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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차 IOC 위원 유승민 "남은 2년 반도 게으름은 없다"[베이징2022]

등록 2022.02.19 0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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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루프 올림픽, 굉장히 잘 준비한 느낌"

"우리 선수들 투혼이 빛났던 대회, 과정에 충실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모습도 성숙"

[서울=뉴시스]유승민 IOC 위원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사진=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 제공)

[서울=뉴시스]유승민 IOC 위원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사진=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 제공)

[베이징=뉴시스]권혁진 기자 =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유승민(40)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맞이한 세 번째 올림픽이었다. 평창(2018년)과 도쿄(2020년)에서 그랬듯 유 위원은 베이징에 머무른 20여 일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냈다.

대회 폐막을 사흘 앞둔 18일 뉴시스와 전화로 만난 유 위원은 "3주 가량 각국 IOC 위원과 국제연맹 임원 등 40여명의 인사들을 만난 것 같다. 회의도 많았고 모임들도 수차례 가졌다"고 설명했다.

탁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유 위원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기간 중 진행된 선수위원 투표에서 1544표를 받아 23명 중 2위로 당선됐다. 오전 7시부터 밤늦게까지 배낭 하나 들쳐 메고 일일이 선수들과 눈을 마추지며 호소한 결과다.

6년이 지난 2022년, 유 위원은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분주했다. 유 위원은 "6년 간 게으름을 피운 적이 없다고 자부한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열심히 했다"면서 "다른 위원들을 도쿄 대회 이후 오랜만에 만났다. 코로나로 직접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번 기회에 많이 교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에는 선수위원회 부위원장 자격으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면담했다. 유 위원은 "선수들의 생각과 도핑, 판정,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바흐 위원장은 선수들이 가장 중심이 돼야 하니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소개했다.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18일 기준)를 획득했다. 평창 대회 성적에는 못 미치지만 코로나로 준비 과정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준수한 성과다.

유 위원은 "우리 선수들의 투혼이 빛났던 대회였다. 과거 올림픽들과 달리 제약이 있었지만 그래도 안전한 환경 속에서 경기를 치렀다. 메달을 딴 선수들이나 못 딴 선수들 전부 승자다. 선수들의 노고와 퍼포먼스가 모두에게 귀감이 됐다"고 칭찬했다.

한국 최고의 탁구 선수로 통했던 유 위원은 현역 시절 올림픽을 네 번이나 경험했다.

그런 그에게 메달에 연연하지 않고 올림픽 자체를 즐기는 MZ세대 선수들의 문화는 색다르게 다가왔다.

유 위원은 "메달을 못 땄다고 예전처럼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힘든 과정 속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올림픽이라는 무대 자체가 소중하기에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것만 봐도 우리 때보다 훨씬 성숙해졌다고 본다"고 전했다.

사상 초유의 폐쇄루프 올림픽도 성공작이라고 평가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모든 관계자들을 외부와 단절된 공간 속에 넣어두는 폐쇄루프 시스템은 코로나 팬데믹으로부터 거대한 축제를 보호하는 결과를 낳았다.

유 위원은 "깜짝 놀랐다. 굉장히 잘 준비된 느낌을 받았다"면서 "첫 번째는 선수들의 안전이었는데 이 부문은 완벽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토마스 바흐(가운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유승민(오른쪽) IOC 위원. (사진=유승민 위원 제공)

【서울=뉴시스】토마스 바흐(가운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유승민(오른쪽) IOC 위원. (사진=유승민 위원 제공)

평창에서 시작해 도쿄를 거친 동북아시아 릴레이 올림픽은 베이징에서 마침표가 찍혔다.

IOC 위원으로 3개 대회를 모두 경험한 유 위원의 평가가 궁금했다.

"평창은 굉장히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도쿄와 베이징은 코로나 때문에 고전했지만 새로운 형태의 올림픽을 선보였다.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 느끼겠지만 만일 열리지 않았더라면 과연 이들의 꿈과 노력은 어떻게 됐을까. 최대한 안전하게 개최하려고 노력했고 선수들도 만족스러워한다. 평창에서 잘 출발했기에 끝까지 좋은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베이징 후에는 강원 유스 올림픽이 있다.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라고 본다. 롤모델로 삼아 잘 준비해야한다."

과거 모든 대회들이 그랬듯 크고 작은 사건 사고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차세대 피겨 여왕을 꿈꾸던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의 도핑 파문이다.

유 위원은 "도핑에 대한 IOC의 원칙은 변함이 없다. 도핑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경우 프로세스가 처음부터 꼬였다. 완전한 결론을 얻기까진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물론 관계자와 도핑을 주도한 사람들은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IOC 선수 위원은 8년 단임제다. 유 위원의 임기는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다. 남은 2년 반도 허투루 보낼 생각은 없다.

유 위원은 "선수 때는 아무 것도 모르고 내 역할에만 최선을 다했다. 은퇴 후 행정을 해보니 배울 것이 참 많다"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밝혔다.

유 위원의 자리는 또 다른 누군가가 대신한다. 우리로서는 국내 선수가 바통을 이어 받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국제 스포츠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IOC 위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알기로는 몇몇 후배들이 IOC 선수위원의 꿈을 갖고 있다. 남은 2년 반 동안 관심 있는 선수들과 함께 공부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유 위원은 "스포츠계 세계적인 이슈는 거의 매일 일어난다. 도핑 이슈나 정치적 의사 표현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한다. 나도 남은 기간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그래야 후배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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