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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시원 극작가 "희곡 워크숍 준비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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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7-07 16:37:36
'2020 아름꿈도서관 상주작가 지원사업' 선정
청소년극 관심...'내 마음의 지도'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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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극작가 이시원 . 2020.07.07. (사진 =종로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도서관은 어릴 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워온 공간이었어요."

종로문화재단의 '2020 아름꿈도서관 상주작가 지원사업'에 선정된 극작가 이시원은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원하는 사업의 하나다. 공동도서관에 문인이 상주하며 지역주민과 청소년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데 보탬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작가는 그간 대중이 문학 장르로 접하기 힘들었던 희곡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최근 종로문화재단에서 만난 이 작가는 "희곡이 연극의 부분으로만 인식이 돼 있어요. 희곡을 문학으로서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상주 작가의 임기가 시작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이 작가가 계획했던 사업들은 펼쳐지지 못하고 있다. 집필 활동과 함께 어린이 연극 프로그램 개발을 주 업무로 맡은 이 작가의 상주작가 활동 예정 기간은 7개월이다.

"희곡 워크숍을 준비했는데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니, 코로나 19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바꾸기 위해 구상 중이에요. 학생들 방학에 맞춰 프로그램도 계획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학사 일정도 맞추기 어렵게 됐네요."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대표이자 남편인 최원종 연출과 함께 연극 '좋은 하루', '안녕 후쿠시마' 등을 협업해온 이 작가는 청소년극에 관심을 갖고 극단 '내 마음의 지도'도 운영하고 있다.

과거에 극단에 들어온 신입단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청소년극 '돈키호테남극빙하'를 극단 '돈키호테남극빙하'라는 이름으로 올렸다가, 헷갈려하는 관객들이 많아 새로 극단을 만들었다.

"청소년극을 쓰면서 저 역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고민이 많아졌어요. 20대 전후의 청소년 시기에 생각이 많이 형성되잖아요. 10대와 20대에 생각한 것이 단단해지고 확장돼 어른이 되는 거죠. 이 때 소중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어요."
 
여섯살짜리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한 이 작가는 최근 들어 아동극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그런데 아동극에 대한 정부와 관객의 관심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이 작가는 "연극 전문 기자도 아동극은 거의 안 본다고 하더라고요. 종사자들은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는 중이죠.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설립된 어린이 전문 공연장으로 2016년 개관한) 종로구 아이들극장이 무척 좋은 곳이지만, 전문 공연장도 드물고 강남에도 영어뮤지컬을 위한 어린이 공연장만 있다고 들었어요"라고 했다.

내 마음의 지도를 통해 '관객 참여형' 연극을 하고 싶다는 이 작가는 이번 아름꿈도서관 상주작가 프로그램에도 비슷한 내용의 작품을 포함시킬 계획이었다. "아름꿈도서관의 옥상 정원에 계단식의 야외 무대가 있어요. 마루바닥으로 돼 있어서 '보는 공연'이 아닌 '놀이 활동'으로서 공연을 기획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실행을 못하는 상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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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극작가 이시원 . 2020.07.07. (사진 =종로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충남 부여가 고향인 이 작가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소설가 또는 시인을 꿈 꿨다. 책이 많은 환경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초등학교 문집을 만들 때 글을 쓰면 칭찬을 많이 받았다.

논밭에서 매일 일한 이 작가의 아버지는 자신 옆에 오도카니 앉아 있는 그녀에게 마치 옛날 과거시험을 치르듯 시제를 하나씩 던져 줬다. 즉석에서 바로 그녀가 글을 지으면, 함박웃음을 짓곤 했다.

그렇게 글쓰기의 매력을 알아간 이 작가는 서울예대 문창과에 입학했다. 소설을 공부했는데 그곳에서 최 연출을 만났다. 최 작가는 시를 전공했는데, 오태석·윤대성 같은 연극계 거장들의 수업을 들으며 극작과 학생처럼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늘 최 연출이 제 소설이 희곡적이라면서 희곡을 써보라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계속 소설에 뜻을 품고 소설을 썼죠. 결국 등단을 못하고 일반 회사를 다녔어요. 근데 회사에 다니기 싫어 퇴근하면 집에서 글을 쓰기 일쑤였죠. 어느날 최 연출의 말이 귓가를 맴돌아서 희곡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쓴 '녹차정원'이 2005년 옥랑희곡상에 덜컥 당선되면서 극작가가 됐다. 이 작가는 "초심자의 행운"이라면서 웃었다.

이 작가는 종로구에 15년째 살고 있다. 2005년 대학로 작업을 하면서 동대문 근처에서 살기 시작했고, 명륜동을 거쳐 결혼하면서 동숭동으로, 지금은 이화동에 살고 있다.

대학로 구석구석만 알다, 얼마 전 인왕산 자락 품에 안긴 한옥 공공 도서관 청운문학도서관을 방문하면서 종로의 색다른 매력을 발견했다. 청운문학도서관의 연못에서 살고 있는 큰 물고기를 지켜보면서 자신이 상주작가로 생활할 아름꿈도서관도 정성스럽게 가꾸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 '종로의 기록,  우리동네 예술가 DB구축사업' 참여 작가, '종로구청 청소년 연극 순회사업' 프로듀서로도 활약한 이 작가는 "아이를 키우다 보니 지역의 도서관을 비롯해 소중한 문화 공간이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삶과 문화 예술이 함께 체화되는 재미가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다"고 했다.

극단 명작옥수수밭 프로듀서로서 '종로문화다양성연극제'에 참여하며 다문화에도 관심을 갖게 된 이 작가는 최근 '아시아 신화'에 대해서도 공부하는 중이다.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이 '다문화'를 소중하게 다루다보니, 그 근원에 대해 공부하게 되더라고요. 아시아 문화에 비슷한 신화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햇님 달님' 같은 동화가 조금씩 변형이 돼 아시아 각지에 있죠. 아이들에게 동화를 이중언어로 쓰고 읽어주면서, 다른 문화권의 분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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