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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세대]⑪무력감 넘어 '무망감'…그들, 벼랑 끝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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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4-06 07:01:00  |  수정 2021-04-06 07:06:37
20대 사망률 급증 추세…여성에서 자살률 높아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고립감 가중
생명의전화 510건 중 20대 상담은 176건 차지
"부동산, 취업 문제 등 미래 희망 없다고 느껴"
'노력과 의지에도 달라지지 않을거야'…무망감
C세대 "가난 대물림되느니 차라리 혼자 사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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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아무리 힘들다고 외치면 뭐 해요, 달라질 게 없는데…"

차가운 강에 몸을 내던졌던 22살 A씨가 눈을 뜬 뒤 언급한 첫 마디였다고 한다. A씨는 소방당국에 발견돼 다행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핏기없던 그의 얼굴에선 반짝임을 잃은지 오래다. 소위 말하는 이 '무망감(hopelessness)'은 '위기(Crisis)'의 시대를 살아가는 20대의 일상 속에 스며들고 있다.

무망감은 아무리 노력해도 빠져나올 길이 보이지 않는 '무력감(helplessness)'과는 다르다. 현재 내가 처한 상황에 힘들어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노력과 의지에도 앞으로 미래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좌절감에서 기인한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면서 발현하는 무망감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20대에서 훨씬 더 크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는 20대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계청의 '2019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대 사망률은 2018년 대비 9.6% 오르는 등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10대(2.7%)와 60대(2.5%)에서도 자살률이 상승했지만 20대는 이를 훨씬 웃돈다.

특히 20대 여성 자살률이 급증하는 추세다.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2019년 20대 여성 자살률은 2018년 대비 25.5%나 올랐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19~20년 상반기 자살 현황'을 보면, 2019년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 사망자 수는 2018년보다 43% 늘었다. 2019년 자살한 20대 여성은 296명이었다.

6일 자살예방상담을 진행하는 생명의전화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전체 한강 교량 위 생명의전화 총 상담 건수는 510건이었다. 이 중 20대의 상담 비율은 176건으로 전체 전화의 34.6%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내재화한 20대인 C(Crisis·위기)세대가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느끼는 고립감과 박탈감은 상당하다고 말한다.

치열한 대입 경쟁을 뚫고 사회에 진출했지만 취업난, 내집 마련 문제 등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다른 기성세대에 비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박종익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금의 20대들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가진 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문제, 취업 문제 등을 겪으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좌절을 느끼고 벽에 부딪치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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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뉴시스 창사 20주년 특집 ‘C세대’ 글 싣는 순서.
생명존중시민회의 임삼진 상임대표는 "이전과 달리 삶의 희망을 얻기 힘든 20대들이 많아지면서 취업이나, 내 집 마련 문제 등에 대해 현실의 벽을 크게 느끼는 것 같다"며 "아예 자포자기 해서 캥거루족으로 남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꿈을 잃어버린 세대가 됐고, 전염병처럼 그런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시대의 아픔이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가중된 경제난 또한 20대들에게는 버거운 짐으로 다가오고 있다. 취업 절벽이라는 현실과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불안한 미래 전망이 20대 자살률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구직 포기자들이 늘면서 20대 비경제활동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서 자살예방사업을 담당하는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직장 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고 실직하면서 우울감이 심화돼 자살을 시도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며 "코로나19 타격으로 가족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뉴시스가 만난 정모(29)씨는 "열심히 공부해 대학을 졸업했고, 스펙도 쌓고 했지만 여전히 나아진 게 없다"며 "일자리는 구하기 힘들고, 코로나19로 일자리는 줄다보니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느낌만 든다"고 토로했다.

정씨는 "취업 후 열심히 돈을 모아서 '내 집 마련을 해야겠다'는 꿈이 있었지만 이번 부동산 정책 등을 보면서 내 집 마련의 꿈조차 꿀 수 없게 됐다"며 "돈이 없으니 집은 못사고, 자연스럽게 결혼도 생각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가난이 대물림되느니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겠다"고 자조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자살예방대책에서 20대를 위한 촘촘한 대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책을 보면 청소년이나 노인 등 고령화 계층에만 치중돼있는데, 20대들을 위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20~30대 청년들의 자살 예방대책을 찾아보면 구체화 되어 있지 않고 이론적인 부분만 나와 있다"면서 "점점 자살 시도율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이런 부분을 타게팅해 촘촘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신적 고통 등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자살예방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di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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