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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미 SVB 파산, 시스템 리스크 전이 제한적"

등록 2023.03.23 11:00:00수정 2023.03.23 11: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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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 LCR 비율 132.5%…채권 비중 낮아

부동산 익스포저 높은 비은행 우려

[샌타클래라=AP/뉴시스] 1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 앞에서 대기하다가 입장하게 된 여성이 셀카를 찍고 있다. 예금주들은 돈을 찾기 위해 은행 밖에서 줄을 서서 대기했으며 연방정부는 SVB 예금주들이 인출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SVB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03.14.

[샌타클래라=AP/뉴시스] 1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 앞에서 대기하다가 입장하게 된 여성이 셀카를 찍고 있다. 예금주들은 돈을 찾기 위해 은행 밖에서 줄을 서서 대기했으며 연방정부는 SVB 예금주들이 인출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SVB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03.14.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최근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미국 중소은행들이 잇따라 문을 닫는 등 금융시스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이번 사태가 국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 등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신용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등 금융불안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은 23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3년 3월) 보고서' 에서 "미 SVB 파산 사태 등이 국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사태 악화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일부 취약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경계감 고조로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미국 SVB을 폐쇄했고, 뉴욕주 금융당국도 시그니처은행을 폐쇄하고 자산몰수 절차에 돌입했다. 또 스위스 2위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은행이 UBS에 합병되면서 유동성 위기가 재부각되고 있다. 

한은은 국내 금융시장은 SVB 파산 직후 변동성이 높아졌으나 미국·스위스 정책당국의 빠른 대응과 함께 시장 기대가 미 연준 긴축기조 완화로 기울면서 글로벌 금융불안 우려가 진정되고 국내 금융시장 내 위험회피심리 확산도 제한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SVB 파산이 국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한 결과 국내 금융기관은 SVB 등과 자산·부채 구조가 상이하고 각종 금융규제로 인해 유동성 및 건전성 상황도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올해 1월 중 국내은행의 현금 동원력을 가늠할 수 있는 외화 유동성커버리지(LCR) 비율은 132.5%로 규제비율(80%)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특히 외화유동성의 경우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유동성 사정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금융기관은 예대업무 위주의 영업구조로 총자산중 채권 비중이 낮고 이에 연계된 금리 리스크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채권 등 유가증권 비중은 일반은행 18.1%, 저축은행 4.8% 등으로 나타나 SVB의 56.7%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채권 비중이 높은 보험사의 경우도 올해 도입된 신 회계제도(IFRS17) 등으로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일반은행 만기보유채권의 미실현 손익을 반영하더라도 자본비율이 1%포인트 내외 하락하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이러한 점에 비추어 SVB 사태와 같은 '운용자산 손실 확대→뱅크런→유동성부족' 등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글로벌 금융여건이 급변할 경우 금융시장 가격변수의 변동성 확대, 일부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경계감 부각, 취약부문의 잠재리스크 현실화 우려 등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이 경우 위험회피 성향이 강화되고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외 불안시마다 국내 금융불안이 확대 되며 부동산 익스포저가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 등 취약부문의 문제가 크게 부각됐었음을 감안할 때, 이들을 중심으로 신용 및 유동성 리스크가 증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NFCI(금융상황지수)의 상승은 우리나라 금융불안지수(FSI) 상승으로 직결될 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상시보다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한은은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FSI가 크게 상승했던 것처럼, 대외 불안 심화시 최근 금리인상 등으로 높아진 FSI가 더 빠르게 상승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SVB 등 미국 중소형은행 파산과 CS은행 등의 유동성 우려가 국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이지만, 사태 악화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일부 취약 금융기관에 대한 용경계감 고조로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특히 부동산 익스포저가 많고 대내외 충격에 취약한 부문에 대한 조기경보 활동과 금융기관 건전성 점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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