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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세 박사학위 김정수씨 "한국의 산은 유골 지키는 산"

등록 2023.03.26 16:20:09수정 2023.03.26 16: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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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 대학원 산림자원학과 박사

고향 의령 자굴산, 한우산 오르내리며 논문 준비

김정수 박사 *재판매 및 DB 금지

김정수 박사  *재판매 및 DB 금지

[의령=뉴시스] 김기진 기자 = 경남 의령군에서 70대 박사가 나왔다.

주인공은 대의면에 거주하는 김정수(72)씨로, 경상국립대학교 대학원 산림자원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지난달 말 학위를 받았다.

그동안 경상대에서 탄생한 박사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

김 박사는 학위논문으로 고향 의령의 식물자원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자굴산, 한우산, 의령 남강 일대의 식물자원을 조사하고 분석하여 의령 자연 자원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자연 보전과 기후변화에 따른 기초자료를 얻는 연구 성과를 냈다.

김 박사는 평생을 고향에서 논농사를 짓고 축사를 운영하며 낙농업에 종사했다. 종손으로 산지를 물려받고 임업후계자 일까지 맡게 되면서 나무와 인연이 시작됐다.

김 박사는 '산림 자원화'에 대한 관심과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박사학위까지 이끌었다고 밝혔다.

산에 관한 지론은 분명하다. 지금 대한민국의 산은 "유골 지키는 산"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산이 방치되어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으며 단지 벌초 때만 오르는 "죽은 산"이 됐다는 것이다.

72세 박사학위 김정수씨 "한국의 산은 유골 지키는 산"



잦은 산불 또한 산을 잘 관리하지 못해 일이 커진 것이라며 "관리하는 산"은 나무 밑이 깨끗하고, 흙이 푹신푹신해 불이 적게 난다고 지적했다.

"살아 있는 산"을 만들기 위해 김 박사는 40ha에 편백을 심고 있다. "편백 식재 범위를 계속 늘려 나중 죽을 때 후손들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다.

"당장 돈이 된다고 해서 산에 유실수를 많이 심으면 안 된다.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해서는 편백과 같은 장기수·미래목을 심어 산이 주는 공익적 가치를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임에도 논문을 위해 식물이 무성한 여름날에만 여러 차례 산에 오르고, 1000여종의 식물 이름을 일일이 대조해 가며 공부한 데는 고향사랑이 있다.

김 박사는 "내 고향 명산인 자굴산과 한우산을 조금이라도 알릴 수 있고, 이 연구를 통해 다음 세대가 의령의 산과 나무를 더욱 잘 가꿀 수 있겠다는 생각에 포기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감나무 중 우리나라 최초로 천연기념물(제492호)로 지정된 정곡면 백곡리의 수령 500년 된 감나무, 8·15 광복을 예언한 전설의 300년 이상 된 정곡면 성황리 소나무(천연기념물 제359호)를 의령 대표 나무로 소개했다.

특별히 소방의날인 11월9일을 언급하며 이날을 달력에 기록했다가 의령 자굴산에 오면 소방차보다 더 빨간 "절정의 단풍"을 볼 수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김 박사는 "나는 이제 여생이 얼마 안 남은 시들어 가는 나무이다. 하지만 우리 젊은 후손들은 앞으로 더 크고 울창해질 아름드리나무”라며 “나약한 나도 했는데 젊은 사람이 못 할 일이 없다. 힘내서 끊임없이 도전하라”고 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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