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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알못]'재벌집 막내아들'의 '개인워크아웃'

등록 2023.01.3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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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JTBC '재벌집 막내아들' 진양철·진도준. 2023.01.15.(사진= JTBC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JTBC '재벌집 막내아들' 진양철·진도준. 2023.01.15.(사진= JTBC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청와대에서 열린 '순양카드 정상화를 위한 채권단 협의회.'

청와대는 부도위기에 몰린 순양카드에 영업정지 명령 조치를 내리려 하고, 채권단은 이에 반대하는 상황. 서로가 '카드대란'의 책임을 떠넘기며 '네 탓' 공방을 벌일 때 순양그룹 초대 회장인 진양철(이성민)의 막내 손자이자 미라클 인베스트먼트의 최대주주인 진도준(송중기)이 "책임은 미라클이 지겠다"고 나섭니다. 그러면서 정부와 채권단에 한 가지 조건을 내밉니다.

바로 '개인워크아웃' 제도를 도입해 달라는 겁니다. 청와대와 채권단이 개인워크아웃 제도를 책임지면, 미라클이 순양카드 뿐 아니라 대영카드까지 인수하고 부실채권을 모두 회수하겠단 파격적인 제안이죠. 하지만 청와대는 "신용사면은 없다는 것이 대통령 원칙"이라며 난색을 표합니다.

그러자 미라클의 대표 오세현(박혁권)은 "사면이 아니라 카드대란의 책임을 지게 하겠다는 겁니다. 책임은 도덕적으로 지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갚는 것이죠"라는 말로 청와대를 설득하는데 성공합니다. 결국 진도준은 순양카드를 인수하고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가 담보로 맡긴 순양물산의 지분까지 확보하며 순양물산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됩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인데요.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부도'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카드사를 구할 뿐 아니라, 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인 순양물산의 최대주주까지 오르게 만든 '치트키'가 천문학적인 지원자금이 아닌, '개인워크아웃'이라는 제도라는 건데요.

그렇다면 이 '개인워크아웃'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겠죠.

개인워크아웃을 얘기하려면 먼저 우리나라의 채무조정제도를 이해해야 합니다.

현재 국내 채무조정제도는 크게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에서 운영하는 '사적 채무조정제도'와 법원의 '공적 채무조정제도'로 나뉠 수 있습니다.

이중에서 개인워크아웃이 속한 것인 사적 채무조정제도로 연체기간에 따라 신속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개인워크아웃 등 3가지로 구분됩니다. 법원의 공적 채무조정은 크게 개인회생, 파산 등으로 나뉩니다.

먼저 '신속채무조정(연체전 채무조정)'은 연체 기간이 30일 이내이거나 6개월 이내 실업자, 3개월 이상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 등 일시적으로 상환이 어려운 이들이 신청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6개월 단위로 최장 3년까지 상환유예가 가능하고, 최장 10년 이내 상환기간을 연장하거나 원리금 분할상환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단기연체정보가 집중되지 않아 신용회복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연체기간이 31일 이상 89일 이하의 단기 연체자라면 '프리워크아웃(이자율 채무조정)'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채무 상환 기간을 연장하고 이자율을 낮춰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사전에 구제해주는 제도입니다. 채무과중도에 따라 약정이자율의 30~70% 인하를 받을 수 있고, 무담보채무 최장 10년, 담보채무 최장 35년 이내 분할상환을 지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진도준이 제안한 개인워크아웃(채무조정)은 소득 대비 금융기관 채무가 과다해 3개월 이상 연체된 금융채무불이행자가 신청할 수 있습니다. 상환기간 연장, 채무 감면 등을 통해 안정적 채무상환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데 무담보채무 최장 10년, 담보채무 최장 35년간 분할 상환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채무자의 상환능력에 따라 미상각채권 원금은 30% 범위 내에서 감면, 상각채권 원금은 20~70% 범위 내에서 탕감이 가능합니다.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의 사회취약계층은 최대 90%까지 감면을 받을 수 있습니다. 2년 이상 성실히 상환하면, 연체 등의 신용 기록 정보가 삭제돼 신용회복이 가능합니다.

신용불량자들이 채무를 청산하고 새로운 출발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단 이러한 사적채무조정 제도는 금융권 채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사채 등 비금융권 채무는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은 알아두셔야겠습니다.

다시 '재벌집 막내아들'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진도준의 제안으로 개인워크아웃 제도가 도입되자, 수많은 신용불량자들이 신청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중에는 진도준의 이전 생이었던 윤현우(송중기)의 아버지도 포함돼 있습니다. 윤현우의 아버지는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사채를 끌어다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지만, 진도준의 세상에선 개인워크아웃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카드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 중의 51%가 50대 자영업자와 실직자들입니다. 이들에게도 패자부활전이 필요합니다"라는 진도준의 말대로 된 것이죠.

이처럼 개인채무조정 제도는 신용불량자들이 빚의 굴레에 빠져 고통스러운 삶을 살지 않도록, 상환 조건을 각자의 상황에 맞게 변경해 경제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입니다. 드라마 속 배경이 됐던 2003년 카드대란 사태를 계기로 '신용불량자'라는 단어가 대중화되며 채무조정제도가 성숙해졌고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급격한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등으로 부실의 늪에 빠질 취약차주들이 더욱 늘어날 것에 대비해 정부는 이같은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키로 했습니다. 원리금 상환이 곤란한 취약차주들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채무조정 대상을 확대키로 했고 채무조정 활성화, 과다한 이자부담 제한 등을 담은 '개인채무자보호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채무조정 제도에는 늘 '도덕적 해이'라는 우려와 비판이 숙명처럼 따라붙습니다. 힘들다고 빚을 탕감해주면, 그간 성실히 빚은 갚은 사람들만 '바보'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새출발기금'도 같은 이유로 우려의 대상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빈틈없이 설계하고, 제도를 공정하게 실행한다면 국민들도 충분히 공감하고 지지하지 않을까요.

※ 인간의 중대 관심사인 돈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금융 지식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금리, 투자, 환율, 채권시장 등 금융의 여러 개념들은 어렵고 낯설기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가 '금알못(금융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금융을 잘 아는 '금잘알'로 거듭나는 그날까지 뉴시스 기자들이 돕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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