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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강타한 발리예바 도핑파문…'국적 논란' 에일린 구[베이징 결산⑤]

등록 2022.02.20 10:00:00수정 2022.02.20 10: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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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 '아듀'

출전권 양보 받아 나온 잭슨, 빙속 사상 첫 흑인 메달리스트

'스키 여제' 시프린은 개인 종목서 '노메달'

[베이징(중국)=뉴시스] 고범준 기자 =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 올림픽 위원회·ROC)가 연기를 마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2022.02.17. bjko@newsis.com

[베이징(중국)=뉴시스] 고범준 기자 =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 올림픽 위원회·ROC)가 연기를 마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2022.02.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은 '도핑'과 떼놓고 생각하기 힘든 대회가 됐다.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도핑 파문 때문이다.

남자 싱글 선수들도 뛰기 힘든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구사하는 발리예바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이자 이번 올림픽을 가장 빛낼 스타 중 한 명으로 기대를 받았다.

전 세계 피겨 팬들은 쇼트프로그램(90.45점), 프리스케이팅(185.29점), 총점(272.71점) 세계기록을 모두 갖고 있는 발리예바의 '여왕 대관식'을 기다렸다.

개인전에 앞서 열린 팀 이벤트(단체전)에서 기대는 더욱 높아졌다.

발리예바는 단체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 모두 출전, 각각 90.18점, 178.92점을 얻으며 1위에 올랐다. 발리예바를 앞세운 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단체전이 끝나고 하루 뒤인 8일 도핑 의혹에 휩싸였고, 사실로 드러났다.

국제검사기구(ITA)는 러시아피겨선수권대회 기간 중인 지난해 12월 25일 채취된 발리예바의 도핑 샘플에서 협심증 치료제이자 흥분제 약물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발리예바의 자격 정지를 결정했다가 선수 이의 제기에 철회한 것이 문제가 있다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CAS는 발리예바의 손을 들어줬다. 만 16세 이하로 세계반도핑법에 보호되는 나이이고, 검사 내용을 지난 8일에야 전달받아 대응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CAS의 판결로 발리예바는 여자 싱글 개인전에 출전할 수 있게 됐지만, 그를 향한 시선은 차가웠다. 전 세계적인 비난이 이어졌다. 함께 여자 싱글 개인전에 나서야하는 선수들도 발리예바의 출전에 불만을 표출했다.

[베이징(중국)=뉴시스] 고범준 기자 =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금지약물(도핑) 적발에도 불구하고 출전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카밀라 발리예바가 연기를 마치고 4위르 성적을 받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2.02.17. bjko@newsis.com

[베이징(중국)=뉴시스] 고범준 기자 =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금지약물(도핑) 적발에도 불구하고 출전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카밀라 발리예바가 연기를 마치고 4위르 성적을 받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2.02.17. [email protected]

IOC와 ISU는 사실상 발리예바를 '예외 선수'로 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IOC의 요청을 받은 ISU는 발리예바가 쇼트프로그램에서 24위 내에 들 경우 예외적으로 이번 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출전 선수 수를 기존 24명에서 25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IOC는 발리예바가 입상할 경우 메달 수여식을 열지 않기로 했고, 그의 기록 옆에 '별(*)표'를 붙이기로 했다.

비난 속에 여자 싱글 개인전에 나선 발리예바는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 악셀 실수를 저질렀으나 82.16점을 받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프리스케이티에서는 계속되는 비난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세 번이나 빙판 위에 넘어지는 등 여러 차례 점프 실수를 저지른 끝에 141.93점을 받는데 그쳤다.

총점 224.09점으로 4위에 머문 발리예바는 결국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은 막을 내렸지만 발리예바의 도핑 위반과 관련한 조사는 계속 이어진다. 러시아의 피겨 단체전 금메달과 발리예바의 개인전 기록이 남을지는 조사 결과에 달려있다.

