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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제 1야당 대표와 검찰의 '피곤한' 기싸움

등록 2023.01.27 14: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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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제 1야당 대표와 검찰의 '피곤한' 기싸움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 주말 검찰에 출석하는 것을 모르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검찰 출석일이 코앞이지만 검찰은 여전히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년 넘게 이어진 대장동 수사의 정점은 결국 이 대표다. 성남시장 시절 민간업자들에게 개발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정치·경제적 이득을 얻었다는 내용이 의혹의 골자다. 이 대표 본인이 언제 검찰에 등판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마침내 서울중앙지검이 이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한 사실이 지난주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첫 보도는 '검찰이 이 대표에게 27일과 30일 중 날짜를 선택하라고 통보했다'는 내용이었다.

민주당은 곧바로 당대표 비서실로 소환 통보가 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검찰이 언론을 통해 출석을 일방 요구하느냐며 유감을 표했다.

다만 출석엔 응했다. 이 대표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중에는 일을 해야 하니까 28일(토요일)에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출석시간도 통상적인 조사시간인 오전 9시30분이 아닌 10시30분으로 공식 발표했다. 날짜와 시간 모두 검찰 요구를 조금씩 빗겨갔다.

검찰은 쉽사리 수용하지 않았다. 이 대표와 검찰은 각자 언론을 통해 입장을 내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수사팀 관계자는 출석 발표 다음날 취재진에게 "수사팀과 전혀 협의된 바 없다. 일반적으로 피의자와 출석 일자를 조율하진 않는다"며 사실상 불쾌감을 내비쳤다.

처음부터 2회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달했다고도 밝혔다. '27일과 30일 중 하루'가 아니라 '27일과 30일 모두' 소환 조사를 통보했던 것이다. 조사 분량이 방대해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이 대표 측은 추가 출석 요구에 공개 대응을 내놓지 않았다. 검찰은 일주일 뒤 재차 "조사 분량과 편의를 고려해 수사일정을 정한 만큼 이 대표가 이에 맞춰 방어권을 행사 해달라"며 압박에 나섰다. 그 사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범죄 혐의 개수가 많은 게 검찰 탓은 아니지 않느냐"며 검찰을 지원 사격했다.

양측의 물밑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출석이 기정사실화된 마당이다. 민주당은 이날 '10시20분 중앙지검 도착 후 10시30분 이 대표 입장 발표'라는 구체적 일정까지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1년2개월 넘게 이어진 수사로 국민적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 실체적 진실을 원하는 건 수사기관이나 피의자뿐만이 아니다. '몇 일 몇 시 몇 분에 출석할지', '한 번 더 출석할지'를 두고 벌어지는 기싸움에 국민들은 큰 관심이 없다.

검찰이든 이 대표든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핵심 사안에 대해 증거를 가지고 얼마나 속시원한 설명을 해낼 지가 궁금할 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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