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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한도 절반으로 준다…윤곽 드러난 가계부채 대책

등록 2021.10.24 11:00:00수정 2021.10.24 11: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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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 결과 2단계 조기도입시 대출한도 3억→1.6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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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금융위원회가 오는 26일 발표할 가계부채 대책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조기 도입 등으로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개인이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가 경우에 따라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고, 차주별 DSR을 적용받는 대출자들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당국도 고강도 '고통분담'을 예고한 바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종합감사에서 "26일 발표할 제도에는 상환능력 심사와 관련해 DSR 시행을 앞당기고 제2금융권 관리를 강화하며 가계부채 질적인 개선 등을 담을 것"이라며 "금융사 자체적으로 관리를 강화하고, 실수요자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조기 도입하려는 차주 단위 DSR 규제는 개인의 상환 능력에 맞춰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정책이다. DSR 40% 규제가 적용된단 것은 연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을 갚는데 쓸 수 없다는 뜻이다. 즉 연봉이 5000만원이라면 이중 2000만원 이상을 매년 빚을 갚는데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당초 금융위는 이 '차주단위 DSR'을 3단계에 거쳐 오는 2023년 7월엔 전면 시행할 계획이었다.

1단계로 올 7월부터 전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주담대를 받거나,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받는 이들에 차주별 DSR을 적용하고, 2단계로 내년 7월부터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어서는 대출자들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었다. 이후 오는 2023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 1억원이 넘는 차주들에 모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3단계 중 1단계만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상태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치솟자, 2·3단계를 조기 시행할 필요성이 커졌단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만약 DSR 2·3단계를 앞당겨 적용할 경우,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빌린 돈이 2억원이 넘더라도 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을 수 있었지만, 2단계가 조기 시행되면 예외없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추가로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실제 한 시중은행이 시뮬레이션한 결과, 기존 신용대출이 5000만원(금리 4.5%) 있는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조정대상지역의 6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현재는 주택담보비율(LTV) 50%가 적용된 3억원까지 주담대(360개월 만기, 금리 4.5%)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단계가 조기 도입되면 차주별 DSR 40% 대상이 되기 때문에 주담대 한도는 1억60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차주들마다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금리 수준, 소득 수준에 따라 차이가 크겠지만 가장 현실적인 조건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규제 적용 대상자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금융위는 1단계 적용 대상은 서울 아파트 중 약 83.5%, 경기도 아파트 중 약 33.4%에 해당될 것으로 추산했다. 또 2단계가 적용되는 총 대출액 2억원이 넘는 대출자는 전체 차주 중 12.3%(약 243만명)에 달하고, 3단계에 해당하는 총 대출액 1억원을 초과하는 차주는 전체의 28.8%(약 568만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봤다. 금액 기준으로는 전체 가계대출의 76.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더욱이 당국은 차주별 DSR 40% 규제를 1금융권 뿐 아니라 제2금융권으로 확대할 예정이어,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에서도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 역시 줄줄이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개인별 DSR 기준은 은행 40%, 비은행 60%가 적용되고 있다.

앞서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2억원 대출받는 사람을 1억5000만원, 1억원 받는 사람을 5000만원 정도 받을 수 있게 긴축하는 고통분담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당국은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보고 있고, 이에 대한 대응은 긴축 최대한 가시화하고 체감도를 높여 실수요자 등의 거래중단을 발생치 않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금융위는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고려해 전세자금 대출은 이번 DSR 규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앞서 금융권에서는 전세자금 대출 증가폭이 가파르자,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전세대출을 DSR 산정에 포함하는 것이 아니냔 관측이 제기됐었다.

실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6월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48조5732억원으로, 2017년 6월말 대비 95조7543억원(181.2%)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24조3886억원으로 2017년(4조3891억원) 보다 5배 이상 늘어, 면밀한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실수요자 보호 차원에서 금융당국은 올 4분기 전세자금 대출을 총량 관리 한도에서 제외키로 한 데 이어, DSR 직접 규제 대상에서도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은행권은 전세대출 한도를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범위 내로 제한하고, 전세자금 대출 신청도 전세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가능토록 했다. 전세대출이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 등 타 용도로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 차원의 전세대출에 대한 추가 규제도 배제할 순 없다. 고 위원장은 "전세대출 관련 금리나 보증비율 문제, 갭투자를 유발한단 지적이 있어서 이 부분을 잘 보면서 관리하도록 하겠다"며 추가 규제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일각에서는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줄이는 방안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 주택금융공사·SGI서울보증·주택도시보증공사 등 보증기관들은 현재 금융사의 전세대출에 대해 최대 100% 비율로 보증을 해주는데, 이를 70~80% 정도로 낮추는 방안이 제기된다. 보증 비율이 낮아지면 리스크가 커진 은행들로서는 금리를 올리거나 한도를 줄이는 식으로 관리에 나설 수 밖에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갚을 수 있는 만큼, 상환능력 만큼 빌려주겠다는 것이니 결국 지금보다는 개인이 받을 수 있는 한도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해 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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