중국 동계스스포츠 최고 스타로 떠오른 에일린 구(19)도 대회 내내 뜨거운 화제였다.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에일린 구는 미국에 주로 거주하면서 미국인으로 살다가 2019년 중국으로 귀화했다.

[장자커우=AP/뉴시스] 에일린 구(중국명 구아일링)가 18일(현지시간)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키 프리스타일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우승한 후 시상대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에일린 구는 프리스타일스키 빅에어와 하프파이프 2관왕에 올랐고 슬로프스타일에선 은메달을 획득해 출전한 3개 종목에서 모두 메달을 따냈다. 2022.02.18.

[장자커우=AP/뉴시스] 에일린 구(중국명 구아일링)가 18일(현지시간)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키 프리스타일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우승한 후 시상대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에일린 구는 프리스타일스키 빅에어와 하프파이프 2관왕에 올랐고 슬로프스타일에선 은메달을 획득해 출전한 3개 종목에서 모두 메달을 따냈다. 2022.02.18.

미·중 갈등이 맞물리면서 어머니의 나라인 중국을 택한 에일린 구에 중국인들은 열광했다. 귀화 이후 13차례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대회에서 7개의 금메달을 수확하는 등 호성적을 거두면서 인기는 날로 높아졌다.

구아이링이라는 중국 이름도 갖고 있는 에일린 구는 엄청난 인기를 등에 업고 차이나모바일, 중국은행, 메이디, 멍뉴, 루이싱커피, 징둥 등 20개가 넘는 기업과 광고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그의 국적을 두고 벌어진 논란은 올림픽 기간에도 이어졌다. 중국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데, 에일린 구가 여전히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이어졌다.

국적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한 에일린 구는 역사에 길이 남을 성적을 남겼다. 출전한 3개 종목에서 모두 메메달을 거머쥐었다.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빅에어에서 188.25점으로 금메달을 땄고, 슬로프스타일에서는 86.23점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지막 출전 종목인 하프파이프에서는 95.25점으로 금메달을 획득, 2관왕에 등극해다.

에일린 구는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에서 한 대회에 메달 3개를 따낸 최초의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36·미국)의 '라스트 댄스'도 이번 올림픽에서 눈길을 모은 장면 중 하나다.

화이트는 스노보드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2006년 토리노 대회, 2010년 밴쿠버 대회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고, 2018년 평창 대회에서 정상을 탈환했다. 올림픽 금메달만 3개다.

[장자커우(중국)=AP/뉴시스]'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36·미국)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될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하프파이프 종목 통산 4번째 금메달에 한걸음 다가섰다. 화이트는 9일 중국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벌어진 대회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예선에서 86.25점, 4위로 12명이 치르는 결선에 진출했다.

[장자커우(중국)=AP/뉴시스]'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36·미국)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될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하프파이프 종목 통산 4번째 금메달에 한걸음 다가섰다. 화이트는 9일 중국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벌어진 대회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예선에서 86.25점, 4위로 12명이 치르는 결선에 진출했다.

이번 올림픽은 전설의 마지막 무대였다. 화이트는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85.00점을 얻어 4위에 자리했다.

1~3차 시기를 치러 가장 높은 점수로 순위를 정하는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2차 시기에 85.00점을 얻은 화이트는 마지막 3차 시기에 미끄러진 뒤 고글을 벗고,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경기장을 찾은 많은 팬들과 동료 선수들은 떠나는 화이트를 위해 박수를 보냈고, 화이트는 미소와 함께 눈물을 글썽였다.

화이트는 현역으로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스노보드에 정말 고맙다. 나의 인생에서 스노보드는 사랑이었다. 울지 않아서 미안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럽지 않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가 경기를 마친 뒤 자신보다 12살 어린 금메달리스트 히라노 아유무(24·일본)를 안아주는 장면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황제의 퇴장과 새로운 황제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에린 잭슨(20)과 브리타니 보(34·이상 미국)가 보여준 우정도 전 세계에 감동을 안겼다.

