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에 맞선 택시기사들의 경적…42년 전 그날 재현
20일 제42주년 '민주기사의 날' 기념 행사
무등경기장~금남로까지 70여대 택시 행진
"세상 떠난 동지들 몫까지 정신 계승할 것"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42주년 5·18민중항쟁 민주기사의 날 기념식이 열린 20일 오후 광주 북구 무등경기장 앞에서 기념식에 참여한 택시기사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2022.05.20. [email protected]
제42주년 민주기사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 20일 오후 광주 북구 임동 무등경기장 앞. 택시 70여 대가 경기장 후문부터 인근 광주천 위 유운교까지 빈틈없이 늘어선 가운데 300여 택시기사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묵념했다.
42년 전 '핏빛 항쟁지'인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계엄군에 맞서는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선두에 섰던 선배들을 기리는 이들의 표정에는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1980년 5월 20일은 20만여 명의 시민들이 금남로에 모여 계엄군에 대항하는 전면적인 시위를 벌인 날로 기록되고 있다.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공수부대원들이 시민들을 상대로 자행한 무자비한 폭력에 항의하기 위한 대규모 시위였다.
이 중에는 다친 동료들을 보고 분노에 차 시민들의 저항에 가담한 택시 기사들도 적지 않았다.
택시 기사들은 이날 오후부터 무등경기장 인근에 모여 대열을 갖춘 채 전조등을 켜고 경적을 울리면서 천천히 금남로로 향했다. 동료들을 다치게 한 계엄군에 맞선 행동에 어느덧 시민들이 뒤따르면서 큰 시위 행렬이 만들어졌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42주년 5·18민중항쟁 민주기사의 날 기념식이 열린 20일 오후 광주 북구 무등경기장 앞에서 기념식에 참여한 택시기사가 묵념하고 있다. 2022.05.20. [email protected]
묵념을 마친 택시 기사들은 흐르는 반주에 맞춰 주먹을 굳게 쥔 채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광주출정가'를 목청껏 불렀다.
대회사와 추모사까지 마친 이들은 무등경기장부터 옛 전남도청까지 4.5㎞ 구간을 택시로 행진했다. 보닛에 태극기를 붙인 79년식 포니택시 2대와 88년식 스텔라 2대를 앞세운 택시행렬은 42년 전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경적을 울리고 전조등을 켜며 함성이 가득했던 '5월 금남로'를 재현했다.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조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신군부 통치 당시에는 (선배들이 묻힌) 구묘역을 방문할 수조차 없었다. 전경들로 망월 묘역이 봉쇄돼 산을 넘고 노를 저어 묘소에 도착하는 흙투성이 조문도 이어졌다"며 "이는 지나간 우리의 역사가 아니라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42주년 5·18민중항쟁 민주기사의 날 기념식이 열린 20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1980년 5월 20일 당시 진행된 차량시위가 재연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42년 전 이날 택시시위에 참여했던 이행기 민주기사동지회장은 "불의에 맞서 함께 싸운 동지들이 세월이 흐를수록 하나 둘 세상을 뜨고 있다"며 "이들은 물론 먼저 떠난 선배들의 넋을 계승하고자 매년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의 앞에서는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신념을 갖고 시위에 뛰어들었던 선배 기사들의 5월 정신이 후대에 오래도록 계승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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