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터지는 신구·정동환 대화 향연...'두 교황'[강진아의 이 공연Pick]
[서울=뉴시스]연극 '두 교황' 공연 사진. (사진=에이콤 제공) 2022.09.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전통적인 방향을 고수해온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진보적인 신념을 지닌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충돌한다. 새하얀 교황 옷과 검은 사제복처럼 정반대 성향인 두 사람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피아노 앞에선 딴판이다. 함께 웃으며 친구 같이 편안하다. 비리, 성추행 문제 등 교황청의 폭풍우 속에 놓인 베네딕토 16세에겐 피아노는 작은 평온이다. 피아노를 치는 그의 곁에서 탱고를 사랑하는 베르고글리오는 음악을 즐기고 춤을 추며 벽을 허물어간다.
연극 '두 교황'이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지난 30일 막을 올렸다. 바티칸 역사상 598년 만에 자진 퇴위를 발표하며 세계를 뒤흔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2019년 영국에서 연극이 초연됐고, 이후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가 화제가 되며 인기를 얻었다.
[서울=뉴시스]연극 '두 교황' 공연 사진. (사진=에이콤 제공) 2022.09.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우리는 한낱 인간일 뿐이요." 종교적 색채보다는 삶과 인간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다. 더 이상 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그 목소리를 자신과 반대되는 베르고글리오에게 들었다는 베네딕토 16세의 외침은 절박하고 숭고하다. 보수적인 그가 변화의 길을 트는 모습은 다른 목소리에 쉽게 귀 기울이기 어려운 우리의 현실을 비추며 깊숙이 와닿는다.
당시 교황들과 실제 비슷한 나이인 배우 신구(86)와 정동환(73)은 지나온 삶의 깊이를 담아 열연을 펼친다. 2시간 반 가량의 공연 동안 쉴 새 없이 주고받는 방대한 대사량을 모두 소화하는 모습에 박수가 절로 터져 나온다.
[서울=뉴시스]연극 '두 교황' 공연 사진. (사진=에이콤 제공) 2022.09.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햄릿'에 이어 쉬지 않고 작품을 이어가는 정동환은 개혁과 변화를 지지하며 실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으로 분했다. 유쾌하고 소탈하면서도 과거 군부독재 시절의 마음의 빚과 아픔을 지닌 한 인물의 다면적인 모습을 그려낸다.
주옥같은 대사들은 무대 위에서 날개를 펼치며 진한 감동으로 내려앉는다. 대화의 무게감은 있지만, 극은 무겁지 않다. 진중한 베네딕토 16세의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독일식 유머와 웃음을 부르는 시계 알람,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유스러움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매만진다. 극의 말미, 함께 축구경기를 보고 춤을 추는 두 교황의 어느새 닮아있는 웃음은 관객들에게 따뜻하고 포근한 여운을 길게 안긴다.
[서울=뉴시스]연극 '두 교황' 공연 사진. (사진=에이콤 제공) 2022.09.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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