잭슨은 미국 베이징동계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여자 500m 3위에 머물러 2장 걸려있던 출전권을 따지 못했다.

2021~2022시즌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여자 500m에서 4개의 금메달을 휩쓴 잭슨은 무난히 출전권을 획득할 것으로 보였지만, 스케이트날이 얼음에 걸리면서 잠시 중심을 잃는 바람에 제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했다.

[베이징(중국)=뉴시스] 고범준 기자 = 13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 스케이팅 오벌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미국 에린 잭슨이 성조기를 들고 링크를 돌고 있다. 2022.02.13. bjko@newsis.com

[베이징(중국)=뉴시스] 고범준 기자 = 13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 스케이팅 오벌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미국 에린 잭슨이 성조기를 들고 링크를 돌고 있다. 2022.02.13. [email protected]

올림픽 출전 꿈마저 무산될 뻔했던 잭슨을 구제한 것은 보였다. 미국 대표 선발전 여자 500m 1위를 차지한 보는 "잭슨은 누구보다 올림픽 500m에 출전할 자격이 있는 선수다. 잭슨이 나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며 출전권을 잭슨에게 양보했다.

보의 양보는 기적을 불렀다. 출전권을 포기한 선수가 나오면서 보도 500m 출전권을 획득했다.

보는 잭슨의 우상이었다.

잭슨은 인라인 스케이팅 선수였다가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 2017년 9월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전향한지 얼마되지 않아 나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24위에 머물렀지만, 4년 동안 성장을 거듭해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만 20세이던 2008년까지 인라인 스케이팅 선수로 뛰었던 보는 스피드스케이팅 전향을 택했고, 2010년부터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활약했다.

보를 보며 성장한 잭슨은 출전권을 양보한 '우상'에 깊은 감사함을 표했고, 금메달 획득으로 다시 한 번 화답했다. 잭슨은 이번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04를 기록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흑인 여성이 메달을 딴 것은 잭슨이 최초다.

잭슨의 금메달이 확정된 후 보는 누구보다 기뻐했다. 잭슨도 가장 먼저 보부터 찾았다. 둘은 포옹을 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베이징=AP/뉴시스] 미케일라 시프린(미국)이 9일 중국 베이징 옌칭 국립 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키 알파인 여자 회전 1차 시기에서 넘어져 실격된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22.02.09

[베이징=AP/뉴시스] 미케일라 시프린(미국)이 9일 중국 베이징 옌칭 국립 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키 알파인 여자 회전 1차 시기에서 넘어져 실격된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22.02.09

예상 외의 부진한 성적으로 화제를 모은 선수도 있었다. '스키 여제' 미케일라 시프린(27·미국)은 이번 대회에서 '악몽의 시간'을 보냈다.

시프린은 현역 선수 FIS 월드컵 알파인 최다 우승(73회)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회전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대회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시프린의 3회 연속 금메달 획득에 큰 기대가 쏠렸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개인전 5개 종목에 출전했으나 금메달은 커녕 메달도 따지 못했다.

시프린은 자신의 주종목인 회전과 대회전에서 모두 완주에 실패했다. 첫 출전 종목이었던 대회전에서는 1차 시기에 레이스 시작 11초 만에 넘어졌다. 회전에서도 1차 시기에 레이스 시작 후 약 5초 만에 미끄러져 실격됐다.

주종목이 아닌 슈퍼대회전에서는 1, 2차 시기 모두 완주했지만, 9위에 머물렀다. 활강에서도 18위의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시프린은 이번 대회 마지막 개인 종목인 복합에서도 완주하지 못했다.

알파인 복합 경기는 1차 시기 활강, 2차 시기 회전을 치른 뒤 기록을 합해 순위를 정한다.

시프린은 주종목이 아닌 1차 시기 활강에서 1분32초98을 기록, 5위에 올라 메달 획득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장기인 회전에서 또 넘어지면서 완주에 실패하고 말았다.

시프린에게 이번 올림픽은 '악몽'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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