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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오연수 "첫 악역, 예뻐보이고 싶었으면 안 했죠"

등록 2022.04.30 09: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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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검사 도베르만'으로 8년만에 안방극장 복귀

데뷔 34년만의 악역…거울 보고 사이코패스 연기 연습

군복 한 벌로 6개월 버텨…아들도 "새로운 모습 봤다"며 응원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에 출연한 배우 오연수가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4.29.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에 출연한 배우 오연수가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4.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탤런트 오연수(51)의 새로운 발견이다. 최근 막을 내린 tvN 월화극 '군검사 도베르만'에서 데뷔 34년 만에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 기존 연기 틀을 깼다. 최초의 여자 사단장 '노화영'으로 분해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악역을 넘어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닌 인물을 연기할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간의 청순하고 여리여리한 이미지와 상반돼 낯설어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캐릭터가 너무 세 부담이 컸다며 "마지막 날까지 고민하며 촬영했다"고 돌아봤다.

"작년 6월 윤현호 작가님과 진창규 PD님을 만났고 12월 촬영에 들어갔다. 캐릭터가 너무 세지만 '나만 잘하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제작진과 미팅이 다가올수록 '내가 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캐릭터는 진짜 좋은데 자신 없어'라며 마음이 왔다 갔다 했다. 촬영 직전까지도 그랬다. 제작사에서 누가 나를 추천해 만장일치로 됐다고 했을 때 기분이 좋으면서도 이상하더라. 막상 들어가니 어제 촬영한 것처럼 편했다. 너무 오랜만에 해 걱정했는데, 긴장되거나 어색한 건 전혀 없었다."

이 드라마는 돈을 위해 군검사가 된 '도배만'(안보현)과 복수를 위해 군검사가 된 '차우인'(조보아)이야기를 그렸다. 오연수는 '트라이앵글'(2014) 이후 약 8년만의 안방극장 복귀다. '크리미널 마인드'(2017)에 특별 출연한 적은 있다. 제작발표회에서 '다른 배우가 이 역을 했으면 배 아팠을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이 나이에 '언제 이런 역을 해볼까? 싶다"며 "사실 8년 정도 쉬어서 10~20대는 나를 모르는 친구들이 많았을 텐데, 다행히 많은 분이 좋아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에 출연한 배우 오연수가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4.29.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에 출연한 배우 오연수가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4.29. [email protected]


연기 변신을 위해 이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었다. '안 어울리게 왜 저런 걸 했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누구의 엄마, 부잣집 사모님 등을 연기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연기 욕심이 많아서 '악역으로 변신할 거야'라며 시작한 것도 아니"라고 짚었다. "임팩트가 강해 부담감과 중압감이 컸다"면서도 "욕먹는 건 신경 쓰지 않았다. 확실하게 못되게 해서 '등짝 맞게 해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군인 연기 고민이 많았다며 "평상시 말투와 차별화 돼야 하는데, 너무 군인처럼 '다나까'로 하면 로봇처럼 보일 것 같았다. 사이코패스 모습까지 복합적으로 보여줘야 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했다"며 "눈만 째려보고 치켜드는 게 아니라, 안 쓰던 안면 근육을 써야 했다. 거울을 보고 입꼬리를 한 쪽만 올리고 비열하게 웃는 등 연습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오연수는 여배우로서 예뻐 보이고 싶은 욕심을 내려놨다. 어느새 군복과 한 몸이 된 듯 연기했다. 처음엔 SNS에 '내가 군복을 입을 줄이야'라고 올렸지만, 촬영을 마친 후에는 '문신과도 같았던 군복과 안녕'이라고 썼다. "문신도 그런 문신이 없었다. 사극도 색깔별로 옷을 입혀 주는데, 6개월 동안 군복 한 벌만 입었다"면서 "옷에 신경 안 써도 돼 좋았지만, 99% 군복만 입고 연기한 건 처음이다. 촬영하는 동안 딱 한 번 빨았다"며 웃었다.

