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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향기에 목이 멘다, 권순자 '청춘 고래'

등록 2019.04.23 06: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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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향기에 목이 멘다, 권순자 '청춘 고래'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작은 창 사이로 들어온 작은 마당/ 젖어서 까맣게 빛나는 바닥/ 밤새 떨어진 단풍이 나무 아래 어지럽다/ 슬픈 잔해들/ 바람이 국화 냄새 난다'('구름창문' 중)

1986년 '포항문학'으로 등단한 권순자(61)의 시집 '청춘 고래'가 나왔다. 48개의 시편이 실렸다. 세월호 참사의 본질을 시적 언어로 풀어냈다.

'깊고 푸른 물 마시고/ 고동치는 심장소리/ 나의 몸부림/ 나의 부대낌/ 영혼은 부풀어 수많은 약속들이/ 하얀 뼈 드러내고 심연의 파도에/ 물결쳐 부서질 때// 솟아오르는 무지갯빛 이름들/ 물고기 떼 수백 마리 뭉치고 뭉쳐/ 바다 속 깊은 물결로 흐른다// 고통의 뼈를 가르고 태어난/ 희망들아/ 폭풍우 속에서도 꿋꿋한/ 물의 청춘들아!'('청춘 고래' 중)

'너에게 내가 혼곤히 젖어/ 굽이쳐 물결치면/ 너의 기억으로 전신이 범람하고/ 너의 향기에 목이 멘다'('소금 기억' 중)

권 시인은 "너의 주변을 맴돌던 바람이 내게로 분다"고 했다. "너에게로 가는 바람이 된다./ 바람으로 불어 네 곁에 내 자리를 만든다./ 증발되지 않는 기억들이 새떼처럼 머문다./ 이 시집을 생을 이긴 이들에게 헌정한다." 152쪽, 1만원, 문학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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