 회사의 야간 시장 맞대결이 본격화됐다.

호가 운영 방식도 차이가 있다. NXT는 하루 거래를 하나로 이어가는 '원(1)보드' 방식을 채택 중인 반면, KRX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세션을 분리한 '쓰리(3)보드' 구조로 시작한다. 한 세션의 시스템 장애가 다음 세션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선택으로 KRX는 검증을 거쳐 내년 말까지 원보드로 전환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개설은 투자자 접근성과 시장 경쟁력을 높여 우리 증시가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동향을 모니터링하며 향후 단계적인 거래시간 추가 연장도 신중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