"예쁘게 나오고 싶었으면 이 역을 맡지 않았을 거다. 인스타그램 DM으로 몇몇 팬들이 '안 예뻐 보여서 속상하다'고 하더라. 이번 역은 예쁘게 보일 수가 없었다. 메이크업은 기본만 하고, 머리도 8대2 가르마를 탔다. 구레나룻을 내려 남성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마지막 회에서 1년 후 화영의 모습이 나오지 않았느냐. 교도소에서 아들 편지 읽는 신은 집에서 샤워하고 바로 촬영장에 갔다. 화장도 안 하고 죄수복 입고 앉아있으니 스태프들이 아무도 못 알아보더라."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에 출연한 배우 오연수가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4.29.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에 출연한 배우 오연수가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4.29. [email protected]


화영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갔다. 군인으로서는 완벽했지만, 엄마로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행동도 많이 했다. 아들 '노태남'(김우석)을 학대에 가까울 정도로 강압적으로 키우고, 부대 내 '가혹행위를 증언하지 말라'고 협박하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태남이 자신의 눈앞에서 수류탄 안전핀 빼는 걸 봤지만, 사단장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자식이란 내 안에서 나온 또 다른 타인일 뿐"이라며 할 만큼 냉철했다.

오연수는 "아들을 대하는 신이 가장 힘들었다"며 "실제로는 나 진짜 모성애 장난 아니다. 주위에서 '너 정말 이상해'라고 할 정도로 모성애가 강한데, 화영은 모성애가 1도 없지 않느냐. '아들 손 한번 잡아주는 게 힘들었을까?' 싶다. 실제와 갭이 있어서 연기하기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아들은 내 분신 아니냐. 사랑으로 낳은 자식이라서 죽으라면 죽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 타인이라고 하는지···. 그 대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특히 화영이 출세를 위해 부하인 '원기춘'(임철형) 다리를 자리는 모습은 섬뜩했다. 지뢰 사고 후 원기춘을 마취시킨 뒤 전기톱으로 다리를 직접 잘랐다. "화영이 강해 보였지만, 6~7부까지는 악행이 별로 없었다. 원기춘 다리를 자르고 '용문구'(김영민) 변호사한테 '내가 잘랐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밋밋하게 하면 너무 재미없을 것 같아서 조금 웃어 사이코패스 느낌을 살렸다. 그 때 화영 캐릭터가 잡혔다. 자기 앞날을 위해서는 모든 걸 하는 미친 여자였다"고 설명했다.

결국 사형 선고를 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PD님이 중후반까지 '노화영은 자살할거라'라고 했는데, 이렇게까지 안 죽고 갈 줄은 몰랐다"고 답했다. "한편으로는 안쓰러웠다. 주위에 아무도 없어서 외로워 보이지 않았느냐"면서 "무엇을 위해 그렇게 높이 올라가려고 애를 썼는지 싶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에 출연한 배우 오연수가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4.29.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에 출연한 배우 오연수가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4.29. [email protected]


오연수는 1986년 중학교 3학년 때 잡지 모델로 데뷔했다. 3년 뒤인 1989년 MBC 19기 공채 탤런트에 합격,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1991~1992) '복수혈전'(1997~1998), 영화 '아래층 여자와 윗층 남자'(감독 신승수·1992) '장군의 아들3'(감독 임권택·1992) 등에서 활약했다. 1998년 탤런트 손지창(52)과 결혼, 성민(23)·경민(19) 형제를 뒀다. 결혼 후에도 드라마 '눈사람'(2003) '주몽'(2006~2007) '아이리스2'(2013) 등에 출연했지만 육아와 병행하기 쉽지 않았다.

오연수는 "군대 소재 드라마에 출연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는데, 다행히 첫째가 군복무 중이라서 물어봤다. 지금은 미복귀 전역해 집에 있다. 엄마가 드라마에 나오면 '괴리감이 느껴진다'며 안 본다"면서 "둘째는 내가 일하는 걸 존중해준다. 이번에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됐다'고 하더라. 남편도 같이 방송 보면서 '오~잘하네. 대박인데'라며 응원해줬다"며 고마워했다.

"사실 결혼하고 애 낳고 여배우로 사는 게 쉽지 않다. 직장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후배들한테 '배우로서 끝까지 성공하고 싶다면 '결혼하지 말라''고 한다. 촬영장에서 다른 인물로 살다가 집에 들어가면 아이들 숙제 봐주고 학교 보내야 하지 않느냐.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다. 다음 작품 또 8년 걸리는 거 아니냐고? 조금 나와도 임팩트있는 역할이라면 감사하게 할 의향이 있다. 악역은 당분간 안 하고 싶다. 노화영보다 더 못돼 질 수가 없다.(웃음) 이제 내 몸에서 노화영을 빼야 한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에 출연한 배우 오연수가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4.29.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에 출연한 배우 오연수가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4.29.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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