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인공지능이 창작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

등록 2023.03.27 15:11:4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미술·음악·문학 등에 생성형 AI 활용 활발

사람이 창작한 것과 구분하기 힘든 수준

새로운 스타일·장르 만들어내는건 불가능

반복 작업, 패턴화된 노동 등은 보조 가능

"작업에서 개념 위주 예술로 바뀔 가능성"

[라스베이거스=AP/뉴시스] 아닐 차크라바티(왼쪽) 어도브 디지털 경험 분야 사장과 샨타누 나라옌(가운데)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어도브 서밋에서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파이어플라이'를 공개하고 있다. 2023.3.22

[라스베이거스=AP/뉴시스] 아닐 차크라바티(왼쪽) 어도브 디지털 경험 분야 사장과 샨타누 나라옌(가운데)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어도브 서밋에서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파이어플라이'를 공개하고 있다. 2023.3.22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지난해 미국 콜로라도주박람회 미술전에서 인공지능(AI)으로 그린 그림이 디지털 아트 부문 1위를 차지해 큰 화제가 됐다.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란 제목의 이 그림은 이미지 생성 AI인 미드저니(Midjourney)를 이용해 제작됐다. 작품을 제출한 게임 기획자 제이슨 앨런은 수상 후 "AI가 이겼고, 인간은 패배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은 AI가 여러 분야에서 인력을 대체하더라도 창작 활동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개발되고 있는 생성형 AI들은 이런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 간단한 명령어(프롬프트)만 입력하면 AI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작곡을 하는 시대가 됐다.

이미지 생성 AI인 미드저니(Midjourney)나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을 이용한 그림 그리기는 이미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명령어만 입력하면 인물화, 정물화, 추상화 등 다양한 그림을 그려준다. 일러스트레이션이나 애니메이션, 실사 등의 스타일을 구현하거나 로고나 상품 디자인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AI를 이용해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릴 이미지를 제작한다. 오픈채팅방이나 온라인 카페에서는 어떤 프롬프트를 입력할 때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지에 대한 토론과 정보 공유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AI는 문학의 영역에도 도전하는 중이다. 지난 2016년 일본에서는 AI가 쓴 SF 단편소설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이 호시 신이치 문학상 예선을 통과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21년 AI가 쓴 첫 장편소설 '지금부터의 세계'가 출간됐다. 이제 일반인들도 챗GPT를 이용하면 시나 문학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결과물은 사람이 쓴 것인지 기계가 쓴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그럴듯하다.


[서울=뉴시스] AI가 제작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우승 그림 (사진출처: CNN) 2022.09.0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AI가 제작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우승 그림 (사진출처: CNN) 2022.09.05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AI의 능력을 문화·예술에 활용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아트 전문기관 '아트센터 나비'는 지난해 8월 영상 회의 플랫폼 줌(ZOOM)에서 AI의 창작 능력을 주제로 한 'AI 공포라디오쇼'를 열었다. 참가자들에게는 7편의 괴담이 제시됐다. 이 중 AI가 만들어낸 것은 3편이었다. 머리를 맞댄 참가자들은 다수결로 AI가 창작한 괴담을 모두 맞혔지만 '매우 헷갈렸다'는 의견이 많았다. 참가자들이 소재와 문장을 제안하면 AI가 즉석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GIST) AI 대학원 교수는 지난 2016년 AI 작곡가 '이봄'을 개발했다. 이봄은 지난해 음악 크리에이터‘ 소울(SOUL)’과 공동 작업한 음원 ‘스트레인저(Stranger)’를 출시했다. 이 기술이 탑재된 AI 작곡 보조 서비스 뮤지아는 에일리의 '아이 필 소 얼론(I feel so alone)' 등 유명 뮤지션의 곡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AI의 창작 능력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AI가 인간 창작자를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아직 AI가 예술의 영역에서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고 말한다. AI가 기존에 있던 데이터를 활용해 결과를 도출해내는 만큼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능력은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안 교수는 "기존에 있는 데이터를 학습해 모사 또는 모방과 관련된 창작을 하는 것은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평가된다. BGM 같이 예술성이나 창작성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분야에서는 사람을 대체하는게 가능하다. 다만 독창적인 창작 콘셉트가 들어가야 하는 경우에는 사람이 주관적인 감정을 음악에 심어넣어야 하기 때문에 대체하는 것이 어렵다. 예술의 영역에서는 사람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AI가 새로운 스타일이나 장르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지금의 생성 AI로 새로운 장르의 개척은 어렵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생성 AI의 구조는 데이터가 제약해주는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클래식을 학습했다면 클래식 안에서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고, 클래식과 락을 학습했다면 그 요소들을 조합해서 음악을 만들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만든 찬미가.(사진 : 챗GPT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만든 찬미가.(사진 : 챗GPT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전문가들은 AI가 예술 작업이 이뤄지는 방식을 완전히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창작 활동의 보조 도구로 AI를 이용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AI공포라디오쇼를 기획한 오영진 한양대 한국언어문학과 겸임교수는 "기존에 인간 창작자가 예술 작업 시 느꼈던 반복노동, 패턴화된 아이디어 구상 등은 기계로 대체될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예술이 기존의 작업 위주가 아니라 개념 위주로 전개될 가능성을 만든다. 필력, 드로잉 능력, 음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텍스트와 이미지, 사운드를 자유롭게 아이디어만으로 펼쳐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예술의 역사에서 새로운 혁명적 순간을 만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오 교수는 "기계에 의해 욕망 없이 자동생산 되는 텍스처에 대해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 누가 어떤 의도로 왜 무엇을 가지고 만드느냐는 여전히 중요하다. 작가 개인의 스토리와 세계관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AI가 만든 결과물이 인간 창작자를 대체하는게 아니라 돕는 것이다. AI를 동반자이자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예술가가 곧 등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안 교수는 "음악이나 미술에서 AI가 초안 성격의 결과물은 굉장히 잘 만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창작 활동은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리는데 AI가 그 부담을 상당히 줄여줄 수 있다고 본다. AI가 만든 초안을 선택해서 거기서부터 창작 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느 정도 완성된 작품에 창작자가 창의성을 넣어 작업하는 형태가 가능하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