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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트윈데믹 우려…폐렴 치료 항생제 확보 '응급상황'

등록 2020.10.2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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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찬 교수 “트윈데믹 시 세균성 폐렴 증가…내성 세균은 기존 항생제로 치료 어려워”

코로나19 재유행 및 계절성 독감 동시 유행 가능성으로 폐렴 합병증 증가 우려

항생제 내성 증가 대응책으로 새 항생제 확보 필요

[서울=뉴시스] 김용찬 용인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

[서울=뉴시스] 김용찬 용인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

[서울=뉴시스] 송연주 기자 = 코로나19와 계절성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의 우려와 함께 세균성 폐렴 감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나 독감바이러스 폐렴 입원 환자에서 동반되거나 2차로 생길 수 있는 세균성 폐렴 합병증으로 인해 항생제 사용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찬 용인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7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2차 세균성 폐렴은 코로나19뿐 아니라 독감에서도 매우 중요한 합병증이다. 트윈데믹이 발생하면 세균성 폐렴이 증가할 것”이라며 “하지만 내성 세균 감염은 기존 항생제로 잘 치료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새로운 항생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임상미생물학회지 ‘임상미생물학과 감염’에 발표(7월)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의 3.5%에서 코로나19와 세균의 동시 감염이 일어났다. 15.5%에선 2차 세균성 감염이 발생했고 이 중 71.3%에 항생제가 처방됐다. 폐렴은 병원 내에서 2차 감염으로 걸리거나 인공호흡기 사용과 연관돼 발생하는 일이 많다.

김 교수는 “특히 코로나19 환자에게 2차 감염으로 인한 폐렴의 위험이 높은 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폐 구조 손상으로 세균 감염에 취약해서”라고 설명했다.

박테리아(세균)를 사멸하는 항생제는 코로나19 환자에 처방되진 않는다. 하지만 이 환자에서 폐렴 등 세균성 감염이 의심되거나 발병하면 항생제가 사용된다.

우려되는 부분은 항생제 내성이다. 한국의 항생제 다제내성균은 심각한 수준으로 꼽힌다. 항생제를 자주 쓰면 세균이 죽지 않고 항생제에 내성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항생제 내성은 우리 몸에 생기는 게 아니라, 병원성 세균에 생긴다. 사람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균에 감염되면 항생제를 써도 잘 듣지 않는다. 기존의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으면 더 강력한 항생제가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6월 세균성 감염이 없는 경증 코로나19 환자에게 항생제 처방 시 내성균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녹농균의 이미페넴(항생제 종류) 내성률은 18.1%이고 병원 내 감염의 경우 약 2배정도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며 “병원 내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의 이미페넴 내성률은 90% 이상으로 매우 높다. 병원 내에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 감염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7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항생제 내성률의 지속적인 증가 원인으로 김 교수는 의사가 항생제의 단계적 축소를 두려워하는 점을 꼬집었다.

김 교수는 “항생제의 ‘단계적 축소’(de-escalation)라는 개념이 있다”며 “중증 감염에서 처음엔 경험적 광범위 항생제를 사용했다가 세균 배양 검사 결과를 확인한 후 이에 맞춰 항균 범위가 축소된 항생제로 변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많은 의사가 중증의 환자에서 항생제의 단계적 축소를 두려워한다. 결국 중증 감염일수록 광범위 항생제 사용량이 많아지게 되며 이와 관련해 내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코로나19의 재유행 및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감염질환에 대비하려면 기존 항생제의 치료 효과를 보존하는 신규 항생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항생제 약제군을 갖추고, 이미 내성이 많이 발현된 항생제를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는 등 종합 대책이 요구된다.

김 교수는 “새로운 항생제는 코로나19가 아닌, 이들에게 동반될 수 있는 ‘내성 세균 감염’ 치료가 목적”이라며 “많은 수의 코로나19 환자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며 이들에게 2차 세균성 폐렴이 발생하면 지역사회에서 보다 내성 세균 감염의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내성 세균 감염은 기존 항생제로 치료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새로운 항생제가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 코로나19 환자에서 무분별한 경험적 항생제 사용으로 증가된 항생제 사용량은 내성 세균 발생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시대에 새롭게 발생할 수 있는 내성 세균에 대비하기 위해선 기존의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항균제(항생제의 좁은 범위)의 경제성 평가를 면제하면서 새 약물 등장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1980년대에 나온 약들과 (비용) 경제성을 평가해야 해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

김 교수는 “(개정안은) 내성 세균 치료에 효과적인 항균제 신약이 안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확보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항생제 스튜어드십 및 내성균 진료 지침 수립 등을 통해 항균제 신약에 대한 관리가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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