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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년 역사 장수막걸리, Z세대와 통한다…유병창의 '전통 혁신'[이주의 유통人]

등록 2026.09.27 06:00:00

51개 양조장 연합 서울장수…전통과 함께 젊은 소비층 접점 확대

전통 고집 않고 패션·디저트·야구장까지 일상 속 브랜드로 변신

(왼쪽) 무교양조장에서 양조한 술 판매 홍보 간판, (오른쪽) 서울탁주제조협회 영업총괄본부 유병창 사장 (사진=서울장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왼쪽) 무교양조장에서 양조한 술 판매 홍보 간판, (오른쪽) 서울탁주제조협회 영업총괄본부 유병창 사장 (사진=서울장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오랜 세월 수많은 양조인들이 합심해 지켜온 전통이라고 해서 우리 식대로만 고집하려 하면, 그다음 세대에선 아무도 찾지 않는 술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울탁주제조협회 영업총괄본부 유병창 사장의 말이다. 서울지역 51개 양조장이 1962년 뜻을 모아 결성한 서울탁주제조협회 영업총괄로 약 117년 동안 이어져 온 장수막걸리의 다음 장을 쓰고 있다.

유병창 사장은 철강회사와 언론사 대표이사를 거쳐 2020년부터 현재까지 영업총괄 사장직을 맡고 있다.

그가 서울탁주제조협회와 인연을 맺게 된 배경에는 집안 내력도 깊게 작용하고 있다. 유 사장의 증조부인 고(故) 유태정 씨가 1909년 무교동에서 창업한 '무교양조장'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조선주조사'에 이름을 올릴 만큼 당대 서울을 대표하는 규모 있는 양조장이었다.

이처럼 유 사장의 집안 내력도 깊지만, '장수 막걸리'를 관통하는 브랜드의 진짜 가치는 무교양조장을 포함해 서울에서 손꼽히던 51개 양조장들이 하나로 뭉쳐 일군 '연합과 협동의 역사'에 있다.

이들 51개 양조장은 1962년 '서울주조협회'를 결성했고, 이는 1980년 '서울탁주제조협회(서울장수)'로 거듭나며 오늘날 서울장수의 기틀을 다졌다. 수많은 양조인들이 합심해 지켜온 이 공동의 터전과 정통성이야말로 서울장수를 받치는 가장 견고한 뿌리다.

협회의 역사만큼이나 막걸리를 소비자들에게 유통하는 방식 또한 시대에 맞춰 달라졌다. 서울장수는 1978년 폴리에틸렌(PE) 병을 개발해 말통 유통의 위생 문제를 해결했고, 1990년대에는 페트병과 캔 유통으로 전환하며 이후 막걸리 수출 길을 열었다.

유통의 변화 속에서도 유 사장이 늘 강조해 온 것은 51개 양조장이 함께 쌓아 올린 브랜드의 역사성과 스토리텔링이었다.

재임 초기부터 오래된 서울장수의 역사를 눈여겨본 유 사장은 각 양조장의 장인 정신과 전통이 모여 오늘날의 장수막걸리가 탄생했다는 유구한 자산을 고객들에게 다채롭게 전하고자 했다.

최근 몇 년간 서울장수가 벌여온 다양한 실험적 시도들은 이러한 전통적 자산을 젊은 세대의 언어로 재해석해 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유 사장은 당장의 마케팅 효과보다는 Z세대의 시선과 언어로 브랜드가 소통하길 원했다.

서울장수는 지난해 11월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학술제 '콤마(COMMAH)'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해 200여 명의 학생들과 약 6개월간의 산학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올해 3월에는 연세대 실전마케팅 학회 '오퍼스(OPUS)'와도 4개월 간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장수창고 (사진=서울장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장수창고 (사진=서울장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간 전략도 같은 방향을 향한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장수 막걸리 체험관은 2023년 '도심 속 캠핑'을 주제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열리는 이 공간은 올해 리뉴얼을 진행하며 '장수창고'를 콘셉트로 매주 토요일 체험형 시음회를 운영하고 있다.

트렌드에 맞춰 화려하게 꾸민 전시 공간이 아니라, 실제 막걸리를 빚던 양조장 터였다는 이 부지의 역사성을 그대로 살린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실제 사용됐던 기물들을 곳곳에 남기고, 오랜 역사를 소개하는 히스토리 월을 조성해 방문객이 시음을 하며 자연스럽게 서울장수의 역사를 마주하게 된다. 재임 초기 "역사를 스토리텔링해 고객들에게 보여주겠다"던 구상이, 공간이라는 형태로 구현된 셈이다.

이러한 혁신 행보는 이종 산업 및 패션, 디저트, 수제맥주 브랜드와의 과감한 컬래버레이션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지만 서울장수 매출의 가장 큰 축은 여전히 전통 방식 그대로 빚는 '장수 생막걸리'다. 장수 생막걸리는 전체 막걸리 매출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스테디셀러다.
달빛유자 (사진=서울장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달빛유자 (사진=서울장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통의 본진이 굳건히 받쳐주는 가운데,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정밀하게 저격한 플레이버 막걸리 라인업도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100% 고흥산 유자의 상큼함과 완벽한 균형감을 자랑하는 우수한 맛으로 여성과 Z세대 시장을 사로잡은 '달빛유자'는 올해 누적 판매량 350만 병을 돌파했고, 밤의 달콤하고 고소한 풍미를 부드럽게 살린 '달밤장수' 역시 누적 100만 병을 넘어섰다.

한편 서울장수는 전통 발효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품질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생막걸리 특유의 신선한 맛과 탄산감을 유지하면서 균을 제어하는 발효 기술을 고도화해, 최근 '장수 생막걸리 국내산쌀'의 소비기한을 35일로 늘렸다.

아울러 해외 수출용 제품군 역시 기술 개선을 통해 소비기한을 기존 90일에서 120일까지 연장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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