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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가 보이콧 축구팀·가족 위협…유엔진상조사도 거부

등록 2022.11.29 1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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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시위 지지, 국가 거부한 선수들

혁명수비대에 불려가…투옥·고문 위협

유엔 진상조사단 결정…이란, 협력거부

"현지조사 구성…정치압력에 인권이용"

[알라이얀=AP/뉴시스]이란 선수들이 25일 월드컵 B조 웨일스와 축구 경기에 앞서 국가를 부르기 위해 줄을 서있다. 2022.11.29

[알라이얀=AP/뉴시스]이란 선수들이 25일 월드컵 B조 웨일스와 축구 경기에 앞서 국가를 부르기 위해 줄을 서있다. 2022.11.29


 [서울=뉴시스] 이승주 기자 = 이란 당국이 월드컵 경기장에서 국가를 부르지 않은 축구팀과 그 가족들에게 투옥과 고문 위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유엔(UN) 진상조사단에는 협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8일(현지시간) CNN은 경기 보안 관련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란 월드컵 축구대표팀 가족들이 미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시합 전 국가를 부르지 않는다면, 투옥되거나 고문을 받게 될 것이란 위협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란 축구 선수들은 지난 21일 잉글랜드와 개막전에서 국가를 부르는 것을 거부한 뒤 이란 혁명수비대(IRCG)에게 불려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이들이 국가를 부르지 않거나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면 가족들이 폭력과 고문에 직면할 것이란 위협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 뒤로 선수들은 지난 25일 웨일즈와 경기전에서는 국가를 부른 바 있다.

이어 "카타르에는 IRGC 소속 보안요원들이 선수들을 감시하기 위해 대거 배치돼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수들은 잉글랜드전을 앞두고 정부로부터 선물과 자동차를 받기로 약속 받았지만, 국가를 부르는 것을 거부한 뒤부터 위협받는 것으로 방향이 틀어진 것 같다고 소식통은 주장했다.

이란 선수들이 국가를 부르지 않은 이유는 이란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서다. 이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22)가 지난 9월 히잡 등 이슬람 율법이 요구하는 복장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구금되던 중 의문사하면서 촉발됐다.

경찰은 아미니가 지병인 심장마비로 자연사했다고 주장했지만 가족들은 고문을 당하고 죽었다고 반박했다. 3개월 째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무력 진압의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정례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 이란 외무부 사이트> 2022.08.17

[서울=뉴시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정례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 이란 외무부 사이트> 2022.08.17


이에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25일 특별회의를 열고 반정부 시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학대를 조사하기 위해 진상조사단을 설립하기로 표결을 거쳐 이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유엔 진상조사단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동 매체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진상조사위원회로 구성된 정치위원회와 어떤 형태의 협력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칸아니 "지난 몇 주 동안의 사건과 폭동 소요를 조사하기 위해 정부와 사법부, 의회 및 기타 국가들의 대표들로 구성된 현지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며 유엔 조사의 필요성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유엔의 조사는 독립국가에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인권 메커니즘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유엔은 시위 기간 동안 당국의 진압에 300명 넘게 사망하고 약 1만4000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다른 인권단체들은 이보다 더 높은 수치를 제시했지만, 이란 당국은 50명 넘는 보안관이 사망했다고 밝힌 것 외에는 공식 집계를 내놓지 않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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