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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혈세로 메우는 전세보증금 사고

등록 2023.02.27 11:28:05수정 2023.02.27 13: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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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혈세로 메우는 전세보증금 사고


[서울=뉴시스] 홍세희 기자 = 얼마 전, 수원지법 성남지원 경매6계에서는 '빌라왕' 김모씨가 소유했던 다세대 주택에 대한 4차 경매가 열렸다.

이 집의 최초 감정가는 2억6000만원인데 경매가 3차례나 유찰됐고, 결국 이곳에 거주하던 세입자 신모씨가 낙찰받았다.

'빌라왕' 김씨가 사망하자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경매를 신청했지만,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자 울며 겨자 먹기로 '셀프 낙찰' 받은 것이다.

최근 전세 사기를 비롯한 전세보증금 사고가 급증하면서 경매로 넘어가는 집도 늘고 있지만, 유찰되는 경우가 많아 보증금 회수가 어려워지고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운용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보증금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재정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HUG는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한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우선 돌려준 뒤 경매 등을 통해 이를 회수한다.

그러나 경매에 넘긴 집들이 거듭된 유찰로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면서 채권을 모두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액과 HUG가 집주인 대신 갚은 대위변제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채권 회수 실적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HUG가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회수한 금액은 최근 3년간 2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대위변제액 대비 회수율도 2020년 50.1%, 2021년 41.9%, 2022년 23.6%로 되레 감소했다.

HUG는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준 뒤 경매 등을 거쳐 채권을 회수하기까지 2년 정도가 소요되는 만큼 대위변제 금액과 채권 회수액 간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2020년 대위변제액은 전년 대비 55%(2837억→4415억) 급증했지만 그로부터 2년 뒤인 2022년 회수액은 2179억원으로 2021년(2114억)과 비교하면 3% 증가에 그쳤다.

매년 국회 국정감사 때마다 HUG가 더 적극적으로 채권 회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지만, 실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이다.

HUG는 채권 회수를 위해 장기간 채무를 상환하지 않는 악성 임대인의 은닉 재산을 찾기 위한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대책에 나섰지만, 채권 회수 실적은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세 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하는 세입자는 폭증하고 있는데, 사고액과 대위변제액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HUG의 재정 상태가 악화되자 출자를 통한 자본 확충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채권 회수 실적을 높이기 위한 대책도 없이 출자만 거듭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

집주인이 갚아야 할 전세보증금을 국민 혈세로 메운다는 비판이 더욱 거세지기 전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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